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을 위한 독서

by 이만희

내 스마트폰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소리도서관 앱이 깔려 있다. 이동 중이거나 회의 전에 누군가를 기다릴 때면 나는 소리도서관에 접속해서 책을 듣는다. 짧은 시간이라도, 몇 페이지라도 읽는다. 일부러 약속시간보다 20분쯤 일찍 도착해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긴다. 그 작은 시간이 나에게는 하나의 쉼이 된다.

시각장애가 있기에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세상들을, 나는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하며 늘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읽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세상과의 만남이자, 새로운 생각과 마주하는 과정이다. 점자를 읽는 내 손끝에 뇌가 있고 소리를 듣는 내 귀에도 뇌가 있다. 혼자 하는 시간은 때로 버거운 법이지만, 독서는 그 모든 외로움과 마주하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의미 있는 활동이다. 책을 읽는 것은 결국 나를 결정짓는 힘이 된다. 내가 읽은 책이 바로 내가 걸어가는 길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백 권의 책이 쏟아지지만, 나는 그중에서 '나에게' 맞는 한 권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추천하는 책, 책 안에서 소개하는 책, 온라인 서점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보고 결정한다. 중요한 것은 무작정 읽기보다도 꾸준히, 끈기 있게 읽어가는 태도이다. 작은 문장들이 모여 내 삶의 방향성을 조금씩 조율한다. 매일 아침 책상에 올려진 정돈된 공간은 내 마음도 함께 차분하게 만든다. 사소한 일들이 쌓여 결국 인생을 이루고, 작은 변화들이 내 인생을 뒤바꾸는 법이다.

독서는 그 자체가 '시간의 축소판'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을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으로 바꿔주는 힘이 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더 깊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 없던 경험, 내 손이 닿지 않던 것들을 대신 체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벅찬 경험들은 인생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토대가 되고, 어려운 일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만들어준다.

무심코 스쳐 지나던 한 문장이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이 끝나면 나는 조금 더 성장하고, 더 깊어진 나를 만날 것이다. 독서란 무한한 가능성의 창이고, 내면의 세계를 확장하는 길목이다. '넓이'와 '깊이'는 결국 같은 것임을 깨닫는다. 매일 독서를 통해 나는 그 두 가지를 함께 넓히고 쌓아간다.

책이 열어주는 세상은 행동의 변화까지 이끈다. 지식을 쌓았다고 끝이 아니다.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삶을 바꾸는 힘이 바로 책에 있다. 책은 행동을 부르고, 변화의 씨앗을 뿌린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그런 책을 기다린다. 책이 사람을 움직이고, 작은 행동들이 결국 인생의 큰 그림을 완성하게 만든다.

독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과정이다. 고민보다는 해답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키울 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도 커진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읽었기에,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늘 가슴에 새기며, 나는 이 말을 되새긴다. 책은 나라는 존재를 다듬고, 친구가 되며, 때로는 연인과 선생님이 되어 준다. 그리고 그들은 삶의 길잡이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책이 주는 또 하나의 큰 선물은 바로 '놓아주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사실이다.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감사와 용서로 가득 채우는 힘을 배운다. 책을 통해 배우는 그 많은 것들은 결국 삶의 여정을 더 풍요롭고, 덜 무겁게 만들어준다.

나는 오늘도 책과 함께 한다. 내 삶의 작은 연금술사가 되어, 오늘도 한 문장, 한 구절, 한 이야기를 곱씹으며 나 자신을 다시금 빚는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단단해지고, 더 깊은 이해를 쌓을 것이다. 그렇게 내일의 내가 오늘보다 좀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현명해질 것을 믿으며, 나는 오늘도 책 속에서 새로운 세상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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