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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03. 2023
세월은 소리 없이 우리에게 온다
Les années nous viennent sans bruit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세월은 소리 없이 우리에게 온다
(Les années nous viennent sans bruit).
2022년 1월 1일, 침대에 모로 누워 신년 가요축제를 시청하면서 다짐했었다. "작년은 망했지만 올해는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이번엔 찐이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일도 없이 2023년 1월 2일이다. 왜 시간은 이렇게 순식간에 가는 걸까?
옛날 사람들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빠르게 흐르는 세월에 관한 속담이 꽤 남아 있다.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등등. 프랑스도 마찬가지인데, 우리처럼 액체에 쓰이는 동사인 '흐르다(couler)'를 시간에 적용하여 시간이 흐른다(le temps coule)고 자주 표현한다.
'세월은 소리 없이 우리에게 온다'라는 속담은 로마의 문장가 오비디우스(Ovidius, BC 43 ~ AD 17/18)가 서기 8년에 남긴 <행사력(Fasti)>이라는 서사시의 한 구절에서 유래되었다. 행사력에서 오비디우스는 다양한 축제의 기원과 풍습을 로마의 달력 날짜대로 서술해 놓고 있다. 미완성작으로 남았지만, 로마 신들을 기리는 축제가 어떠한 유래와 의미가 있는지 속속들이 적어 놓은 귀한 사료이다. 위 속담은 <행사력> 중 이오니우스, 즉 유노(Juno: 그리스신 헤라)의 수호달인 6월을 서술한 6권, 6월 24일에 등장한다.
시간은 역동하고, 우린 소리 없이 나이를 먹습니다,
/Tempora lābuntur, tacitīsque senēscimus annīs,
도망치는 시간에 재갈 물려 막을 순 없습니다.
/et fugiunt frēnō nōn remorante diēs.
포르투나 축제가 벌써 코앞이라니!
/quam cito venerunt Fortūna Fortīs honores!
- 오비디우스, <행사력> 책 VI. 771(6월 24일)-773.
여기서 말하는 포르투나란 행운의 여신을 말한다. 포르투나는 "행운의 여신은 용기 있는 자를 좋아한다(Fortune favours the brave: fortis fortuna adiuvat)"라는 관용어로도 유명한 로마의 여신으로, 매년 6월 24일에 여신을 기리는 축제가 열렸다.
로마에 남아 있는 포르투나 신전(Leo C. Curran). Fors Fortuna 축제는 아직도 명맥을 잇고 있다.프랑스인들은 오비드가 남긴 말 중 특히 위 문장을 아름답다고 여긴 것 같다. 한편, <행사력>에서 새해에 대해 오비디우스는 어떤 말을 했을까?
말해주소서 야누스여. 왜 새해는 추운 기간에 시작되는 것이니이까?
봄에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텐데 말입니다.
모든 것들이 꽃피우고, 새로이 시대가 도래하고,
부풀어 오른 포도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는 새로 돋아난 잎사귀들로 덮이고, ...(중략)
그런 때야말로 새해라고 불리는 게 옳지 않으리이까.
‘dic, age, frigoribus quare novus incipit annus,
qui melius per ver incipiendus erat?
omnia tunc florent, tunc est nova temporis aetas,
et nova de gravido palmite gemma tumet,
et modo formatis operitur frondibus arbor, ...(중략)
haec anni novitas iure vocanda fuit.’
오비디우스, <행사력> 책 I, 150-1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