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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나 Jul 12. 2023

벌써부터 방학이 두렵습니다.

인스턴트와 집밥

 벌써 7월이다.


 7월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여름방학'

네네. 그 어마어마하신 분이 이제 다가오고 계십니다.

저같이 요리에 젬병인 엄마들에게 방학은 하루 세 번 고통의 연속입니다. 오죽하면 돌밥돌밥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겠습니까? 벌써 두.렵.습.니.다.



 

 방학에 3끼를 차려주는 건 요리를 잘 못하는 나에겐 좀 버거운 일이다. 하루 중 한 끼 정도는 면 요리로 대체해서 차려주기는 하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다. 더구나 집에서 3식을 하다 보니 점차 냉동식품과 밀키트의 비중이 늘어났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면 엄마들을 유혹하는 편리한 냉동식품과 밀키트가 아주 잘 구비되어 있다. 마트 가기 전엔 야채와 과일들로 주를 이루었던 장보기 명단에 살포시 그들을 올려본다. 날씨도 더우니 요리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는 정말 고마운 그들을 업고 뿌듯한 장보기를 마친다. 이내 집으로 돌아와서 정신 차려 보면 또 인스턴트식품만 가득 사 왔다는 생각에 죄책감 같은 것이 밀려온다. 호기롭게 맛난 음식을 해 주겠노라고 장을 보러 가 놓고선 몸이 안 좋은 음식이 가득이니 민망하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아들이 다 내 탓만 같고 관리를 못 해준 애미라서 미안함이 따른다.




 며칠 전 아들과 함께 점심을 고민하던 찰나 면이 얇은 컵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아들과 함께 근처 슈퍼에 가서 서로 마음에 드는 컵라면을 골라와서 점심을 먹었다. 평소 집엔 라면을 상비해 두지 않기 때문인데 상비하지 않은 이유는 손에 닿는 곳에 있으면 라면을 먹는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업인 나로서는 하루 세끼는 사치다. 그마저도 브런치라고 불리는 아점인 경우 나를 위해서 차려서 요리하고 치우고 하는 것이 귀찮다 생각되었다. 아이가 학교나 유치원에 간 시간이 나에겐 꿀 같이 소중한 시간이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도 부족했다.

 그 대안으로 라면은 딱 적당히 배부르고 빠르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좋은 식량이었다. 물론 라면을 무척 좋아해서 많이 먹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이런 인스턴트에 의지하는 내 식습관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최소한의 인스턴트와 냉동식품등을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내 맘을 모르는 아들은 저녁시간에 남편에게 오늘 점심은 컵라면을 먹어서 맛있었다고 했다. 곧 남편은 "점심에 컵라면 먹었어?"라는 되물음으로 내 마음에 스크레치를 내었다. 물론 남편이 눈치를 주거나 이런 음식을 차려주었다는 나를 비난하지는 않지만 내 마음속에 왠지 불편함이 밀려왔다. 마치 집에 있으면서 제대로 식사를 챙겨주지 못하는 못나고 성의 없는 엄마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신혼 초에는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레시피를 찾아 애정이 넘치는 요리를 하곤 했다. 그때는 요리하는 게 소꿉장난 같아서 재미있었다. 내가 마련한 예쁜 그릇과 조리 도구들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고 그런 도구들로 하는 요리는 정말 행복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리고 둘이서 먹는 요리는 맛이 없어도 맛이 있었다.

 하지만 요리가 현실이 되니 애들을 그저 빨리 먹이기에 바빴다. 먹이는 거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시간단축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에 부합할지 머리로 요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남편이 아침과 저녁을 집에서 먹지 않기 때문에 나는 아이들의 메뉴만 고민하면 되었고 아이들과 같이 먹다 보니 고만고만한 내 요리실력을 늘어나지 않았다. 핑계 같지만 더욱더 그랬다.




 남편은 종종 힘들면 동네 반찬 가게를 이용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땐 내 음식이 맛이 없나? 내 요리의 종류가 돌려 막기라 질린 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마구 들지만 남편은 순수한 의도로 내가 힘들어 보여서 일 것이다. 하지만 애들은 반찬가게의 음식은 대번에 알아차리고 잘 먹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맛도 좋고 메뉴도 다양해서 좋은데 아이들은 한 젓가락 먹으면 그만이다. 그럴 땐 나 혼자 남은 반찬을 먹으며 내가 왜 돈을 써가며 이 반찬을 사 왔을까 후회가 든다.

 


 오늘도 하는 수 없이 형편없는 내 요리 실력이라도 아이들에게 내가 해 주는 식사가 바른 거겠지 하며 마음을 돌려본다. 

 최대한 아이들이 좋아하면서 몸에 건강한 음식을 생각하며 일주일 식단표를 짠다. 식단표가 없었을 적엔 항상 냉장고를 열고 재료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걱정하던 내 모습이 있었다. 이젠 조금씩 습관을 바꿔보기로 한다. 식단표를 적으며 어릴 적 나의 엄마가 손수 집에서 만들어주신 각종 나물이며 돈가스, 짜장면등을 떠올려본다. 엄마도 나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어 하셨을 정성과 마음을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가끔씩 엄마가 해 주시던 김치찌개와 아빠가 해 주시던 수제비가 먹고 싶어 지는 날이 있다. 그건 음식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아가고 있다.


먼 훗날 아이들에게 가끔씩

엄마가 해 주었던 그 요리를 먹으면 힘이 날 것 같다는

메시지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것 같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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