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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권 Dec 30. 2024

목 디스크 극복기

4. 올바른 자세의 습관화 <끝>

4. 올바른 자세의 습관화 <>     


#반짝 재발한 목 디스크 증세 

 목 디스크 판정을 받은 지 5개월 여가 지나면서 통증의 기세가 잠잠해졌다. 예전의 일상을 되찾았고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해가 바뀌고 2011년 봄, 문제가 생겼다. 며칠째 기분이 나쁠 정도로 손가락이 미세하게 저렸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1년 전 신경 차단술 치료를 받았던 의사를 찾아갔다. 자기공명영상(MRI)을 다시 촬영했다. 


의사는 4~5번 경추(頸椎) 사이의 디스크가 제 위치에서 조금 삐져 나간 것이 보인다며 1년 전보다는 위험성이 훨씬 적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3주 주기로 신경 차단술 시술을 두 차례 받았다. 통증이 가라앉고 손가락 저림도 없어졌다. 의사는 스트레칭의 효과를 믿고 스트레칭에 더욱 매진하라고 일러주었다.      


#자세의 중요성

안정을 되찾은 뒤 스트레칭과 함께 내가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대목은 자세였다. 특히 고개를 숙이거나 내미는 습관은 목 건강에 가장 해롭다. 고질화하면 목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 요소라서다. 실험 결과 고개를 들고 똑바로 서 있을 때 우리 목은 5kg의 하중을 받는다고 한다. 고개를 15도 숙였을 때는 12kg, 30도 숙였을 때는 18kg, 45도 숙였을 때는 22kg, 60도 숙였을 때는 무려 27kg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제-고개 숙이지 말기

고개를 숙이면 숙일수록 경추의 부담이 커지고 습관으로 굳어지면 거북목처럼 뒤틀려 목 디스크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거북목은 C자형의 곡선을 이루는 정상적인 목뼈의 형태가 구부정하게 변형돼 목의 균형을 망가뜨리는 원인이다. 이는 곧 목뼈 사이의 충격 완화 장치인 추간판의 손상으로 이어지는데 그 결과로 나타나는 질환이 목 디스크다.     


고개를 숙이는 동작에서 탈피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 목뼈를 뒷받침하는 허리와 등의 자세를 꼿꼿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허리와 등, 목으로 이어지는 신체 부위는 우리 몸의 중심축으로 모두 하나의 신경 통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목 디스크의 특징은 통증이다. 통증의 원인은 추간판 탈출증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젤리처럼 말랑말랑해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하는 수핵(髓核)이 추간판의 피막을 뚫고 흘러나와 신경을 압박하거나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통증의 원인이다.


사진 판독상 추간판이 탈출했더라도 통증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그렇더라도 통증을 유발하는 목 디스크의 잠재적인 징조인 것만은 분명해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원칙-의자와 앉는 자세

 목 디스크 환자에게 올바른 자세의 생활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목 디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일상적 습관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자세의 제1 원칙은 앉는 자세다. 음식점에서도 방바닥보다는 의자에 앉는 착석(着席) 문화가 대세다. 


내 경우, 사무실 의자의 쿠션은 나무처럼 딱딱하지도 소파처럼 푹신하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적당한 인조 가죽의 탄력성이 알맞았다. 의자의 착석 부위와 등받이를 손가락으로 힘껏 눌러야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목 디스크가 찾아온 뒤 여러 의자를 테스트한 끝에 지금의 의자를 줄곧 사용하고 있다. 나는 의자 위에 쿠션 방석을 까는 것도 멀리한다. 방석의 쿠션이 눈높이를 변형시키고 허리와 등의 탄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바짝 당겨 엉덩이 위에서부터 허리와 등 전체가 등받이에 최대한 일직선으로 밀착하도록 착석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자세가 습관이 되면 척추가 곧게 펴지고 이는 곧 경추의 안정감을 도와 허리 디스크는 물론 목 디스크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집 거실의 소파에 앉는 것도 삼갔다. 소파의 푹신한 쿠션이 올바른 자세 유지를 흩트려 통증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등허리와 머리를 직각으로 곧추세울 수 있는 기능이 있고 홑 천으로 제작된 안마 의자를 사 책도 읽고 TV도 봤다. 목 근육이 충분히 회복되고 나서는 안마 의자를 사용하지 않지만 지금도 거실 소파에 잠깐은 몰라도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책상의 높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내 몸에 최적화된 책상의 높이는 바닥에서부터 72.5cm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아냈다. 책상의 높이는 책상 위에 팔을 올리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거나 책상 위에서 뭔가를 쓸 때 허리와 등을 펴고 구부리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고 고개를 똑바로 드는 정자세 유지에도 변수로 작용한다.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책상을 골라야 한다.     


*원칙-선 채로 고개 숙이지 말기

 선 채로 고개를 숙이는 자세는 앉아 있을 때보다 목에 더욱 무리가 가 목 디스크 환자가 반드시 멀리해야 할 금기다. 가령 진공청소기를 들고 서서 집 안을 청소한다거나 서점에서 매대에 깔린 책을 고를 때가 그렇다. 서 있는 상태에서 고개를 조금이라도 숙일라치면 곧바로 통증이 찾아온다. 되도록 그런 자세는 피해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라도 의도적으로 고개를 치켜들어 경직된 근육이 신경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원칙-눈높이에 초점 맞추기

앉아 있을 때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컴퓨터 모니터의 높낮이를 설정한다거나 독서할 때는 독서대를 활용하고 독서대 아래에 받침대를 받치는 게 도움이 된다. 목제(木製) 받침대가 없다면 두꺼운 잡지나 책 여러 권을 포개 받침대를 대신하는 방법도 있다. 


핸드폰을 볼 때도 최대한 고개를 숙이지 말아야 하고, 양반다리로 바닥에 앉는 자세도 좋지 않다. 양반다리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구부리게 돼 목 부위에 부담이 전달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면 등을 벽에 기대고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앉는 것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엎드려서 책이나 신문을 보는 자세도 지양해야 한다. 엎드려서 뭔가를 보거나 읽으려면 고개를 들어야 해 허리와 목에 그만큼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또 있다. 바닥에 놓인 물건을 들 때는 무릎을 살짝 굽히는 것이 좋다. 허리만 굽힐 때보다 척추와 등, 목에 전달되는 하중 부담이 경감된다.     


#걷기 운동과 자투리 시간 활용

 연중무휴 일과(日課)인 스트레칭과 척추와 경추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자세의 체질화, 이 둘은 내가 목 디스크를 극복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 버팀목이다. 여기에 더해 걷기 운동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걷기가 건강 관리에 유익하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검증된 일상의 보약(補藥)이나 다름없는 동작이다. 


걸을 때 우리 몸을 형성하는 206개의 유기적인 뼈는 한꺼번에 반응하면서 신체 각 부위의 기능을 강화한다. 내 스마트폰 헬스 앱에 기록된 1일 평균 걸음 수는 6,500~6,800보다. 날마다 1시간씩 5km를 걷는 셈이다. 스마트폰을 휴대하지 않은 채 실내를 오가는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 걸음 수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자투리 시간도 잘만 활용하면 운동 효과가 만만찮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대기할 때와 엘리베이터 안에 혼자 머무르는 동안에 스쾃(squat) 운동을 한다. 하루에 대략 여섯 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마다 빠짐없이 하는 편이다. 횟수로 따지면 70~80회는 될 것 같다.     


#의미심장한 목 디스크 전조(前兆)

 목 디스크의 성미는 아주 고약하다. 모든 병이 다 그렇듯이 목 디스크도 우리 몸에 여러 차례 신호를 보낸다. 조심하라는 경고, 전조(前兆)의 대표적인 현상이 목덜미가 쑤시고 어깨 통증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일시적인 치료에만 그칠 뿐,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데 화(禍)를 부르는 일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음에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전조를 흘려보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목 디스크 질환을 부추길 환경적 요인은 곳곳에 널려 있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올바른 자세와 생활 습관, 스트레칭이다.      


 나의 루틴, 스트레칭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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