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완벽주의자(8)_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취급하기
전편 : 동생 앞에서 무너지다
내가 정말 사람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자아성찰과 함께 나는 최대한 회사에서 문제가 될 법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기 시작했지만, 인간관계는 역시 내가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사건이 있었다.
회사에서 그들과 마주해야 하는 불편한 마음을 내리누르며, 난 타 부서 사람들과 인맥을 넓혀가고 있었고, 그들과는 최대한 마찰을 피하려,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업무용 단톡방으로 시작했지만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했던 단톡방에서는 최대한 상투적으로 그들을 대했다.
(ex. 존댓말 쓰기, ~나요? ~할까요? 등의 어미 사용)
그러던 하루, 업무적인 문제로 앞뒤 안맞는 말을 계속한다고 생각이 들어, A에게 질문을 계속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A의 업무습관에 대해 마음에 안드는 포인트 중 하나였다.
예를 들자면, 업무를 받고 그 업무가 어떤 업무인지 파악 및 확인하지 않은 채, 공통 업무라고 생각이 들면 앵무새처럼 지시사항을 반복 및 하달하여 전달하는 것이었다. 업무를 해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질문을 하면 직접 확인할 수도 있지 않냐는 식,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 : ~인거면, ~렇게 하는게 안되는데요...? 이거 업무 어떻게 해야할까요?
A : 직접 물어봐주세요.
나 : 전달하고 공통업무이니 같이 하는 건 좋은데,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해주세요 ㅠ
A : 커뮤니케이션이 제 일이에요? (아니, 그럼 커뮤니케이션이 내 전담 일이냐..?)
나 : (억누르고) 커뮤니케이션이 본인 일이라고 단정지은 게 아니라, 전달을 하려면 파악을 해주고 전달을 해줘야죠...;;
여기서 질문, 그녀가 기분 나빴던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땀땀이다
그녀는 땀땀을 굳이 써가면서 카톡을 해야하냐는 말과 함께, 그 다음 날 업무 커뮤니케이션 상 원활하지 못한 포인트를 끄집어 내어 일명 나를 지칭하며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언제부터 나인건데..)는 똑바로 커뮤해달라며 대놓고 꼽을 주기 시작했다.
내가 혼란스러웠던 것은 아래와 같다.
1. 업무에 왜 자꾸 감정을 들고 오는가.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당연히 물어볼 법한 질문을 하는데..)
2. 커뮤니케이션이 아무도 네 업무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파악 잘 못했다 하고 확인해보며 되는 것을 왜 날을 세우는가 (나중에는 표현 방식으로 오히려 나보고 날을 세웠다고 하더라..)
3. 결국 그 업무도 알고보니 할 필요가 없어서 직접 담당자와 토의하여 하지 않게 됐음에도 감사함 표시 X
혼란스러웠던 포인트는 너무나도 많지만, 뭐 이런 사람인거 몰랐던 것도 아닌데.. 하며 사실 A에게 크게 화가 나진 않았어다. 다만, 개인톡으로 땀땀으로도 기분이 나쁘다 표출한다면 내가 도대체 어떻게 업무적인 소통을 이어나가야 하는지 어렵다고는 전달했다. (이것조차 답장이 없었다)
결국 B가 나서서 업무적 해결에 일부 도움을 주었고,(A를 감싸주기식 행동) 나는 A의 업무방식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A의 인성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B에게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안되지 않는지..? 의견을 물어보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B가 그 카톡 하나하나를 A에게 개인적으로 캡쳐를 해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B는 이 정도라면 남자 C까지 모아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며, 회의실에 사람을 모아놓고 본인의 핸드폰을 열어서 C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너네 둘이 내 욕한건 왜 안보여주니..)
오빠가 지금 봐봐. 언니가 기분 나쁘게 얘기한 것 같지 않아?
라며 자신의 핸드폰을 밀어넣는 B나,
이미 기분이 ㅈ같은데 뭘 더 얘기해야 하냐는 A나
(난 한번도 그들에게 야, 너 라고 부른적도 없는데 ㅈ같다는 표현에 귀를 의심했다. 여긴 회사야 이 사원님아...)
나는 그때서야 아 내가 전혀 속상해할 가치조차 없는 아이들이었구나라를 깨달을 수 있었다.
보다 못한 남자 C는 사람이 한번 미워보이면 펜 하나 드는 것도 미워보이기 마련인데, 너네가 이미 OO이를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지만, 그 이후 C의 태도도 딱히 바뀌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는 이 혼돈 속에 끼고 싶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정말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자리를 일어나려는 순간 경악은 다시 한번 계속됐다.
언니 그래서 내가 진짜 궁금한 건,
언니가 우리랑(A와 B) 잘 지내보고 싶다는 거야?
띠잉.
이미 내가 한 카톡을 A에게 다 전송하고, A와 필히 나누었을 내용은 내게 공유라도 해줬나. 유치한 편가르기는 그쪽에서 다해놓고 거리감을 두었더니 책임을 나에게 돌리는 모양새라니.. 이런 질문을 회사에서 받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웠고, 다시 한번 회사를 일하는 공간이 아닌 친목도모의 장으로 여기는 그녀들의 태도에 환멸이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왜 나한테 물어..이미 너희들이 그렇게 끼워주기 싫다고 온몸으로 표현했잖아.. 내가 오해한거야?"라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래서! 잘 지내고 싶은거냐고!
도대체 잘 지낸다는 게 무엇인가. 사생활적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둘이 하도록 너그러이 냅두고, 본인들이 필요할 때만 이용당해 주는 것일까? 이미 은따가 아닌 왕따를 시켜놓고, 왕따인 사람에게 자발적 참여가 부족해서 소외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것일까?
너무 놀라 나는 B에게 그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라고 했고, 그녀는 담에 얘기하자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물론 나가면서까지 둘이 속닥속닥 대화를 시작했고, 그 이후에 이 사건에 대해 말해보자고 일체 제안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다만 내가 해당 사건을 통해 확신한 건, 그 다음 날 부터 그들은 정확히 나를 빼고 점심시간에 일어났고, 업무적으로 필요할 때만 언급했으며, 나 또한 굳이 갈등이 키우고 싶지 않아 한 발자국, 아니 세 발자국 떨어져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앞의 3명이 정말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란 걸 현실 직시할 수 있었다.
그렇게 팀원 4명인 조직에서 나 하나. 난 정확히 왕따였고, 왕따여야만 했다.
그들의 표현을 다시 한번 빌려보자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말이다.
> 다음편은 마음껏 미워하세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