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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권 Dec 02. 2024

베이비 붐 세대의 주말 밥상 이야기

50. 볶음 요리

50. 볶음 요리     


#불의 발명과 화식(火食문화의 탄생

 불을 발명하기 전까지 인간은 날 것 그대로의 생식(生食)을 먹었다. 생식의 맛은 식재료 고유의 원형적 맛이라 포만감만 있었을 뿐, 맛 자체에 탐닉하는 미각적 충만감은 없었을 것이다. 불의 존재가 식재료에 투영되면서 비로소 요리라는 새로운 개념이 탄생했고, 태곳적부터 이어져 온 생식(生食) 문화는 화식(火食) 문화로 바뀌었다. 불의 발명과 함께 음식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도 생존적 차원을 넘어 탐미적 영역으로 서서히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김치볶음밥 


불의 효용성과 유용성에 힘입어 음식의 세계에 신천지를 개척한 인간이 각종 도구를 발명하자 요리 기법에도 다양화, 다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화식 문화의 최초 패턴은 구워 먹는 방식이었다. 불을 지배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식재료를 효과적으로 부릴 수 있는 다양한 도구가 등장하면서 화식 문화의 패러다임에도 일대 전환이 찾아왔다. 요리 방식의 추진 동력을 열(熱)에 의존하는 볶고 졸이고 찌고 굽고 부치고 삶고 끓이는 방법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오징어채볶음


졸이고 찌고 굽고 부치고 삶고 끓이는 요리처럼 볶아 먹는 음식의 종류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채소와 나물, 곡물, 고기, 생선, 건어물, 가공식품 등 식용(食用)이 가능한 것이라면 거의 다 볶아 먹을 수 있다. 오늘의 주제는 볶음 요리에 관한 것이다.     


호박볶음


#방앗간의 추억

 타동사 볶다, 는 내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다. 어머니를 따라 골목길을 벗어나 대로변 초입에 자리한 동네 방앗간에 갔다. 셔터가 활짝 올려진 방앗간에서 고소한 냄새가 사방팔방으로 퍼졌다. 복잡하게 생긴 신기한 기계가 굉음(轟音)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고, 그 속에서 타다닥거리는 물체들이 요동을 쳤다. 거부할 수 없는 고소한 냄새의 진원지임을 금세 알아챘다. 


고구마 줄기 볶음


방앗간은 내가 참깨를 볶는 모습을 처음 본 기억의 현장이었고 그곳에서 참깨의 존재를 알았다. 그때 두 음절 단어 ‘볶다,’의 용례를 눈으로 보고 실증적으로 깨우쳤다. 돌이켜보면 방앗간에서 풍기는 냄새의 성정(性情)은 고소하거나 매캐하고 눈이 따갑거나 군침이 돌거나 이도 저도 아니거나, 네 가지 중 하나다. 


네 가지 냄새가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날 때도 있고, 따로따로 독립적으로 날 때도 있다. 전자는 방앗간 주인이 손이 달릴 정도로 바쁠 때고 후자는 그렇지 않을 때다. 방앗간은 추석, 설, 동짓(冬至)날 전이 황금 대목이다. 그 시절 방앗간에서는 주로 참깨를 볶고 참기름을 짜고 고춧가루를 빻고 가래떡을 뽑고 시루떡을 쪘다.  


깻잎 볶음삶은 깻잎에 양념을 발라 볶은 반찬이다. 

    

볶음 요리는 식사류와 주(主)요리 또는 술안주, 반찬류로 구분된다. 식사류로는 김치볶음밥과 새우볶음밥, 야채볶음밥, 달걀볶음밥 등을 꼽을 수 있다. 오징어볶음과 낙지볶음, 주꾸미볶음, 제육볶음, 닭똥집 볶음은 밥상의 주요리나 술안주로 즐겨 먹는 단품(單品) 요리다. 


반찬으로 먹는 볶음 요리는 훨씬 더 많다. 감자볶음, 멸치볶음, 호박볶음, 어묵볶음, 고사리 볶음, 오징어채볶음, 버섯볶음, 가지볶음, 우엉 볶음, 고구마 줄기 볶음, 깻잎 볶음 외에도 주워섬길 수 없을 정도로 널려 있다. 


감자볶음

     

#감자볶음

감자볶음과 멸치볶음은 아마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볶음 반찬이 아닐까, 싶다. 볶아서 만든 음식치고 반찬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을까마는, 감자볶음과 멸치볶음에 비할 바는 아니다. 조리법이 간단하고 맛을 그르칠 일이 없어 두루두루 다 좋아하고 가정에서나 식당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반찬이라서다. 감자와 멸치는 다른 식재료에 비해 보관기간이 긴 것도 장점이다. 감자볶음과 멸치볶음은 오징어채볶음과 함께 학창 시절 도시락 반찬의 단골 메뉴로도 기억에 남아 있다.      


멸치볶음


#멸치볶음

감자볶음 요리는 정말 쉽다. 채칼로 감자 껍질을 벗기고 채 썬 뒤 물에 헹궈 전분 성분을 빼낸다. 전분 제거는 생략해도 상관없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예열한 뒤 감자를 넣고 볶는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후추를 뿌려 마무리하면 끝. 채 썬 당근과 함께 볶기도 한다. 멸치볶음은 볶음용 멸치를 볶은 뒤 간장과 올리고당, 설탕을 넣고 바짝 볶아 조리면 완성된다.      


팬에 식용유와 들기름을 두르고 예열한 뒤 중 약불에서 건새우를 먼저 볶는다.


#마늘종 건새우 볶음

 내가 한 번씩 주말 밥상에 올리는 볶음 요리는 따로 있다. 마늘종 건새우 볶음이라는 반찬이다. 맛도 그만이고 마늘종과 마늘의 매콤한 향과 건새우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입속에 퍼져 밥반찬으로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찬으로서 유효기간도 제법 길어 한 번에 꽤 많이 요리하는 편이다. 특히 마늘종 건새우 볶음을 먹을 때마다 집사람이 맛있다고 칭찬해 요리하는 나도 덩달아 신난다.     


마늘종과 슬라이스 마늘을 넣고 계속 볶는다


내가 요리하는 마늘종 건새우 볶음의 식재료는 마늘종과 건새우, 생마늘 세 가지다. 마늘종은 3~4cm 크기로 자르고 생마늘은 작은 거는 2등분, 큰 거는 3등분으로 나누어 자른다. 건새우는 400~500g 정도를 준비한다. 건새우 대신 보리새우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마늘 특유의 톡 쏘는 향이 건새우의 비릿함을 순화시키면서 볶음 요리 전체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양념은 진간장 세 큰술, 들기름과 참기름, 맛술 각 한 큰술, 설탕과 소금 한 작은술이다.      


진간장과 참기름맛술설탕소금 등의 양념을 넣고 잘 섞어가며 볶는다.


1. 먼저 팬에 식용유와 들기름을 두르고 예열한 뒤 중 약불에서 건새우를 살짝 볶는다. 

2. 마늘종과 슬라이스 마늘을 넣고 계속 볶는다.

3. 마늘종과 마늘이 익어갈 즈음 진간장과 참기름, 맛술, 설탕, 소금을 차례대로 넣는다. 조리용 주걱으로 내용물들을 잘 섞어주며 2분 정도 볶은 뒤 불을 끈다.     


내가 한 번씩 주말 밥상에 올리는 마늘종 건새우 볶음


 꽈리고추와 아스파라거스, 생마늘을 넣고 볶은 꽈리고추 볶음도 우리집 밥상에서 볼 수 있는 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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