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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나 Jul 19. 2023

다들 그런 날 있지 않나요?

다들 그런 날 없나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한 날이요.

이 생각 저 생각 머릿속만 복잡한 날이요.

집에 있자니 소파와 티브이랑 한 몸이 될 것 같은 날이요. 

그럴 때 저는 스타벅스로 갑니다.




 22살의 첫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정말 특별한 곳이었다.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그 스타벅스는 정말 신비롭고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뭔가 있어 보이고 여유로워 보였다.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분위기는 무척 새로웠으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보사노바풍의 재즈 음악은 그 공간이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듯 감미로웠다.  집 근처 카페에서는 전혀 찾아보지 못한 고급스러움이 들었다. 더구나 거긴 주인의 눈치 따윈 없는 나만의 공간이 되어주었다. 직원들이 가끔씩 올라와서 테이블을 정리하곤 했지만 동네카페에서 느끼는 눈길 따윈 그곳에 없었다. 그게 그렇게 좋았다. 그냥 마냥 어른이 된 여유를 느끼는 것 같아서 행복했다. 

  또한 거기엔 내 머릿속에 알고 있는 커피 메뉴 외에도 맛난 음료가 너무나 많았다. 비록 음료가 적혀있는 메뉴판을 보면 어지러움이 밀려올 만큼 어려웠지만 고민하다가 결국 녹차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매력적이게 쌉쌀하면서 달콤한 맛이었다. 

 그 후로도 토요일에 출근을 안 하는 날이면 나는 집에서 출근하는 척 나와 스타벅스로 향했다. 일을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여행 간다는 기분 들어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 나만의 행복이었다. 






 오늘도 이런저런 고민에 마음이 복잡해서 스타벅스로 향한다. 

 스타벅스에 도착하면 먼저 내가 앉을자리를 눈으로 탐색한다. 구석진 자리를 눈으로 콕 집어 놓은 후 카운터로 향한다. 쇼케이스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와 말차프라푸치노를 주문하고 제일 구석진 자리에 앉는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스타벅스에 가면 웬만해선 녹차프라푸치노를 마시고 있다. 비록 말차프라푸치노라는 좀 더 진한 맛이 느껴지는 이름으로 변했지만 나의 입맛엔 변함이 없이 이 음료가 가장 맛나다.  

 

 자리에 앉으면 노트북을 펼치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글로 짧게 남긴다. 그렇게라도 끄적이면 마음이 좀 나아진다. 그리고 천천히 음료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주변의 사람들을 관찰한다. 

 여기저기에 앉아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바쁜 직장인들은 식사로 빵을 먹으면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전화를 받는다. 엄마들은 아기들과 함께 와서 음료를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누린다. 앉아서 여러 사람들을 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모습도 되돌아 생각해 보게 된다. 





 스타벅스에 오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으며 분위기에서 여유를 느끼고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곳과 차별된 이곳만의 특별한 모습인 것 같다. 나도 그들처럼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그들에게 스며든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남들이 보는 것만으로 자극이 된다. 그렇게 동화되어 몇 시간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된다.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큰 문제는 아니구나 느낀다.


 오늘의 머릿속 복잡함은 남들은 쉽게 하는 일을 나만 잘 못 헤쳐나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가며 나를 스스로 괴롭혔던 고민의 답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남들과의 다른 결과를 비교하면서 나를 스스로 힘들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 다른 사람이 보는 나도 내 본모습이 아닌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다르게 비치겠지. 결국 나의 의지대로 내가 갈 길을 꿋꿋이 열심히 걸어가면 되는 거였다. 






오늘의 스타벅스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진 않지만 이 공간은 함께 공유하고 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주어짐에 감사하다. 20여 년 전 그날처럼 나는 자유롭고 여유롭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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