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률
요새 가까운 선후배, 동기들을 만나면 항상 '돈' 이야기가 주제에서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식, 부동산, 코인, 최근에는 연말정산도 이야깃거리 중 하나가 되겠네요. 분명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만나기만 하면 돈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시대에 월급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작년에 비해 더 누리고 산 것이 없는데도 월 지출이 10%~20% 상승한 게 눈에 띕니다. 공무원 월급 상승률은 올해 1.7%이지요(그마저도 4급 이상은 동결이라, 누구보다도 업무에 열과 성을 다하시는 저희 과장님은 얼마나 억울하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수인상분 1.7%에 호봉도 한 단계 오른 올해 저의 1월 소득은 2022년 1월 소득에 비해 2.5%가 올랐네요. 반면 올 1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대비)은 5.2%. 숫자도 그렇지만 체감하기로도 실시간으로 가난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식당을 몇 달 만에 가 보면 밥값이 천원 이천원씩 올라 있고, 이번 달 난방비는 작년 1월 난방비보다 10만원이 올랐더라구요. 후배들 밥 사주는 게 회사생활의 낙이었는데, 갈수록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러워지는 게 슬퍼지기도 합니다.
하도 공무원 월급 상승이 요원해 보이니 자연스럽게 다른 소득수단에 관심을 돌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 코인 선물거래나 각종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또래 공무원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다소 위험기피적인 성향이라, 선물투자는 좀 무섭지 않냐고 여쭤보자 '어차피 월급만 모아서는 가난해지는 건 뻔한데요.'라고 말씀하시던 동료가 기억에 남아요.
과장님, 국장님들께서는 업무 시간 외에도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고 하시지만, MZ세대 공무원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굶어죽기 딱 좋지 않을까요'하는 생각부터 듭니다.
공직을 선택한 사람들이 민간만큼의 금전적 보상을 바라고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가난해지는 공무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동기 OOO가 퇴사했다더라'라는 소식이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요즘,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는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