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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택 Apr 25. 2021

노화가 허리통증의 원인이 된다.

허리디스크 퇴행성 변화와 허리통증


  노화로 인한 척추의 퇴행성 변화는 허리통증의 원인이 된다. 노화란 생명체가 시간 경과에 따라 세포, 조직 등이 퇴행되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성장을 하고 이후로는 조금씩 노화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수록 노화의 진행 과정은 빨라진다. 척추도 추간판, 뼈, 인대 등 조직마다 퇴행성 질환이 나타난다. 퇴행성 질환이란 선천적인 기형, 외상, 감염을 제외하고 몸을 쓰면서 조직 손상이 일어나는 질환을 말한다. 사용 시간이 많아지고 누적되는 노년층에 많이 나타나지만 단기간에 많이 쓰거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계속하면 이른 나이에도 퇴행성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추간판 성분의 노화가 퇴행성 증가와 허리통증을 만든다. 추간판은 물과 결합하는 성질이 강한 당단백질인 프로테오글리칸과 콜라겐(피부, 머리카락, 힘줄 등에 있는 특수한 단백질), 물 성분으로 구성된다. 프로테오글리칸은 추간판의 구조와 기능에 필수적이고 영향을 많이 미친다. 나이가 들수록 프로테오글리칸의 비율은 감소되고 수분을 흡수하고 함유하는 능력이 줄어든다. 콜라겐 비율이 증가하면서 탄력성이 더 떨어지고 딱딱해진다(섬유화). 추간판은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과 안정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손상이 된다. 추간판의 변화는 한두 번의 사소한 충격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누적되면서 어느 순간 나타난다.  

  

  추간판 구조물도 노화된다. 수핵은 태어날 때 약 90% 이지만 75세에 이르면 65~72%로 감소된다. 프로테오글리칸 함유량이 많은 수핵은 수분이 줄어들면서 압축 하중에 충격을 더 받고 움직이는 능력도 감소한다. 섬유륜은 20대 초반이 되면 가느다란 실금이 생기기 시작한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섬유륜의 실금들이 많아지고 탄력성이 줄면서 척추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수핵과 섬유륜이 기능이 감소하면 추간판의 두께(높이)도 점차 감소하고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이나 추간공에 협착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년층에 추간판탈출증과 협착증이 동시에 있는 경우가 많은 이유 중에 하나이다.    


  연골종판도 수분 손실이 일어나면서 석회화(칼슘 침착)가 진행되고 딱딱해지면 기능을 잃는다. 연골종판의 퇴행성 변화는 영양 공급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추간판의 퇴행을 더 가속화시킨다. 연골종판의 석회화는 추간판 질환의 전조 증상의 하나로 추정되므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디스크의 영양 공급은 연골종판과 척추체 해면골(스펀지 같은 형태로 조혈 작용을 하는 골수를 저장하는 역할)에 분포한 혈관이 섬유륜 외층을 경유하면서 일어난다. 척추뼈도 노화가 되면 파골세포(뼈를 녹이고 흡수하는 뼈세포의 일종)가 강해져 뼈 생성보다 흡수가 많아지면서 약해진다. 퇴행성 변화는 해면골에서 섬유륜 외층으로 이동하는 영양 공급도 감소시킨다.    


  추간판탈출증은 대부분 추간판의 반복되는 과부하에 따른 퇴행성 변화로 생긴다. 척추관협착증은 뼈의 노화와 관련이 깊다. 노화로 척추뼈의 후방에 있는 후관절은 비대해지고 추간판은 수분량이 줄고 인대들은 두꺼워진다. 퇴행성 변화가 복합되면서 신경통로인 척수가 있는 척추관과 신경뿌리가 나가는 추간공은 더 눌리게 된다. 인대가 딱딱해지고 두꺼워지고 불필요한 뼈가 자라면서(골극) 더 좁아진다. 뼈, 관절, 인대가 노화로 변성되면 척추관협착증과 추간공협착증이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도 평균 수명의 증가로 척추관협착증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50세 이상 척추관협착증 환자 수가 2010년 84만 9천명에서 2015년 약 136만 여명으로 약 60%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추간판탈출증 환자보다 척추관협착증 환자 수의 증가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협착이 있어도 약 3분의 1은 자연 회복된다. 척추관협착증이 있다고 통증이 계속 있는 것은 아니니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사람이 직립 보행을 해서 퇴행성 변화가 더 생길까? 직립 보행을 안 하면 퇴행성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사람은 두 발로 다녀서 중력의 영향을 더 받고 퇴행성 변화가 생긴다는 설이 있다. 네발 달린 개나 고양이는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 연구 결과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에게도 추간판탈출증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있다. 두 발과 네 발의 차이가 아닌 퇴행성 변화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노화가 다 허리통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면서 약 20%는 요통을 전혀 겪지 않는다고 하니 다른 길이 분명히 있다.

   

  함께 재활 운동하는 80세 여성분이 계시다. 무릎 연골 손상으로 걷는 게 불편하지만 허리통증은 없다. 유연성이 좋으셔서 앞으로 옆으로 다리 찢기가 가능하다. 친구들도 만나고 골프도 치고 활동을 왕성하게 하신다. 30대 중반 때 요통으로 2년 정도 고생하다가 회복이 됐고 건강을 위해 그 때부터 노력하셨다고 한다. 아이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운동을 했더니 유연해지고 힘도 생기셨다고 한다. 생활습관을 신경 쓰고 꾸준히 운동을 했더니 지금은 허리통증 없이 잘 지내신다. 관리를 통해 기능이 좋으면 허리통증이 없을 수 있는 것이다.  

  

  50대 중반이나 60대 때 요통으로 오시는 분들이 자주 하는 말씀이 있다. 허리 아픈 줄 모르고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프더란다. 삐끗하거나 외상으로 인한 급성 통증이 아니면 천천히 누적되어 퇴행성 변화를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걷기는 가볍게 하지만 운동은 따로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하셨다. 안 하던 운동을 하려니 걱정부터 하신다. 나이가 많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기능이 좋아지게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다. 또한 자연치유력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질 수도 있다.    


   100세 시대는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 수명이 중요하다. 각 세대나 연령대마다 살면서 죽을 때까지 능동적이고 활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노년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성공적인 노화(successful aging)라고 한다. 허리통증 없이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내 몸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적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해주는 관절이라 다른 관절보다 퇴행 속도가 빠르지만 무리가 가지 않도록 관리하면 충분히 늦출 수 있다.     


  노화로 인한 척추의 퇴행성 변화는 허리통증의 원인이 된다. 첫째,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이다. 둘째, 척추의 퇴행성 변화는 늦출 수 있다. 퇴행성 질환이 있어도 통증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다. 셋째, 허리통증과 퇴행성 정도는 개인차가 크다. 노력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잘 관리할 수 있다. 넷째, 젊은 나이에 허리통증으로 고생해도 오히려 건강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그때부터 관리하는 게 좋다. 오늘 어떻게 지내느냐가 평생 허리 건강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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