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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권 Dec 17. 2024

목 디스크 극복기

1. 통풍과 목 디스크

1. 통풍과 목 디스크      


#친구의 금주(禁酒결심과 통풍(痛風)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던 고등학교 친구가 어느 날 이런 다짐을 전해왔다. 핸드폰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그 다짐의 내용은 이랬다.

“……당분간 금주(禁酒)할 작정이네. 건강 관리 잘하고 나중에 연락하세.”     


애주가인 친구가 한시적으로 술을 멀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인데, 전에도 한 번씩 그런 일이 있어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는 환절기만 되면 통풍(痛風) 발작(發作)으로 한 달 이상씩 시달리곤 했다. 통풍은 뼈마디가 붓고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염이다. 


소변에 포함된 물질인 요산(尿酸)이 체내에 과다 축적돼 생기는 통풍은 보통 엄지발가락이 퉁퉁 붓고 쑤시면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관절통을 느낀다고 한다. 심한 사람은 손마디도 붓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학적으로 통풍은 유전적 요인과 비만, 요산 배출 기능의 장애, 기름진 음식과 과다 과당(果糖) 섭취 등 식생활 습관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통풍은 완치가 되지 않고 환절기나 몸이 피곤할 때 수시로 불쑥 찾아와 15분가량 양말을 신을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통증에 시달린다는데 그 아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진통제를 복용하고 주사 처방을 받고 나면 4일~1주일 후부터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는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통풍에 걸려 본 적이 없어 친구의 고통을 체감할 수 없는 나는 문득 14여 년 전 일이 떠올랐다.     


#목 디스크와 극한의 고통

 2010년 봄, 아침에 잠을 깨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왼쪽 팔꿈치를 가로질러 손가락 끝마디까지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전부터 목덜미와 어깨 부위가 쑤시고 저린 증상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정밀 검사인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목 디스크였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 일이라고만 여겨온 목 디스크의 위력은 가공할 만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팔꿈치가 끊어질 듯 아파 걸을 수가 없었고 그 통증은 손가락 끝마디까지로 이어졌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고통이었다.      


목 디스크의 의학적 명칭은 ‘경추(頸椎) 추간판(椎間板) 탈출증’이다. 일곱 개의 목등뼈와 목등뼈 사이의 추간판(물렁뼈)이 돌출돼 주위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을 자극함으로써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잘못된 자세와 나쁜 습관, 사고로 인한 충격 따위가 원인이다. 나는 4, 5번 경추 사이의 물렁뼈에 이상이 생겼다.     


서너 군데 병원에서 한결같이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목 디스크 수술 경험이 있는 동년배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어차피 수술하더라도 목 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수술 빼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충분히 다 동원해 본 다음 수술은 마지막 선택지로 사용하라고 권유했다. 


자신은 급한 마음에 곧바로 수술적 치료를 했는데 후유증이 만만찮아 재수술까지 받았는데도 여전히 몸이 불편하다고 일러주었다. 수소문 끝에 수술 대신 물리치료와 한방 치료, 목 디스크 치료용 스트레칭으로 통증과의 정면 대결을 벌이기로 했다.      


날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목 디스크 스트레칭의 구체적인 방법과 실행 계획을 내 몸에 맞게 짰다. 우여곡절 끝에 알게 된 신경 차단술 치료도 받았다. 서너 달이 지나면서 통증이 완화되기 시작했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중순 무렵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 이후 목 디스크 스트레칭은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통풍의 문턱을 밟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통풍과 목 디스크의 통증을 직접 비교할 길이 없다. 다만 친구의 말을 더듬어 볼 때 통풍 발작이 일어났을 때 환자가 감당해야 할 심리적, 육체적 고통의 체감 지수가 목 디스크에 못지않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친구가 금주(禁酒)하기로 한 진짜 이유

 오랜만에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깜짝 놀랐다. 이번 기회에 아예 술을 끓기로 했다고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술이 술을 부르는 습관성 음주 욕망이 최근 들어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기미가 뚜렷해 금주의 생활화를 굳히기로 했다는 것이다. 


속으로 금주의 각오가 얼마나 갈지 두고 보자고 반신반의했는데 술을 입에 대지 않은 지 벌써 4개월째라 놀랍다. 오랜 술친구인 나로서는 대작(對酌)의 재미가 없어져 서운한 감이 없지 않지만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응원하기로 했다.


 목 디스크 환자였던 나에게 현실적이고 냉정한 대처 요령을 알려주었던 지인은 불행히도 지난 3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자리를 빌려 삼가 고인의 명복(冥福)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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