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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Lee Feb 03. 2022

빌려서 내 것으로, 차용미술 - (2)

케이트의 아트마켓 50

-    늘어나는 차용미술 작품들

-    저작권 침해의 예외 조항인 공정 이용

-    공정 이용 인정의 어려움

 

 

지난주 칼럼에서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나 사물을 이용하는 '차용미술(appropriation art)'에 대해 소개했다.  차용미술과 저작권, 공정 이용(fair use)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제프 쿤스(Jeff Koons), '풍선 개(자홍색; Balloon Dog, Magenta, 1994-2000)', Centre Pompidou, Paris, 2015.

Photo: Dious via Flickr/Creative Commons.


반짝거리는 풍선 모양의 조형물로 유명한 미국의 제프 쿤스(Jeff Koons).  그는 가장 유명한 동시대 차용미술의 대표적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쿤스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차용해 작품을 만드는 그의 창작 기법으로 인해 이미 여러 번 저작권 분쟁에 휘말려 왔다.  



'겨울의 사건(Fait d'hiver)' vs. '겨울의 사건(Fait d'hiver)' 


지난 2021년 2월 프랑스 항소법원은 원심을 확정하며 제프 쿤스의 '겨울의 사건(Fait d'hiver)'이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또, 쿤스와 작품을 전시한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전시 카탈로그를 출판한 출판사에 원심보다 높은 액수의 보상금을 선고했다.  쿤스의 '겨울의 사건'은 자기(磁器)로 만든 조각물로 2007년 경매회사 크리스티(Christie's) 뉴욕 경매에서 미화 약 430만 달러(한화 51억 원)라는 고가로 프라다 재단(Fonazione Prada)에 판매된 작품이다. 


제프 쿤스(Jeff Koons), '겨울의 사건(Fait d'hiver)', 1988.  Photo: Cited in court documents.


2014년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제프 쿤스 회고전에 이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를 계기로 자신의 작품이 차용되었음을 알게 된 원작자가 프랑스 법원에 표절과 저작권 침해로 쿤스를 고소했다.  '겨울의 사건(Fait d'hiver)'이라는 동명의 원작은 프랑스 의류 브랜드 나프나프(NAF-NAF)의 광고로 제작된 사진이다.  눈사태를 당한 듯한 여성이 누워있고 구조견을 연상시키는 브랜드 마스코트인 돼지가 브랜디 통을 목에 걸고 다가가는 나프나프의 가을-겨울 의류 광고이다.    


쿤스는 이 사진을 바탕으로 여성의 의상과 선글라스를 변형하고, 돼지 목에 두른 꽃과 펭귄 두 마리를 더해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재판에서 자신의 작품은 원작에 유머러스 한 요소를 더해 패션과 예술에 대한 훌륭한 취향을 강요하는 풍조에 대한 패러디를 완성한 것이며, 공정 이용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겨울의 사건(FAIT D'HIVER)', 나프나프(NAF-NAF) 광고 사진, 1985.  Photo: Cited in court documents.


이 같은 쿤스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원작인 광고물은 당시 세태를 풍자하는데 이용할 만큼 대표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쿤스의 작품은 원작으로부터의 충분한 변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그가 주장하는 대로 작품을 통해 풍자로 인한 대중들의 논쟁을 야기하지 않았고, 원작의 독창적인 면을 그대로 옮겨 작품을 만들었다고 판단해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쿤스의 '겨울의 사건'은 프랑스에서 다시는 전시될 수 없게 되었다. 


   

구찌(Gucci) '실크 샌들(Silk Sandals)' vs. '나이아가라(Niagara)'


알루어(Allure) 잡지에 실린 구찌(Gucci) '실크 샌들(Silk Sandals)' 화보, August, 2000. Photo: Cited in court documents


쿤스의 잦은 저작권과 관련된 법적 분쟁 중 이와는 반대의 결론을 가져온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06년 패션 사진작가가 잡지에 실린 자신의 화보를 허락 없이 이용한 제프 쿤스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촬영한 세계적 패션 브랜드 구찌(Gucci)의 샌들 잡지 화보가 쿤스의 '나이아가라(Niagara)'에 허가 없이 사용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쿤스의 '나이아가라'는 뒤쪽으로 보이는 나이아가라 폭포 앞으로 여성들의 다리가 물줄기처럼 배치되어 있다.  그는 패션잡지 화보에서 오려진 사진들과 함께 윤기 나는 페이스트리와 층층이 쌓인 아이스크림을 통해 대중적 이미지와 소비주의, 그리고 현대인의 욕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프 쿤스(Jeff Koons), '나이아가라(Niagara)',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2000.

Photo: Cited in court documents.


이에 대해 뉴욕 연방법원은 쿤스의 공정 이용을 인정했다.  쿤스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 했다는 대중매체가 사회적, 그리고 미적으로 미치는 영향이라는 메시지가 원작이 갖는 의미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더불어 사진작가가 원작에서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비행기 선실과 남성 모델의 무릎 등을 배제하고 작품의 일부만을 이용해 쿤스의 새로운 의미의 작품이 만들어졌으며,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을 결합하여 충분히 변형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공정 이용 등을 비롯해 차용미술 등 저작권의 법적 분쟁은 유사한 사례라고 하더라도 개별 사례 안의 구체적 사항에 따라 해석과 법률 적용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기준을 두고 명확히 공정 이용에 해당하니 저작권 침해의 예외조건이 적용된다, 또는 아니다 여부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이용해 창작활동을 할 때에는 먼저 저작권자의 허가를 구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겨울의 사건' 사례에서 보듯 만들어진 작품이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

50회까지 '케이트의 아트마켓'에 흥미를 갖고 지켜봐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필자는 잠시 휴식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보다 알찬 내용으로 찾아 뵐 수 있도록 아트마켓에 지속적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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