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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울 Jun 22. 2024

죽은 자들의 이야기1

에밀리 디킨슨, 내가 죽을 때 파리가 위잉~하는 소리를 들었다

                    

                                                  에밀리 디킨슨     


내가 죽을 때 파리가 위잉~하는 소리를 들었다

방안의 정적은

마치 공기의 정적 같았지

태풍 기둥 두 개 사이에 있는 정적

죽어가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눈들

울 만큼 울어서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고 말라버린

사람들의 숨결이 거칠어 지고 있어     

마지막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 죽으면 왕이 나타날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나눌 수 있는 것은 다 나눠 주었어

그랬는데 어디선가 파리가 한 마리 나타나 끼어들었어

파란색 - 넘어질 듯한 불규칙한 날갯짓으로

나와 세상의 빛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었어     


그리고는 세상을 보여주던 창이 닫혔고

그리고는 볼 수가 없었어     



 원래 에밀리 디킨슨 시는 제목이 없어서 첫 줄을 제목으로 삼는다고 한다.      

시의 화자 '나'는 이미 내 유품에 대해 유언장을 작성했고 죽어가는 사람이다. 결국 자신이 죽어가는 과정을 죽은 다음에 쓴 모순적인 시이다.  


 모든 사람이 태풍의 눈처럼 불길하고 두려운 일이 닥칠 거라는 느낌이 섞여 있는 정적 속에서 내 숨결이 굳어지고 있을 때 파리 소리를 들었다. 모인 그들은 울 만큼 울고 임종의 순간과 동시에 기독교적인 신, 그분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 역시 유언장도 썼고 유품도 나눠줬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깨끗한 몸으로 오직 죽음을 기다리면서 죽을 때 뭔가를 보길 원했는데, 난데없이 새나 나비도 아닌 하필 파리가 등장해서 불안하고 예측할 수 없는 날갯짓을 하면서 나와 세상의 빛 사이를 불규칙하게 가로지르더니 곧 시야가 닫히고 죽게 된다.       


 에밀리 디킨슨은 19세기 청교도 집안으로 죽음의 순간에 천국의 왕이 강림하시는 순간을 예배하는 믿음이 공유된 독실한 기독교 공동체의 일원이다.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며, 죽으면 진정한 삶이 시작된다고 믿고 살아서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절망이나 비극으로 받아 들이지 않았는데 파리가 한 마리 나타나면서 불안하고 비틀거리며 넘어져 모든 것을 갑자기 흐릿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죽으면 정말 왕이 보일까, 사람들이 보고 사람들이 증명할 수 있는 순간이 있을까, 그 시력은 있을까에 대한 엄청난 회의와 의심의 모습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파리는 웃음을 만드는 소재이다. 내가 죽어가므로 파리를 못 잡는 무력감, 죽어가는 나보다 살아있는 미물인 파리가 나보다 낫다는 부러움, 파리의 불규칙적인 소리는 불안정한 바이오 리듬으로 끈질기게 떨쳐지지 않는, 사소한데 짜증스러운 생명력을 가지고 떠도는 어떤 것을 뒤섞어 내포하고 있다.     

 

 에밀리 디킨슨은 엄격한 청교도 사회를 뒤집어엎는 에너지를 남겨놓으며 죽음의 세계는 어떨 것이다에 대해 모른다! 타자에 대해, 죽음의 세계에 대해서 난 모르겠다! 내가 본 건 그게 다다. 죽은 자로서 에밀리 디킨슨이 해주는 이야기는 당대적 맥락에서 대단히 도발적이고 급진적이며 과격한 이야기이다.


 웃어야 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죽음에 걸맞는 것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장면에서 그 기대를 한 방 먹이는 첫 문장 I heard a Fly buzz - when I died –은 굉장히 중요한 순간과 굉장히 사소하고 짜증스러운 것을 한 문장에 담아 ‘파리와 죽음’의 화학작용으로 죽은 자로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박선주 교수의 강의로 이해한 내용이다.


 죽음의 방식을 고를 수는 없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죽음의 순간에 언제 누구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어땠으면 좋겠는지에 관한 장면을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이반일리치의 죽음>의 끝장면에는 “끝났습니다” 소리를 이반이 듣고 ‘아 죽음은 끝났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생각하고 숨을 한 차례 들이마시고 절반쯤 들이마시다가 숨을 멈추고 긴장을 푼 뒤에 원했던 편안함을 얻으며 능동적으로 숨을 거두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죽는 순간에 파리 소리를 들으며 농담 속에서 가볍게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그 정도의 점잖음이나 품위는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인생이 그렇게 보송보송하면 죽냐? 안죽지.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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