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학생들의 고군분투기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자기 개발에 쏟습니다.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며 인생의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쓴맛을 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그 가치를 어떻게 증명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과연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학교 성적표나 대학 이름이 그 답일까요?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입시를 경험하고, 사회의 시선을 바라보며, 고등학교 교사가 되어서도 이 질문은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특히, 학생들을 만나면서 성적과 대학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교실에서는 매일이 경쟁입니다. 1등급이 아니면 좌절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과연 1등급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교육이 지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깁니다. 학생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이 가진 가치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늘 되새깁니다. 정보 교사로서, 담임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늦은 밤까지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시험이 끝난 후, 학생들은 자주 교사를 찾아옵니다. “선생님, 인생 망한 것 같아요. 어떡하죠?” “시험을 망쳤어요. 엄마한테 말도 못 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이처럼 고개를 숙이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들의 가치는 성적이나 시험 점수로 규정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들의 노력과 성장을 누구보다도 깊이 느낍니다.
제가 외국에서 교육을 진행했을 때,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별화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꿈을 키우며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진심 어린 피드백을 주는 어른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보면 각자 타고난 재능과 장점이 눈에 띕니다. 어떤 학생은 친구를 돕고, 어떤 학생은 정리정돈을 잘하며, 또 어떤 학생은 분리수거에 성실히 임합니다. 이들이 가진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인 면모들이 눈부십니다.
어른들이, 교사들이, 그리고 사회가 학생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면 아이들이 자존감을 잃고 무너지는 경험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찾아 성공의 경험을 쌓고,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된다면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매년 발표되는 청소년 행복지수를 볼 때마다, 어떻게든 그 지수를 높이고 싶다는 의지가 생깁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 있는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해지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협업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길 바랍니다. 학생들이 서로 돕고, 프로그래밍이나 다양한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아붓는 모습을 보면 저도 함께 행복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받는 감동적인 말들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전학을 간 학생이나 졸업한 학생이 찾아와서 “선생님은 제 가치를 알아봐 준 진정한 어른이셨어요”라고 말할 때, 정말 큰 감사를 느낍니다. 그 말을 들으면, 제가 노력해온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행복이 밀려옵니다.
이처럼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서로의 존재를 지지해 줄 수 있는 귀인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