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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Mar 08. 2022

아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부부의 15%, 난임부부 이야기.

어린 시절, 나는 버스를 탈 때마다 큰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은 누구이고, 어딜 그리 바삐 가는 걸까 늘 궁금해했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저녁을 먹겠지, 금요일 데이트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시간을 재고 있겠지, 마음 한편에 상처받은 하루를 삼키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잊고 있을지도 몰라.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어린 날.


지금의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때 길거리를 걸어 다니던 수많은 사람 중 부부는 몇 퍼센트였을까? 그중 아기를 기다리는 부부는? 생각지도 않게 아기를 만나게 된 부부는 얼마나 될까? 오지 않는 아기 때문에 눈물짓는 부부는 몇 퍼센트일까? 그리고 그게 내 이야기가 될 확률은...?


저마다의 사정을 품고, 입을 꾹 다문채 발걸음을 재촉하던 이들 중에 나와 같이 난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었을까?


우리나라 부부의 15%. 이 만큼의 사람들이 주사와 시간과 병원비를 감내하며 아기를 기다린다. 아니, 노력한다. 그리고 그 수는 점점 늘고 있다.


2년의 노력에도 아기가 생기지 않았던 3년 차 신혼부부인 우리는 결국 난임 병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결과는 난소 기능 저하. 분명 내 나이는 32세인데, 왜 내 난소의 나이는 42세인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의 소견은 '난자의 수와 질 모두 떨어져 있으니 임신을 원한다면 시험관 시술이 급하다'였다. 시험관 시술을 해보면 좋겠다가 아니라 시급하다라니.... 이것 때문이었구나.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몸이 따뜻해야 생겨.' '마음이 편하면 금방 생기더라.' 그런 두리뭉실하고 들을수록 아리송한 이유가 아닌, amh0.76이라는 명확한 수치로 나는 난임부부 판정을 받았다.


난임 병원의 문을 두드리기까지의 그 망설임. 검사 결과를 들었을 때의 그 당혹감. 난임을 받아들이고 시험관을 준비하던 기간의 슬픔. 왜 나만??이라는 외로움과 억울함. 난임부부로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15%라는 막연한 숫자가 내 이야기가 되어 100%가 될 때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경험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아는 법. 나 또한 난임에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는 먼 친구가 시험관을 했다는 이야기에 무려 동정의 마음을 갖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다림을 계속하고 있는지, 이 산업이 얼마나 큰지, 그 속에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이 존재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 1%, 10%, 15%... 숫자에 가려져있던 사람들의 아픔 또한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다수의 범위를 벗어난 숫자 속의 삶에 어떤 외로움이 있는지를.


굳이 겪지 않아도 좋을 경험이지만,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되었다면 슬기롭게 이겨내 보자고 마음먹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더욱 두렵고 무섭지만, 아마도 마음까지 상처받을 일이 많겠지만,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우리 부부는 기를 기다리고 있는 난임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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