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20여년전 작은 고모 집에 놀러갔던 적이 있다. 벽에 걸린 액자 속 사진을 보던 중 고모와 사촌누나 둘이 찍은 사진에 눈길이 머물렀다. 따로 보면 전혀 다르게 생겼다고 느꼈는데, 나란히 서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찍은 사진을 보니 꽤 많이 닮아있었다. 핏줄이 이런건가 싶었다. 그도 그렇고, 어렸을 때 그냥 넘겨보았던 앨범 속 젊은 시절 엄마와 아빠의 모습에 이제는 나의 얼굴, 내 동생, 형의 얼굴이 보인다. 대게 가족사진이란게 그 어떤 수렴, 닮음과 연속, 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최근에 가족사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진)을 찍었다. 내 부모와 형제들은 아니고, 나의 연인과 반려견과 함께. 사진을 찍기 전, 그러니까 사진 앞에 '가족'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되나 싶은 생각을 하기 전, 이미 우리 셋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법적으로 묶인 관계는 아니지만, 이대로 쭈욱 지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결혼이나 혼인신고나 그 누군가의 공인이 없어도 우리는 우리대로 충분하다는 생각. 이 느슨한 관계의 긴장이 다른 양상의 닮음과 연속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오만한 생각도 해봤다.
셋이 다니면 닮았다는 말을 더러 듣는다. 생긴건 전혀 다른 것 같은데, 뭐가 닮았다는 건지 모르겠다. 근데 기분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