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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샘 Aug 31. 2024

사람에게 한걸음 다가가기

'마음 아플 때 읽는 역사책'을 읽고


마음 아플 때 읽는 역사책


박은봉

서유재





역사책을 바라보는 편견


처음에는 역사책인 줄 알았다. 이 문장에는 역사책이 아니라는 뜻이 담겨있다. 아니, 역사책이 맞다. 역사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또는 어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담겨있어야 한다, 라는 편견을 벗어던지면 말이다. 사람에게 한걸음 다가가는 것, 그래서 누군가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이것이 역사라면 말이다.


첫 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편견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무려 다윈의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속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려니...했다. 두번째장까지 읽을 때는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세번째 장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따끔해졌고, 마지막장은 기대를 했다. 아! 우리의 이야기였구나....그렇다면 마지막장은 어떤 이의 이야기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다윈의 사생활


이 세상의 기원을 밝혀낸 이 시대 최고의 인물, 다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가 과학자가가 아니었다는 것도, 비글호를 타고 온 후에도 종의 기원을 발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도, 철저한 검토를 위해 여러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병마에 시달렸다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다. 아직도 명확한 병명을 모르는 다윈은 잠깐 앉아있고 산책할 수 있는 정도의 몸 움직임이 가능했던 시간들 동안 자신의 연구과정을 다듬었다고 한다.


거의 누워있어야만 하던 시간들 속에서 잠깐 움직일 때는 연구를 하고 글을 썼던 그 노력은 모른 채 그저 위대한 인물로만 알았던 나는 망치로 한 대 맞은 것만 같은 짙은 감동이 몰려왔다.  우리는 보통 그렇다. 아니, 나는 그래왔나 보다.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로만 사람들을 판단하고 인정하는 것, 말이다. 사실, 이런 위대한 인물은 객관적 업적으로만도 거론할 것들이 많아서 이런 사적인 이야기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끄럽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앞부분만 두어번 읽고 처박아두었던 [종의 기원]을 다시 읽을 때는 병마와 싸우면서 한 줄 한 줄 적어나갔던 다윈을 떠올릴 것 같다.


평생을 아프면서 사는 사람에게 세상은 불행이지 않을까? 또한 세상에 대한 불만이 어느정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윈은 세상의 고통과 불행에 비해 우세한 것은 행복이라고 했단다. 늘 극심한 고통을 겪는 종은 결코 번식하기를 등한시할 것이라면서. 이런 말은 사실, 경험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본인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말했을까? 너무 힘들어서 세상을 등지고 싶어하지는 않았을까? 그러니 우리 인간이라는 종이 이렇게 계속해서 살고 있는 이유는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다윈 역시 잠시나마 주어지는 연구하고 글쓰는 자투리 시간을 귀하고 행복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다.



동화에 구현된 작가의 삶


안데르센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왔다. 사실, 동화만 많이 알고 있을 뿐이지 이 작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지 못했다. 사실은, 고백하자면 관심도 갖지 않았다. 나 또한 안데르센 동화는 어렸을 적 아이들이나 읽는 동화 정도로 치부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동화작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놓아버렸다.


하지만, 어렸을 적 그의 동화는 내게 큰 영향을 끼쳤다. 미운 오리 새끼를 읽으면서 나는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인어공주를 읽으면서는 거품으로 사라지는 공주의 아픈 사랑에 가슴이 미어졌고, 성냥팔이 소녀를 읽으면서는 추위에 떠는 불쌍한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돌아보는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사실, 글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어떤 주제를 창조해내고 그것을 전개해 가는 일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설가는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고 아니면 주변의 인물들을 소재로 쓰기도 하고 아니면 여행이나 경험을 통해서 얻은 주제로 혹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철저히 조사해서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고 한다. 안데르센이 어떤 사람인지 사실은 그의 동화 속에 그대로 녹아져 있었다는 것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너무나 가난했지만 무대에 서고 싶은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자신의 처지를 힘들어하며 달콤한 상류층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소망으로 살았던, 그래서 늘 인정받고 싶었던 안데르센의 삶을 떠올리니 한편으로 가여웠고 그래서 더 그의 재능이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쓰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창작하는 것은 더 어려운 작업이며, 그 창작이 마치 어린아이들에게 읽히기 좋은 형태로 쓰여지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듯 하지만 사실은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면, 사실은 동화라는 장르가 안데르센이 품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면 ( 적어도 내겐 ) 상상을 초월하는 위대하고 경이로운 능력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안데르센이란 작가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힘들게 살았지만, 남들에게 비웃음을 받기도 했지만, 평생 자격지심을 갖고 살아야 했지만, 그래서 인정받기 위해, 살기 위해 글을 썼던 이 위대한 작가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어떤 삶을 살더라도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


이어진 두 챕터는 우리시대의 이야기다. 암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가면서 죽음을 담담히 기록했던 사람들, 그리고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역사로 써도 손색이 없을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룬 젊은이들과 그들의 기댈 곳이 되었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두 챕터를 읽으며 나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너무나 일찍 죽음을 맞아야 해서 이기도 하고, 아픈 청소년기를 견뎌내서이기도 했다. 




그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역사다. 

책을 덮으며 왜 책 제목이 마음 아플 때 읽는 역사책인지 알겠다.

누군가 아플 때는 또 다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다 읽고 나서 나는,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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