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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Nov 15. 2023

내가 했던 몇 가지 일들에 대한 이야기 (1)

그 전에 내가 했던 몇 가지 일들에 대한 이야기 (1) 

서점을 한지 벌써 3년차에 접어들었다. 코끝에만 느껴지던 겨울에 시작했던 인테리어는 온 몸을 꽁꽁 얼려 버리겠다는 의지를 창창히 가진 늦겨울까지 계속되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고드름이 녹는 계절에는 끝났다. 

길고 지난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인테리어 기간이 길어지면, 처음에 가졌던 의지는 어느 새 빈약해지고, <할 수 있어!> 라는 마음의 소리는 <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나약한 소리가 되어간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이란 자랑을 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자랑을 왜 했을까? 하며 자신을 탓하고, 어디에라도 들어가서 숨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린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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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숨고 심기 직전에 인테리어가 끝났고, 매장의 모습이 아주 조금 덜 갖추어졌지만 나는 서점의 문을 열었다. 물론, 서점은 서점으로서의 기능만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우리 서점은 모퉁이에 위치해 있다. 아주 조그만 모퉁이에. 게다가 서점앞의 유동 인구는 거의 없다. 있는 거라고는 고양이들 몇 마리와 주변에 사는 어르신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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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에게 나는 호기심과 물음표의 대상이다. 고양이들에게 난 < 이인간은 뭐지?> 하는 물음표의 끝판왕 정도? 어쩌다 주는 츄르나 특식에 눈이 뒤집어지기도 하지만, 그것뿐. 게다가 내가 공들여 만들어 둔 화단에 똥을 쌀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냥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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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에 나는 매일 8시에 출근하고, 8시에 퇴근을 한다. 주말과 평일의 마감 영업시간이 1시간 차이가 날 뿐, 거의 똑같이 루틴을 유지한다. 서점을 하기 전, 나는 요리를 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중식과 동남아 요리를 했는데, 생각보다 꽤 잘했던 것 같다. 칭찬은 아니고, 여러 매장에 있는 동안에 매출이 탁월했던 걸로 봐서는 잘한 것 같은 느낌이 크다. 내가 그만두고 나서 차례로 매장들이 문을 닫은 걸로 봐서 나의 역할이 좀 컸던 것 같은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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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직에 있으면서 루틴을 지키는 건 참으로 어렵다. 매일을 같은 시간을 출근하고 퇴는 한 건 일반 사무직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과 같지만, 서비스직의 루틴은 손님과 대표의 기분에 따라서 달라진다. 동남아 음식을 할 때는 11시 출근, 10시 퇴근, 중식을 할 때는 4시 출근, 새벽 2시 퇴근이었다. 낮만 있는 세상도 살았고, 밤만 있는 세상도 살았다. 루틴이란 그 세상을 살아가는 거라고 여겼고, 나는 패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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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식당에 가면 벨을 누르지 않던가? 그 벨은 마치 직원을 부르는 파블로프의 실험같은 거다. 벨을 누르면 직원이 간다. 벨을 누르면 직원이 가야 한다. 벨을 눌렀는 데 직원이 오지 않으면 화를 내도 된다. 얼토당토 않은 벨의 효과를 나는 동남아 음식을 하면서 겪었다. 혼자서 10테이블을 커버해야 했을 때, 수없이 외쳤던 말. < 네-. 잠시만요.> 10테이블이 10초 간격으로 벨을 누르면, 나의 <네-. 잠시만요>도 10초 간격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번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사이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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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네-. 잠시만요.>의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의 벨 소리가 이어지고, 나의 정신도 벨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버스 안의 벨소리도 싫었고, 어쩌다 외식할 때의 벨소리도 싫었다. 나는 그게 공황장애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남아 음식점의 일은 그렇게 끝을 냈다. 나는 모든 곳에 있어야 했던 사람인데, 나는 모든 곳에 있을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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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7년을 일했던 곳을 떠나서 내가 간 곳은 타일 학원이었다. 갑자기 왜 타일 이냐고?

여기서 걸었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내 걷기의 여정은 이렇게 나를 또 내가 태어나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로 나를 데려다 주었으니까. 게다가 그 미지의 세계에서 나는 잃어버린 나의 자존감을 되찾았다. 이건 나의 걷기에 대한 이야기고, 내 쓸모에 대한 이야기이며, 내 글에 대한 긴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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