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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Oct 17. 2021

EP 9. 해외 취업을 하는 방법들

외국 회사에는 공채가 없다.



해외취업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LinkedIn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은 공채를 통해서 사람들을 뽑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에서는 공채라는 개념이 딱히 없다. 독일의 대기업들은 trainee program이라고 해서 (주로) 석사 졸업자들을 한꺼번에 뽑는 케이스가 있긴 한데, 이건 공채라기보다는 특별한 프로그램에 가깝다고 본다.

 

보다 일반적인 취업의 경로는 아마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1. 네트워킹

2. 헤드헌터, 리크루터를 통해 지원하기

3. 잡 공고를 보고 직접 지원하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3번 경로를 따르기는 하지만, 사실상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흔하게 이뤄지는 채용경로는 1번과 2번이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스위스 취리히 공대 (ETH Zürich)에서 진행하는 자연과학계열 학생들을 위한 job fair에서 들은 인사담당자의 말로는 80%의 사람들이 3번 경로로 지원을 하지만 실제로 채용된 경우의 80%는 1번과 2번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게 정말로 사실인지 과장이 된 이야기인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경우 합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암시하는 건 맞는 것 같다.


또 취업을 한 후, 동료들에게 물어본 결과, 1번을 통해서 취업한 경우가 우리 회사에서는 80%가 넘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모님의 친구가 우리 회사 C-level에 있는 사람이어서 취업이 된 경우도 있었다. 중소기업이라서 이런 극단적인 예시가 가능한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외국에서는 추천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옛날에 사람들이 데이팅 앱으로 연인을 찾는 것에 느꼈던 거부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인터넷으로 (그 사람이 적어 둔) 스펙만 보고 만나서 차 마시고 이야기하고 연인이 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채용도 마찬가지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그들의 이력서에 적힌 스펙만 보고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면접) 채용을 하는 것이 굉장히 리스크가 큰 일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학연이나 지연, 혈연과 같은 "인연"을 통해서 사람을 쓰는 것을 불공평하다고 여기는 반면, 외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크다. guaranteed 된 사람과 인연을 맺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취업은 대부분 네트워킹으로 이루어진다. 네트워킹을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나도 처음에는 그저 막막할 뿐이었는데, 사실 그 취리히공대에서 들었던 job fair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이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링크드인 프로필을 열심히 꾸며 두긴 했었지만,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잘 몰랐었다. 그냥 이렇게 예쁘게 꾸며두고 있으면 알아서 연락이 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job fair에서 어떻게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지, 어떤 message를 보내고 어떻게 "인맥관리"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EP 10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헤드헌터나 리크루터를 통해서 지원하는 방법은 사실은 나는 해보지 않았다. 헤드헌터를 찾아보는 노력을 했으나 이게 믿어도 되는 사이트인지 아닌지도 의심스러웠고, 나한테 연락을 해온 헤드헌터들은 하나같이 내가 관심이 없는 분야나 전혀 내 경력과는 동떨어진 분야에 job opening이 있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래서 네가 제안한 포지션에는 관심이 없지만 나중에 이러이러한 분야에 포지션이 나오면 연락 줘하면서 내 CV를 보내 두긴 했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링크드인의 알고리즘 때문에 내 직장 경력이 1년 이상이 되는 순간부터 헤드헌터들한테서 연락이 많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경력을 제 때 제 때 업데이트해두고,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주요 키워드를 넣어서 링크드인 프로필을 꾸며두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해외취업을 한 방법은 1번과 3번이었다. 3번을 통해서 3개의 회사에 지원했고, 1번을 통해서 알게 된 1개의 회사에 지원했는데, 결론적으로는 1번을 통해 알게 된 회사로 가게 되었다. 다시 한번 해외 취업에 있어서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Photo by Souvik Banerje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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