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로 자소서를 작성하면 안되는 이유
며칠 전 제게 자소서 컨설팅을 의뢰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자소서를 읽고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자기소개서가 너무 추상적이네요. Chat GPT가 작성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길동님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작성해 주셔야 해요.
제가 이 말을 하니, 길동님게서는 아래와 같이 답변하셨습니다.
헐, 어떻게 아셨어요? Chat GPT로 작성하면 티가 많이 나나요?
네, 많이 납니다.
뭐 저라고 처음부터 Chat GPT로 작성했다는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설사 인공지능이 지금부터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인공지능은 당신보다 당신의 이야기를 더 잘 작성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감성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보다 논리적으로 직관적인 방식으로 설명드리는 것이 낫겠죠?
그래서 저는 이 글을 통해서 Chat GPT를 사용하면 안되는 이유를, 아니 GPT를 사용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를 설명해드려보겠습니다.
1. 챗 GPT는 일반적인 이야기밖에 하지 못한다
GPT를 사용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GPT가 작성하는 글은 구체적일 수 없기 때문이죠.
저는 자기소개서 강의를 하면서 글쓰기의 3가지 원칙을 아래와 같이 설명드립니다.
① 간결성 원칙
② 구체성 원칙
③ 처음과 끝의 원칙
Chat GPT는 ①번과 ③번 원칙은 아주 잘 해결해줍니다. 글을 1차적으로 다듬어주는 것에 있어서는 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하지만 챗 GPT는 절대 ②번 원칙을 지켜서 글을 작성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GPT는 생생하게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함께 예시를 볼까요?
2. 성장과정에 대해서 GPT가 내놓는 답변
저는 실제 GPT로 작성하는 몇 분에게 GPT에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하냐고 물어본 후, GPT를 통해서 아래와 같이 입력해보았습니다.
나이: 30살
경력/신업: 신입
성별: 여성
지원직무: SW 개발자(프론트 엔트)
한부모 가정으로 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나의 자소서 성장과정을 1,000자로 작성해줄 수 있니?
그리고 챗 GPT는 아래와 같은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저는 30세의 나이에 신입 소프트웨어 개발자(프론트엔드)로 지원하고자 하는 여성입니다. 한부모 가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성장하며, 독립적인 성향과 강한 책임감을 지닌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자립심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제 인생에서 큰 교훈이 되었고, 지금의 저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저를 혼자서 키우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지만, 항상 제게 올바른 가치관과 근면성을 심어주셨습니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프론트엔드 개발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시절 웹 디자인 수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웹 페이지를 꾸미는 것에 흥미를 느꼈지만, 점차 프로그래밍 언어와 웹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프로그래밍 기술을 확립해 나갔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와 팀 과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웠고, 특히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UI/UX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열정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의 경로를 선택하게 만든 주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제 경력의 전환점 중 하나는 인턴십 경험입니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실제 기업 환경에서 프론트엔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실무 능력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분석하고,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고, 문제 해결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로 성장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도 헌신과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제 경험과 기술을 통해 귀사의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희망합니다.
아마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의 서류를 평가하는 대부분의 심사위원들도 위와 같은 자소서가 괜찮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위와 같은 자소서는 잘 작성된 자소서가 아닙니다. 잘 작성된 것처럼 포장한 자소서란 말이죠.
그렇다면 저는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요?
3. GPT가 내뱉은 자소서는 50점이다
https://blog.naver.com/careerners/222285032225
저는 3년 전에 위의 칼럼을 통해서 성장과정을 작성하는 방법을 설명하였습니다. 시간이 오래된 칼럼이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만, 어쨌든 저는 위의 칼럼을 통해서 성장과정의 핵심은 가치관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성장과정의 핵심이 가치관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업들은 '성장과정'이라는 문항이 아니라 당신의 이력서와 전문성과 관련한 문항에서 당신의 직무역량(하드스킬)을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성장과정을 통해서 당신의 행동과 선택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가치관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챗 GPT가 내놓은 답변은 어떠한가요?
나라는 사람의 가치관이 들어가 있나요?
네, 들어가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잘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그 사실은 바로 자소서를 작성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자신이 합격했다고 돈을 받고 온라인 상에 올려둔 합격자소서와 전문가들이 예시로 설명하거나 잘쓴 자소서라고 작성한 자소서의 수준도 위와 같은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자소서의 수준은 50점 밖에 되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에 답변한 수준밖에 안되거든요? 그렇다면 자소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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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GPT가 놓친 원칙: 구체성
제가 1번 항목에서 강조했듯이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자, GPT가 내세운 가치는 '도전과 노력'입니다. 그리고 GPT는 어머니의 가르침과 철학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채용담당자들은 위와 같은 간결하게 잘 작성된 글을 읽고도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어머님의 가르침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어떤 에피소드를 통해서 어머님의 가르침이 중요하다고 여겼는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해되시나요?
아니 솔직히 까놓고 말해봅시다. 대한민국의 어머님들 중 '도전과 노력'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어머님도 있나요? 아니 전세계의 어머님들 중 어려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치지 않는 어머님도 있나요?
없습니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다수가 아닙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당신이 GPT를 사용하더라도 합격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GPT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글이 너무 일반적이고 추상화되기 때문에 당신이라는 사람을 자소서에 생생하게 담아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작성할 거냐구요? 저는 오히려 아래와 같이 작성할 것 같습니다.
제 성장과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도전과 노력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얼핏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문장은 혼자서 저를 키우신 어머니께서 제게 건네주신 교훈으로, 제 성장과정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10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 이후 저는 늘 아버지가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저는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평범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험으로, 제가 12살 때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어머니께 졸랐던 일이 있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은 태권도, 피아노, 컴퓨터, 외국어 학원 등을 다녔는데, 저는 친구들과 똑같아지고 싶어서 어머니께 "나도 학원에 다니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싶어"라고 말을 하며 졸랐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이것저것을 해보는 것도 좋지만, 네가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무작정 시도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네 목표를 정한 다음 시도해 보면 어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어머니께서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옷 한 벌조차도 사촌형의 것을 물려 입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이 흐르면서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것은 고민 없이 무작정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생각과 자기 성찰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하는 것을 쫓아서 도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무엇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해야하는지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
어떠신가요?
당신이 나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채용담당자라면 GPT 글을 작성한 사람을 보고 싶을까요, 아니면 제가 작성한 예시의 글을 작성한 사람을 보고 싶을까요?
당신이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있다면 후자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첫 문장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명제를 뒤집는 문장을 제시하기 때문이며,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 대표적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고,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교훈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침으로써 그 가치관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커리어너스 칼럼들을 꼼꼼하게 잘 읽었다면 대조 효과, 스토리 편향에 입각한 테크닉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GPT를 통해서 자소서를 쓰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1. GPT는 일반적인 이야기밖에 하지 못한다
2. 성장과정에 대해서 GPT가 내놓는 답변
3. GPT가 내뱉은 자소서는 50점이다
4. GPT가 놓친 원칙: 구체성
저는 이 글에서 GPT를 까내리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성 원칙을 지키는 것에는 약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무엇보다 간결성 원칙 하나만큼은 잘 지키는 친구가 GPT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어쩌라는 말일까요?
https://blog.naver.com/careerners/223391823219
바로 제가 위의 글에서 말씀드린 회색 사고를 가동하라는 것입니다.
저라면 글의 초안을 잡기 위해서 GPT를 사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당 초안을 두고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할 것 같습니다.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GPT 사용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GPT에 입력된 데이터를 당신이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교차검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GPT를 이용해서 자소서를 작성했다면, 당신의 이야기가 GPT에 입력이 된 상태이므로,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이 원하는 기업의 DB에 이미 기재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설마 인재에게 수억 원의 비용을 들여야 하는 기업들이 이런 조치도 안취할까요? 그러므로 GPT를 사용하지 말거나, GPT를 영리한 방식으로 사용하시길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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