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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기회 Oct 02. 2024

순도 100%의 나

회사원은 본캐, 그럼 나의 부캐는?

회사에서 나의 모습은 '나'이긴 하지만 '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순도 100%의 내가 있다면 회사에서의 내 모습은 한 20% 정도? 더 낮을 수도 있겠다. 이 비율은 사람마다 다를 텐데 보통 회사에 대한 마음과 회사에 자신을 투영하는 정도 등에 따라서 정해진다. 예를 들어 일도 열심히 하고 회사 사람들과 여행을 갈 만큼 친하게 지낸다면 아마도 100%에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회사에서의 모습은 얼마든지 가공도 가능해서 의도를 갖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노출할 수도 있다.


연예인들의 본캐(본캐릭터), 부캐(부캐릭터)가 유행할 때 나도 그럼 회사원이라는 모습 말고 새로운 나의 부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맡은 업무에 열정과 애정이 있다면 오롯이 회사원이라는 본캐에만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다. 또 그렇게 본업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회사 안팎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고, 속상하게도 지금 하는 업무에 열정이 없다. 나의 본캐 부정기를 구구절절 작성할 수 있을 정도로(오 다음 브런치 주제?) 지금 하는 일에 흥미가 안 생긴다. 일을 하면서 뜨거워진 적도 없으니 번아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냥 입사 후 지금까지 미지근한 상태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유골함에 죽은이를 상징하는 조각을 한다고 한다. 보드게임을 엄청 잘 하셨던 사람인가보다! 아마 부캐가 보드게임 고수겠지?


업무에 열정 없는 평범한 직장인 위기회씨로 살기에 인생은 짧고, 세상에 재밌는 일은 많다! 그렇다고 퇴사를 감행할 만큼 회사가 싫지도 않고(꾸준히 들어오는 월급이 감사하다), 퇴사할 용기도 없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다!'라는 위기회의 마인드로 나의 부캐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부 캐 만들기가 N잡러와는 좀 다른 것이 N잡이 어느 정도 수익을 원한다면, 부캐는 그저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오히려 본캐로 번 돈을 부캐 만들기 프로젝트에 쏟아붓고 있다. 부캐 만들기와 본캐의 상생! 스스로 만드는 순환 경제!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연재하며 매거진을 발행하는 것도 나의 부캐 만들기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회사에서 우울한 기분으로 퇴근을 해도 집에서 노트북을 켜서 글을 쓰면 기분이 환기된다. 내 글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회사에서 느끼지 못한 보람과 행복을 브런치를 통해 느끼고 있다.


알람을 보고 소리 질렀다!!!!!


브런치 작가 활동 외에도 좋아하는 카페와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하타요가를 꾸준히 수련하고 있다. 또, 취향을 탐구하는 모임을 기획하고,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다. 회사원으로서 나의 키워드가 그저 '회사원'에 그쳤다면, 부캐 만들기 활동으로 여러 별명이 생기고 있다. 위기회 작가, 블로거, 요가수련자, 취향모임장 등 나의 부캐에는 순도 100%에 가까운 내가 있다. 이런 부캐들 덕분에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탐구하고 증명하는 중이며, 회사원으로 벗어난 퇴직 후의 삶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꿈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어서 미술 수업을 듣고 선 긋기부터 연습하고 있다. 미술이 취미인 부캐 만들기~

이따금 자기 분야에서 본업을 잘하는 본캐들의 반짝이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왜 회사에서 저렇게 하지 못할까 아쉬운 마음도 있다. 회사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본캐와 부캐에 걸쳐있는 생활을 하니 본캐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나의 마음을 시끄럽게 한다.


이렇듯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순도 100%의 내 모습을 꺼내 보이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건 내 욕심이라 생각하고 내려놓는 중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맞지 않는 신발이라면, 그런 신발을 신고 걸어갈 수는 있지만 멀리 나가지는 못한다. 신발을 여러 번 고쳐 신으려 했지만 회사라는 조직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퇴근 후에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아 신고 저 멀리~ 훌쩍 나아가려고 한다. 부캐의 좋은 점은 다양한 신발을 신어보고 내 발에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만나면 그때는 신발이 헐을 때까지 열심히 신고 앞으로 달려야지!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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