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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Mar 25. 2024

여기 갈래?

첫 번째 시선


코로나가 크게 휩쓸고 지나간 이후 모두들 이전의 정상생활로 돌아갈 무렵, 항상 교회일로 바쁘다고 하니 오전에 특별한 교회 모임이 없으면 뭐 하냐고 물었다. “집에서 자는데? 침대가 너무 좋아” 이게 무슨 소린가?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야지! 아이들 등교가 끝나고 전화를 걸었다. "일어나 산책하자! 난 둘 다 보냈어. 애들 학교 갔니?" "아니 아직 이제 일어나야지" 시계는 오전 8시 30분을 넘어가고 있다. 평생 늦잠을 자거나 아이들 등교가 늦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학교 다닐 때도 개근상은 매년 받았고 아파도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한 약속도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등교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있다니? 이해는 접어두고 놀랄 노자가 아닌가 “얼른 일어나서 준비하고 애들 보내고 나와“





“형아, 이모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아침 등굣길에 만난 아이는 시원시원하고 큰 소리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어릴 때부터 함께 많이 놀아서 친근한 나와 막내에게 엄마 이야기, 형 이야기를 하느라 입이 쉴 틈이 없다.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금방 도착한 학교 앞에서 1살 터울 아이들은 재잘대며 등교한다. 두 아이를 들여보내고 뒷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어 보냈다. “집 앞에서 너네 둘째가 인사하더라. 우리 막내랑 같이 등교했다” “언니 나 준비 다했어. 도서관 갈 거지? 같이 가자”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둘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 도서관. 항상 그렇듯 각자가 선호하는 도서관 자리가 있다. 정말 한국 사람은 물건보다 자리에 집착하는 게 맞는 말이라는 게 느껴지는 도서관 풍경. 익숙히 각자에게 편한 자리를 찾아 앉아할 일을 시작한다. 다른 이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나만의 시간을 즐길 시간 시작이다. 정신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흐른다.

“점심 어떻게 할래? 나 도서관에 갖다 놓은 거 있어 그거 같이 먹을까? “ ”언니 나 가고 싶은 데가 있는데 같이 가볼래?“ 항상 가고 싶은 곳이 있고 먹고 싶은 것이 있는 게 신기한 그녀. “굳이 거길 가서 사 먹어야 해?” “거기 프렌치토스트가 그렇게 맛있대. 한번 가보자.”


항상 그렇듯 오전에 각자의 할 일을 적당히 끝낸 우리는 둘 다 똑같은 커다란 보부상 배낭을 둘러매고 걷는다. 간단히 먹고 글을 거나 책을 읽어도 되는 시간에 꼭 거기까지 가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거기서 파는 프렌치토스트 맛이 너무 궁금해서 계속 궁금해" 프렌치토스트는 내가 집에서 아이들에게도 종종 해주는 간단한 음식인데. “내가 해줄까? “ 물어보니 ”아니 내가 만들어 먹을 수 있어 근데 ‘꼭 거기서 파는 걸’ 먹고 싶어!“ 내가 졌다.

지도를 봐도 헷갈려하는 덕에 같이 다니면 길 찾기는 내가 주도하는 게 편하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걷는데도 ”언니 여기 아니고 반대쪽일 건데 “ ”지도 봐봐 이 식당서 올라가서 여기면 반대가 아니지" 역시나 내 말이 맞지? 외관은 먼가 허름한 듯 편안한 가게 앞에 다다랐다. 식당이름은 문 옆 작은 나무 판에 적혀있어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특색 있는 간판과 식당이름이 맘에 들었다. ’쿠로이 : 시로‘



내부로 들어가며 환호성을 지르다 멈칫한다. 이미 카페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기에.. 자리를 잡아 가방을 내려두고 각자 메뉴를 주문한다. 난 주문도 직진형. 하나 있는 세트 메뉴를 골라 먼저 계산을 마친다. 먹고 싶은 메뉴는 정해놓고 와서는 곁들일 음료를 고민하다 주문을 마치고 또 고민한다. “나 딸기 라테도 먹고 싶은데 어쩌지” ”그냥 두 잔 사 먹어! “




매장 안의 인테리어가 고풍적인 느낌이라 손님이 많이 없는 틈을 타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본다. 추억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이 이제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혹은 글쓰기에 도움이 되기 위한 촬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진 찍는 실력은 엉망이다. 구도나 느낌을 잘 살리지 못해 항상 찍어 둔 사진을 보고 안타까운데 문제는 둘 다 사진을 못 찍는다. 같이 열심히 찍어보지만 다른 이들처럼 좋은 사진 건지기란 하늘의 별따기.  음료부터 내어주시는데 잔도 코스터도 너무 특이해서 동시에 소리친다 ”와 너무 특이하고 이쁘다 “ 이번에 비슷했다.



음료에 이어 먼저 도착한 내 샌드위치가 먼저 도착했다. 일단 사진을 찍어보자 은쟁반 위의 샌드위치라니 유럽의 귀족이 된 듯하다. 동시에 사진을 찍다 그녀가 묻는다 ”언니 거 먼저 나왔으니 먼저 먹어!” “니 거도 나오면 모아놓고 같이 사진 찍고 같이 먹자!“ “우와 대단하다 나 같으면 먼저 먹었다.” 이번엔 어긋났다.




서로의 음식을 조금씩 잘라가며 이렇게 먹어보라고 서로에게 권하는 건 통했다. 같이 있을 때 순간순간의 선택과 느낌이 비슷하거나 다른데 다른 점을 발견할 때 극단적인 반대의 성향인데 서로가 그런 모습이 불편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말을 한다. ‘넌 그래? 난 이래!’ 솔직하게 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고 그런 마음을 아무런 사심 없이 편안히 받아들이며 인정하는 모습이 우리의 오랜 인연의 끈을 이어준다 생각이 든다.



한 명은 브런치 먹으려고 일부러 식당을 찾지 않는다. 분위기도 맛도 좋고 사진도 찍기 좋고 여기저기 사진 올리기에도 그만이지만 딱 거기까지다. 가격에 비해 너무 양이 적어 간에 기별은커녕 스치고 지나간 줄도 모를 때도 있다. 더구나 도서관에 상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시간을 아끼기 위해 굳이 식당을 찾아보지도 않는다. 다른 한 명은 가보고 싶은 식당과 메뉴가 항상 많이 있고 새로운 곳을 찾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식당이나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과 맛이 있어 꼭 그곳에서 그걸 먹고 싶다. 돈과 시간이 들어도 정말 가보고 싶은 곳에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즐기는 게 행복하다.


서로 다른 둘에게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브런치에 글 쓰는 걸 즐긴다는 점. 같이 있는 시간이 종종 겹치는 편이지만 각자 자기의 브런치 글을 쓰거나 각자 할 일을 하는 분위기가 항상 자연스럽다. 편안한 사람과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들은 생활에 또 다른 쉬어감이 되어 준다.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같이 글을 써보는 일련의 시간들이  새로운 전이자 활력소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진실된 인간관계는 서로에게 자유를 주는 관계다" (by David W. Augsb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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