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무원이 퇴근 후 달려가는 곳?
좋아서 배우는 노래 - 보컬 레슨 받기
처음 직장에 들어가서 1년은 정말 일만 했던 것 같습니다. 일이 손에 익지 않아서 야근도 많이 했고, 퇴근하고 나면 그야말로 탈진 상태였으니 취미를 가질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었죠.
그래도 직장 경력이 한두 해 쌓이면서 '워라밸' 중 '라이프' 영역이 조금씩 생겨났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기질적으로 뭔가에 금방 푹 빠졌다가 쉽게 질리는 성향입니다. 공부나 일처럼 '해야만 하는 일'은 끈기 있게 하는 편이지만, 취미처럼 순전히 제 흥미에 달린 일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시들해지곤 했어요.
대학교 땐 춤과 공연에 빠졌던 적도 있었고, 필라테스를 재밌게 했던 적도 있었고, 한동안은 여행에 빠져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여행을 다니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 흥미가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때로는 한 가지 취미를 5년 10년씩 쭉 해 오고 있는 분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게 제 타고난 성향이려니 합니다. 그동안 즐겨 왔던 취미가 여러 개다 보니,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대화거리가 다양해지는 장점도 있거든요. 그리고 취미니까, 잘할 필요 없이 내가 즐거우면 된 거 아닌가 하면서 부담은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동안 취미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가 최근에 한 가지 취미가 새로 생겼습니다. 바로 보컬 레슨을 받는 것입니다.
행정고시를 준비할 때부터 노래방에 가는 걸 좋아했습니다. 특히 지루한 PSAT 공부 기간에, 한 세트를 다 풀고 지칠 때쯤 코인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오면 스트레스가 많이 풀리곤 했었죠. 그 후로도 노래 부르는 건 꾸준히 좋아했던 것 같아요. 특히나 너무 마음에 드는 노래를 발견했을 때, 당장 노래방에 가서 부르고 싶을 때가 있더라구요.
하지만 남들 앞에서 노래부르는 건 부끄럽고, 대부분 혼자 코인노래방에서 부르다 보니 노래 실력에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배워보고 싶단 생각은 있었지만 용기가 안 나서 생각에만 그치곤 했었죠.
그런데 얼마 전, 회사에서 친한 분이 보컬 레슨을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그 분 말로는 본인이 원래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닌데 친한 친구 결혼식의 축가를 불러 주겠다고 덜컥 약속을 해 버려서, 급히 보컬 레슨을 구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후로도 중간중간 레슨 후기를 들려 주는데,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숨고'나 '탈잉' 같은 플랫폼에 보컬 레슨을 구해 보았습니다. 마침 집 가까운 곳에 괜찮아 보이는 선생님이 있어, 떨리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하러 갔습니다.
매우 긴장해서 갔는데, 다행히 선생님께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성격이시라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제가 노래를 한 곡 하고, 부족한 점을 찾아 주신다고 하셔서 평소에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던 곡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정말 노래방에서 부르는 거랑은 다르더라구요. 알고 보니 노래방 마이크는 에코가 강하게 들어가서 원래 자기 실력보다 훨씬 잘 부르게 들린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날것의 제 목소리를 들어 보니... 내가 노래를 이렇게 못했나 싶어서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선생님께서 호흡법도 알려 주시고, 노래는 무조건 배우면 는다고 용기도 주셔서 조금의 자신감을 얻고 왔습니다.
아직 레슨을 받은 지는 몇 번 되지 않았지만, 일이나 성취가 아닌 '취미'영역에서 실력을 늘리기 위해 레슨을 받는 건 오랜만이라, 레슨 받으러 가는 게 설레고 행복합니다.
노래는 그래도 제가 꽤 오랜 시간을 즐겨 온 일이니까, 지금의 이 설렘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를. 이전의 다른 취미들처럼 금방 식어 버리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