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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호 Feb 22. 2023

예민하다는 걸 깨달았다

 둔감하고 무던하게 살았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이 뭘 하고 다니는지 관심도 없고 사생활은 알고 싶지도 않으며, 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알빠임?'이다. 회사에서는 내 할 일만 잘하면 되고, 누가 이랬다더라 누구는 저랬다더라 하는 가십거리들은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얘기들이니 신경 쓰지 않는다. 최근에 깨달았다. 자신이 정말 정말 정말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예민해서 주변 환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둔감하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는 것도, 누가 뭘 하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던 거였다.


 주변에 언짢은 것들이 너무 많다. 카페에서 옆 테이블에 일회용 컵을 들고 잠깐 앉아있는 사람. '흡연실에 음료 반입 금지'라고 쓰여 있지만 음료를 들고 들어오는 사람. 전철에서 두꺼운 백팩을 뒤로 메고 서 있는 사람.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주세요'라는 안내문. 좁은 길에서 1열 횡대로 걷는 무리. 핸드폰을 보다가 횡단보도 신호를 놓치는 사람. 흡연구역 재떨이를 내버려 두고 굳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꽁초들. 사방팔방 눌러놓은 엘리베이터 버튼.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들조차 눈에 너무 거슬려서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관심을 차단한다. '나랑은 상관없어', '그러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지'라고 생각하려는 노력을 쏟는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에너지를 쓰니 쉽게 지친다. 집에 오자마자 외투와 마스크도 벗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리는, 유난히 피곤한 날들이 가끔 있었다. 이제 그 이유를 깨달았다. 유난히 예민한 날이었거나, 언짢은 요소들이 많은 날이었을 것이다.


 집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휴식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집에는 신경 쓰이는 것들이 없다. 있어도 직접 해결이 가능하다. 역시 (혼자 사는) 집이 최고다. 아무리 좁은 원룸이어도 혼자만의 공간의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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