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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zy Cow Society Dec 21. 2021

2021년

한 해 내내 너무 많이 울었다. 실패가 많은 해였다. 일도 실패했고 연애도 실패했다. 관계 안에서 배신감을 자주 느꼈다. 살이 3kg 빠졌는데 복구가 안되고 있다.


눈물 없는 사람이라고 종종 떵떵거리곤 했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나오는 편이라 누군가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이었다. 올해엔 가능한 모든 관계 앞에서 울었다. 우는 나를 보며 당황하는 얼굴을 많이 보았다. 얼굴들 앞에서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내가 제일 당황스러웠다.


의도는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도저히 이해시킬 수 없는 마음과 도저히 알 수 없는 마음이 우리들 사이에서 사방을 헤매다 흩어졌다. 웃는 얼굴 뒤에는 언제나 내가 모를 상처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삶과 예술과 인간의 마음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사는 일은 참으로 대단치 않은 행위들로 가득한데 그 행위 하나하나를 제대로 해내는 일은 버거워서 그럴 때마다 마음이 일그러졌다. 그때마다 이 또한 삶이라고 일그러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영화를 보았다. 결핍과 왜곡을 딛고 이겨낸 사람들이 만든 영화를.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과 슬픔이 하나가 된 구슬을 떠올린다. 나의 실패에도 작은 성공이 공존했다. 마무리짓지 못한 아주 짧은 경험들은 결국 내 안에 남아 미지의 다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이 5년 후가 된다 하더라도 분명 제자리를 지키고 있겠지.


회사 생활을 관두고 이렇게 놀기만 한 적도 태어나서 처음이다. 아직 젊지만 언제 나이를 이렇게 먹었나, 이룬 것도 모은 돈도 없는데 그나마도 갉아먹으며 살아도 되나, 가장 빛나던 시기는 이미 저물었고 앞으로는 초라해질 일만 남았으면 어쩌나,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함에 잠 못드는 밤이 많았다. 당연하지만 노는 일은 질리지가 않고 잘 해내려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잘 되는 일은 별로 없다. 그저 좋든 나쁘든 아직도 태어나서 처음인 경험들이 있음에 드물게 설레고 크게 괴로워할 뿐.


어디에도 나의 애정이 향할 곳이 없어 외로웠다. 하나의 팀이 되어 울퉁불퉁한 과정 속에서 문제가 생기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사람, 그 과정을 거쳐 꼭 도착하고 싶은 곳, 마음껏 주면 기꺼이 받을 정확한 대상이 내년엔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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