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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nch Toast Mafia Apr 25. 2022

Coming short again and again

이직 준비가... 너무 하기 싫어서 쓰는 뻘글

    이직 준비를 하겠다고 입만 나불댄지는 세 달 가량 되었고, 꾸무적거리면서 공부를 한 지는 이제 두 달 정도. 그나마도 스트레스받네 어쩌네 핑계를 만들어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여행도 다녀오고, 용기를 얻기 위해 죄 없는 멘토들 시간 앗아가면서 응원과 조언 수집도 충분히 했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겠으나 미루려는 관성에 배수진을 치기 위해 우선은 몇 군데 회사 리크루터랑 얘기도 하고 인터뷰 스케줄도 다음 주 토요일에 하나 잡아두었다. 이제 정말 지난한 과정만 남겨두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 코딩 인터뷰 연습 문제를 풀 수 있는 leetcode라는 사이트에서 열심히 문제 난이도 별로 풀며 연습하는 수밖에. 물론 나는 눈 감았다 떠보니 어느새 8년 가까운 경력이 쌓여버린,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력직 개발자기 때문에 코딩 인터뷰에 시스템 디자인 인터뷰, 하필이면 전공도 머신러닝 분야라 관련 분야 통계학 및 전문 지식 바탕도 다져둬야 한다. (투덜투덜)


    경력직이 좋은 점. 닥치는 대로 절박하게 나 좀 받아주오- 지원했던 사회 초년생 때의 구직 과정을 번복할 필요는 없어졌다. 나는 비록 게을러서 무거운 엉덩이 붙이고 한 회사에 붙어 있었지. 그러나 같이 일한 다른 사람들이 실리콘밸리 내놓으라는 회사 이곳저곳에 퍼져있으니 원하는 큰 회사에 추천(referral)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도 생겼다. 운도 좋았다. 물경력이 아닌 제 나름 맥락 있는 커리어를 쌓은 덕에 구인 공고도 yes/no 확실히 갈린다. 내가 관심 없는 공고는 그들도 내게 관심 없을 것을 안다. 피차 시간 낭비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의 길로 단숨에 갈 수 있달까. 관심을 가지는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경력사항들은 다행히 내 이력서 내용에 크게 엇나가지 않아서  지원하면 인터뷰는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감이 온다. (세월이 몇 년인데... 이 정도 가늠도 못한다면 오히려 큰일이겠지)


    그 정도 연륜이 자신감에도 도움이 되어주면 좋으련만. 경력과 직급에 걸맞은 실력을 증명해 보이지 못할까 봐 매일을 불안과 싸우고 있다. 자신이 없어서 우선 몇 군데 cold call, 그러니까 누군가의 도움 없이 무작정 이력서를 넣어보고 과연 몇 일안에 연락이 오나 시험도 해보고 연락이 온 후에도 진짜 인터뷰를 받을 수 있을까? 하며 괜히 긴장을 쌓는다. 실패해도 괜찮은 건데... 나는 왜 내 멘티들에게 쉽게 건네는 이 말을 실천하며 살 수 없을까.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너무 지쳤다며 휴가도 다녀왔거든. 미미하지만 잘 다녀온 효과도 느낄 수 있다. 이전에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마주쳤을 때 "왜 이걸 못 푸니, 넌 바보니. 지금 회사가 너 써주는 게 다행인 줄 알아" 자괴감과 무력감에 휩싸였다면 이제는 약이 바짝 오른다. 덤벼들 기력이 생긴 거겠지. 이직 준비 이전에는 막연하게 새로 인터뷰 보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면, 적어도 지금은 처참히 짓밟힐 때가 더 많을지라도 실체 있는 적과 싸우는 기분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끝내 이직을 해내는, 주경야독의 실천이 가능한 모든 선배님 존경합니다. 비법 같은 건 정녕 없나요? 나는 정말이지 매일 맨땅에 헤딩하며 쉴 때도 '공부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가슴 졸이고, 공부하는 와중에도 이 시간에 회사일을 더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며 번뇌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마음도 편하지 않다.


    이 글의 궁극적인 바람은 이런 거다. 몇 년 뒤에 '다시' 이직 준비를 하게 되어 똑같은 막막함에 직면했을 때 찾아 읽어보고, 네가 느끼는 감정들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미래에도 있을 당연한 과정 속에 있으며 너는 끝내는 이겨내고 앞으로 발을 내딛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일깨워 줄 수 있길.



    요즘 속으로 계속 되뇌는 주문으로 마무리. I'm in the arena. This is the arena... 힘들 때면 속삭이는 Teddy Roosevelt (루즈벨트) 대통령의 명언.


"It is not the critic who counts; not the [person] who points out how the  strong [one] stumbles, or where the doer of deeds could have done them better. The credit belongs to the [one] who is actually in the arena, whose face is marred by dust and sweat and blood; who strives valiantly; who errs, who comes short again and again, because there is no effort without error and shortcoming; but who does actually strive to do the deeds; who knows great enthusiasms, the great devotions; who spends h[er]self in a worthy cause; who at the best knows in the end the triumph of high achievement, and who at the worst, if [s]he fails, at least fails while daring greatly, so that h[er] place shall never be with those cold and timid souls who neither know victory nor defeat."


비평가들은 중요하지 않다. 잘잘못을 지적하고 훈수하길 좋아하는 이들 또한 중요치 않다. 공(功)은 실제로 경기장에 서서 얼굴이 먼지와 땀과 피로 얼룩진 이, 용감하게 맞서는 이, 모자람과 실수가 거듭 되더라도 실천에 옮기는 바로 그 사람의 몫이다. 그 이는 끝 모를 열정과 헌신을 쏟는 법을 알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바친다. 결국 크나큰 승리가 그 이의 것이 될 것이다. 실패할 지라도 대담한 도전 끝의 패배는 승리도 패배도 배우지 못한 냉소적이고 비겁한 영혼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성취가 될 것이다. (동생 요청이 있어 급하게 어역해 봄 - 지금 막 한 거 치고는 잘 한 것 같은데?)


지난 주말 요세미티 여행 사진. 관련은 아예 없다만 지금 나를 위로하는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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