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산성시장의 장날이었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어물전에 끄트머리에 모여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다가가 보니 조개를 구워 먹고 있었다. 한쪽에는 저렴해 보이는 조개들이 바가지에 담겨 있었다. 곧 주인처럼 보이는 분이 나에게 말했다. “조개는 하나에 오백 원, 소주는 한 잔에 천 원이야” 술값은 선불이고 조개는 먹고 나서 껍데기 수로 계산을 한단다. 술보다는 손님들 틈에 끼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피조개 두 개에 소주 한 잔 먹겠습니다.” 하고 만 원을 건넸다. 잔돈이 없었다. 그런데 주인이 이렇게 말을 한다. “이 기자 양반이 다들 한 잔씩 쏜답니다.” 나는 기자도 아니고 쏜다고 한 적도 없다. 하지만 이미 손님들은 손뼉을 쳤고 고맙다며 어서 앉으라고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어리둥절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뭔가 환영받는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조개를 낱개로 판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손님이 돈을 내면 그 돈으로 조개를 사와 다 같이 나눠 먹는다. 내 다음으로 오신 분도 오천 원을 내고 계속 드셨다. 조개나 술이 떨어지면 손님을 찾는다. 손님이 없으면 천 원, 이천 원씩 돈을 걷는다.
한 잔 받으라고 내어 준 종이컵이 축축하다. 테두리에는 누가 씹은 흔적도 있었다. “저는 만 원이나 냈는데 종이컵은 새 거로 주셔야죠.” 종이컵 사 올 테니 돈을 달라고 하는데 역시 만 원짜리 밖에 없었다. 그냥 먹겠다고 했다. 조개는 연탄불에 왜 올리는 걸까? 익기도 전에 다 먹을 거면서, 그리고 왜 그걸 계속 먹여 주는 걸까? 안에 모래가 가득한데, 나는 모래와 조개살를 질겅질겅 씹다가 소주를 부어 삼켰다. 처음에는 그들이 아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나에게 하는 친근함의 표현으로 보아 그들 모두 초면일 것이다. 우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처럼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그날 마신 소주는 나의 인생 소주 중에 하나이다.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걷다가 생선가게를 만났다. 나는 조개 오천 원어치를 비닐봉지에 담아 다시 연탄불로 돌아왔다. 그들이 준 따뜻함에 대한 보답이었다. 나를 보내며 아쉬워했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를 했다. 그들의 해맑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고속버스에 앉아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봤다
나도 모르게 계속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