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기쁨이 눕는 자리(1)

침대 위 우리의 변천사

by 쑥자람

“오빠, 왜 안 자고 있어?”


깊은 새벽. 웬일로 잠에서 깼다. 흐릿한 시야 너머, 문이 침대 구석에 엎드린 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상했다. 한 번 잠들면 웬만해선 깨어나지 않는 문인데. 나는 졸린 눈으로 그의 어깻죽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왜 안 자?”


문은 꼼짝 하나 하지 않은 채 투정부리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쑥이가 내 자리 다 뺏었어.”


그제야 뒤쪽이 썰렁하다는 걸 느꼈다. 어느새 침대 중앙선을 훌쩍 넘어 문의 공간을 차지한 채 자고 있었던 것이다. 잠귀신을 쫓아낸 건 귀신이 아니라 나였던 셈이다. 나는 엉거주춤 몸을 뒤로 빼며 우리 사이 틈을 손으로 쓱쓱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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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자리 생겼어. 어서 와서 자.”


그 말을 끝으로, 문이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다시 깊은 잠에 취해버렸다. 아침에 기지개와 함께 개운하게 눈을 떴을 땐 웬일로 문이 깨 있었다.


“오빠, 어제 계속 못 잤어?”


그는 대답 대신 나를 조용히 바라봤다.


“설마 내가 또 오빠 자리 뺏은 건가?”


그러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문이 하는 말.


“우리 쑥이 어제 많이 피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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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자리를 빼앗을 정도로 벌러덩 드러눕기도 하고, 데구르르 구르며 자다니.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지난 밤을 떠올리며 머릿속이 시끄러워졌다.


‘아니 집에서 혼자 잘 때도 얌전히 자는 녀석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잠버릇이 이렇게 생긴다고?’

‘설마 이불도 막 걷어 차고, 시끄럽게 코도 골고, 잠꼬대도 한 건 아니겠지?’


이부자리 하나 흐뜨러뜨리지 않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나도 모르게 문을 깨울 정도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니…. 1년 전과는 너무 달라진 우리의 잠자리 풍경. 콩닥거리던 떨림, 간질거리던 설렘의 시기를 지나 함께하는 게 익숙해지면, 점점 이렇게 변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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