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번씩 먹던 치킨을 다이어트와 건강 관리와 재정적인 문제를 이유로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였다. 저녁엔 웬만하면 샐러드나 시리얼을 먹는다. 운동도 꾸준하게 하니 몸도 건강해진 것 같고 살(주로 지방)도 빠졌다.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 참을 수 없을 때는 치킨을 사 먹기도 한다. 그 참을 수 없는 식욕이 자주 찾아오면 문제가 된다. 살찐다고, 비싸다고 생각해서 시키지는 못하고 배달어플 구경하며 내가 나를 또 괴롭히기 시작한다.
입맛이 별로 없는 날이 가장 위험하다.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샐러드도 시리얼도 편의점 음식도 별로 먹고 싶지가 않은, 그런 날. 배는 고프니 뭐라도 먹어야 하니 배달어플을 켜 본다. 먹을 만한 음식은 정말 많다. 이것도 맛있겠고, 저것도 맛있겠다. 하지만 한 끼 먹는데 2만 2천 원을 써야 한다니. 시켜서 반만 먹고 내일 또 먹을 거니까 1만 1천 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밥 한 끼 먹는데 1만 1천 원이라니 너무 비싸다. 할인하는 브랜드를 찾아서 할인된 가격을 계산해 보지만 결국은 2만 원이다. 더 싼 건 없는지 아무리 찾아보지만 그런 건 없다. 최소주문가격과 배달비를 계산하면 뭘 해도 결국은 2만 원이다. 이건 2만 3천 원, 이건 2만 1천 원, 이건 1만 9천 원, 이건 2만 7천 원. 뭘 골라봐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하루이틀쯤은 2만 원 내고 사 먹어도 되지만,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 배달 어플을 계속 보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진다. 그깟 돈 얼마나 한다고, 배고파 죽겠는데 비싸다며 시켜 먹지도 못하고 어플만 보면서 한 시간째 굶고 있다. 눈 딱 감고 시키려다가도, 살찔 걱정에 또 브레이크가 걸린다. 살찌면 좀 어떻고, 한 끼에 2만 원 그거 쓰면 좀 어떤가. 어차피 계층사다리는 무너져서 이 돈 아낀다고 부자 되는 거 아니다.
200원 300원이 아까워 좋아하는 메뉴를 포기하던 학생 시절이 생각났다가, 지금도 그렇다는 걸 깨닫고는 또 자신이 싫어진다. 2000원이 아까워 치킨 신메뉴는 쳐다도 보지 않고, 3000원이 아까워 피자에 치즈크러스트를 추가 못한다. 이 돈 쓴다고 카드값 못 내는 것도 아니고, 저금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달이 월급 나오는 직장도 다니고 있고, 많이 낡았지만 차도 있다. 매일 아침 1500원짜리 커피도 사 마시고, 넷플릭스 구독도 하고, 돈 좀 번다고 치아교정도 한다. 근데 도대체 왜 그놈의 밥값이 아까워서 방바닥에 누워 굶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굶고 있으면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돈이 아깝다. 그깟 돈이 너무 아깝다. 쓰려고 버는 돈인데, 아까워서 쓰지를 못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인데 한심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