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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Sep 25. 2023

읽는 인간, 읽히는 시간

1. 매일을 읽고 다시 읽고.

시간이란 불공평한 세상과 삶을 사는 인간에게 더없이 공평한 거라고 한다.

하지만 시간도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는 않다. 

하루가 24시간인 인간이 있는 반면, 정확한 24시간을 48시간으로 쪼개서 쓰는 인간도 있고, 24시간을 12시간으로 벌려서 사는 인간도 있다.

읽는 시간도 그렇다.

읽는 나는 다른 이가 보았을 때 여유가 넘치고, 있어보이며, 더불어 무언가 허세와 허영이 가득한 사람으로 보일테다. 그러나 나의 눈은 언제나 분주히 움직이고, 내 시간 또한 마찬가지로 24시간으로 공평하게 흐른다.

읽는 시간을 제외하고 읽는 순간을 빼면, 내 생에서 나라는 존재는 그냥 읽고 있는 인간일 뿐.

세상은 흘러가고, 나도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그냥 읽으면서 하루 하루를 보낸다.

매일을 남들과 똑같은 24시간을 살고, 매일을 일어나고 자고, 씻고, 치대고 먹으며 싸고 반복하는 삶을 산다.

이런 건 공평하다.

다만 벌릴 수 있는 시간들 사이에서 최대치로 읽겠다.

그건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읽으면서 나는 세상과 단절되고, 단절된 시간은 오로지 멈춰있다.

멈춰있는 시간은 오로지 신이 내게 허락한 찰나지만, 그 시간동안 나는 無로 돌아간다.

무의 시간, 그게 바로 읽히는 시간이다.

공평한 시간이라는 녀석 사이에서 단 하나의 무의 시간. 

그건 바로 독서하는 시간일 테다. 

그래서 나는 읽는 인간, 시간은 나에게 읽히게 된다. 

그 순간은 시간은 나에게 읽혀서, 무의 시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단절 되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증거고, 고독은 역시나 내가 선택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단절된 그 순간은 나의 시간이다.

어지럽고, 아찔한 일들이 많은 현재, 읽는 인간이 되어서 읽히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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