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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nch Toast Mafia Aug 16. 2021

칭찬, 잘 받고 잘 건네는 법 (1/2)

칭찬에 어색한 나. 낯선 언어 탓만 할 수 있을까?

    일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나서도 칭찬을 들으면 어색하고 어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핫, 때-땡큐! 하며 입꼬리를 가능한 찢어 어설픈 미소를 보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인생 대부분을 겸손이 최고의 미덕인 환경에서 교육받고 자랐으니 별 수 있나. Thank you. - You're welcome! 의 관용구가 감사합니다. - 천만에요!라고 번역, 주입되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잖아? 천만에요 라니. 요즘 누가 그런 말을 쓴단 말인가. 손사래를 치며 아이고,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쇤네... 하며 주절대는 기분이 든다. 유아 웰컴! 은 수 십 번, 혹은 더 많이 반복 학습하면서도 정작 칭찬을 제대로 받는 법, 충분히 누리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칭찬이 부담스러운 것은 결국 내가 스스로에게 인색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Compliment-worthy(칭찬받을만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으니, 타인의 긍정적인 평가도 천부당만부당한 것으로 여겼다. 좋은 회사 동료, 인생 멘토를 많이 만나면서 차츰 칭찬을 기분 좋은 일, 딱 그만큼으로 받아내는 훈련을 했다. 칭찬을 듣고 쩔쩔매고 있는 나를 보면 그들은 더욱 힘을 실어 You so deserved it. (너는 그럴 자격이 있어.) 라며 격려를 보냈다. 나는 눈앞의 칭찬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도 괜찮은 사람, 되뇌면서 일종의 면역력을 키웠달까? 칭찬이 나쁜 뜻이 아닌 데도 몸이 베베 꼬이는 등 이상반응을 보이곤 했으니, 결국 항체를 키워냈다는 표현에 가깝겠다. 내가 긴 훈련 기간 동안 키워낸 항체는 이제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으면 No, it wasn't that big of a deal. (별 것도 아닌데 뭘.)이 아니라 Thank you, that means a lot to me.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기뻐요. - 좀 더 직역하면, 그렇게 생각하다니 제게 의미가 큽니다.)라고 대답해낸다.




    이만하면 나 좀 컸구나, 미국에서 오래 산 태가 나는걸? (왠지 칭찬을 겸양으로 맞서지 않고 넙죽 냠냠 받아먹는 것이 서양 문화의 낯선 것인 느낌이 아직도 들어서 하는 말) 하며 우쭐하려던 차 매니저에게 이런 피드백을 들었다.


다른 동료 X나 Y가 잘한 일이 있을 때는 격려도 하고 공개적으로 칭찬도 하는 게 좋겠어.


    당황했다. 내가 눈에 뜨이게 버벅거리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칭찬을 얘기하는지 물었더니, 매니저는 정말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 내가 다른 모든 사람들 앞에서 그들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게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X나 Y의 업무 성과를 높이 사지 않았다. 그들은 경력은 이미 상당한데 반해 연차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 X는 나보다 한 직급 위, Y는 두 직급 위였다. 나보다 연장자인 데다가 직급도 높은 사람들의 업무를 내가 평가하고 칭찬을 하라고? 그런 건 좀 더 수직적 관계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업적을 높이 사며 건네는, 일방향으로 흐르는 편이 맞지 않을까 혼란스러웠다. 이것도 단지 내가 동양의 위계질서 문화에 익숙해서 그런 거야? 아니, 무엇보다 X 하고 Y는 일을 못한다고!!! 프로젝트의 방향과 중요한 결정은 모두 내가 도맡은 상황에서 그들에 대한 불만이 누렇게 차올라 언제 터질지 모르던 때였다. 그런데 칭찬을 하라니......


    창피한 줄도 모르고 멘토에게 쪼르르 달려가 상담을 청했다. 나는 그들보다 직급도 밑인데 내 인정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고 어딘가 적절치 않은 느낌이 든다고 터놓았다. 멘토는 직급이나 연차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자명한 사실을 왜 존경하는 분의 입을 통해 다시 들어야만 다시 깨달을 수 있었을까. 실은 그러한 문화, 업무 환경 때문에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 - 계급장을 떼고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먼 길을 왔다고 생각했으면서.) 멘토는 이렇게 덧붙였다. 너는 다른 누구가 보더라도 그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리드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네가 리더로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독려하고 크고 작은 공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인정하는 것이 다른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거야. 앞으로도 더 큰 프로젝트를 맡고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가려면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함께 가는 방법을 익혀두는 게 큰 밑거름이 될 거야. 멘토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절하고 부드러운 화법으로 내가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파묻고 있던 구덩이에서 건져내주셨다. 나는 내 그릇이 간장종지만큼 작고 옹졸한 것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이전까지는 내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연차도, 직급도 높은 동료들이 있음에도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내가 떠맡아하고 있다는 불만만 가득했다. 내 몫이 아니란 짐작에 정말 필요하다 싶은 업무만 후다닥 해내고 한 발 물러서서 다른 '더 적합한' 사람이 어서 제자리를 찾아오기만 기다렸다. 이런 사고방식에서 나는 늘 내 일 인분을 해내고, 남이 해야 할 일까지 대신해내는 1 + 1, 못해도 1 + 0.5의 사람은 된다고 으스댔다. 한데 프로젝트를 이끄는 일 자체가 내 몫이었다면, 제 일을 하면서도 대충이고 툴툴 불만 많던 나는 그저 못난이가 아닌가. 그렇지. 사실 누구도 직급이 높은 사람이 반드시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한 지 않았다. 그러는 편이 자연스럽겠으나 내가 하면 안 된다는 법도 없었다. 어쩌면 혹자는 탐을 낼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여기까지가 주니어 개발자의 일이고, 이제부터는 시니어, 리드의 책임이 시작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어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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