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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호 Oct 13. 2021

대한민국 최대 소셜벤처 창업 지원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탄생기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본사 사회문화팀으로 자리를 옮긴 2010년, ‘아쇼카 펠로우’에 대해 알게 됐다. 1980년 설립된 아쇼카재단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데, 설립 이후 40년간 전 세계 82개국에서 3200여명의 아쇼카 펠로우를 선정했다. 특히 재단 설립자인 빌 드레이튼의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철학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아쇼카 펠로우십은 내게 단순한 어워즈가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혁신을 위한 플랫폼이자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UC버클리 하스스쿨에서 주최하고 골드만삭스가 후원하는 글로벌 소셜벤처 경연대회 ‘GSVC(Global Social Venture Competition)’에도 흥미를 느꼈다. GSVC는 서류 심사, 국가별 예선, 본선 등 3개의 라운드로 구성돼 있다. 국가별 예선을 통과한 팀들이 UC버클리에 모여 최종 사업 발표를 하는 방식이다. 1위를 한 팀은 2만5000달러의 상금을 받게 되고, 그 외 본선에 진출한 10여개의 팀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아쇼카와 GSVC라는 선진적 플랫폼을 보며 국내 사회적경제 생태계에도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첫 시도가 2011년 11월 개최한 ‘경기인천 사회적기업 경진대회’였다. 우리 사회에 체인지메이커라 불릴 만한 청년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큰 기대 없이 시작한 행사였다. 그런데 경연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팀을 발견하게 됐다. 중·고등학생들의 진로에 관한 매거진을 제작하는 ‘MODU’라는 사회적기업이 1등을 했는데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 회사 대표였다. 본인이 지방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느꼈던 수도권 학생들과의 진로 교육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무원이 되거나 취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사회적기업 창업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창업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후회하지 않고 청년들의 기업가정신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그의 수상 소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그런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2012년 6월 현대차그룹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은 ‘H-온드림 오디션’을 전국 사업으로 런칭하게 됐다. 매년 20억원의 기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혁신적인 체인지메이커들이 이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줄까,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H-온드림 오디션은 지난 8년간 두손컴퍼니, 마리몬드, 포이엔, 녹색친구들, 상상우리, KOA 등 수많은 스타 사회적기업을 배출했고 그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H-온드림 오디션이 선발하고 육성한 사회적기업은 238개로, 총 1923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운 성과는 8년이 지났음에도 창업 생존율이 85%에 달한다는 점이다.

‘한국형 사회혁신가’ 육성 사업인 H-온드림 오디션의 성공 요인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기업 전략과의 연계다. 우리는 사업 초기부터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현대차정몽구재단과 5년간 150개의 사회적기업을 육성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런 공식적인 약속이 현대차그룹의 CSR 전략인 ‘창업지원과 일자리창출’의 일환이 되면서 지속적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 동력이 됐다. 둘째, 민관협력을 통한 ‘컬렉티브 임팩트’ 창출이다. 당시 고용노동부 주도로 매년 배출한 300여 개 우수한 사회적기업들은 일 년간의 정부 지원 이후에 창업의 ‘데스 벨리(Death Valley)’를 견디기 위한 후속 지원이 필요했다. 정부 지원에 연계된 후속 지원 역할을 했다는 점이 H-온드림 오디션 성공의 핵심 중 하나였다. 셋째, 끊임없는 변화와 진화다. 초기에는 인큐베이팅을 통해 스타트업 수준의 사회적기업을 발굴했고, 어느 정도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성장하였을 때에는 성장기 사회적기업을 위한 엑셀러레이팅과 온드림 펠로우간의 협력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사회적기업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발 빠르게 진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9년 전 사회적기업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한 청년의 수상 소감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이제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와 사회문제 해결의 혁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H-온드림 플랫폼에 투입된 정부와 기업, 재단의 자원은 시혜적인 지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였다. 투입된 자원들은 H-온드림 플랫폼에 녹아들어 청년 창업가들의 자양분이 됐고, 이들은 창의와 혁신을 통해 우리 사회에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혁신가들이 섹터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함께 협력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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