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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사가 나리 Mar 20. 2023

'밀푀유'가 프랑스어라는 거 아세요?

우리가 잘 모르지만 자주 쓰는 프랑스어

    왠지 있어 보이는데 어렵지 않은 요리는 손님 접대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색깔이 예쁜 월남쌈이 그렇고, 색색으로 재료만 예쁘게 준비하고 각자 싸 먹게 하는 테마끼 초밥이 그렇다. 재료를 씻고 다듬고 썰어서 예쁘게 담기만 하면 거의 모든 음식 준비가 끝난다. 한 때 대유행을 했던 '밀푀유 나베'도 그런 류에 속할 것이다.


    처음에는 '나베'라는 글자가 붙어있어서 '밀푀유 나베'가 전부 일본말이라고 생각했다. 밀푀유 나베는 냄비 안에 고기와 배춧잎을 번갈아 가며 예쁘게 놓아서 전체적으로 꽃모양을 만드는 요리이다. 가운데 부분에는 주로 버섯을 풍성히 놓고 육수를 부어서 준비를 마친다. 고기와 야채, 버섯이 들어간 전골 요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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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에 샹송 'Les Feuilles Morts'를 듣다가 갑자기 머릿속에 '밀푀유 나베'란 말이 떠올랐다. "혹시....?"    '밀푀유 나베'에서 '나베'는 일본어가 맞았고, '밀푀유'는 'mille-feuille'라는 프랑스어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은 나뭇잎, 즉 고엽, 낙엽이라는 프랑스 샹송을 듣다가 불현듯 '밀푀유 나베'를 떠올리는 내가 좀 엉뚱하기는 한 것 같다.


     프랑스어 'mille'은 천 개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thousand이다. 'feuille'는 나뭇잎, 혹은 종이 같은 얇은 것을 세는 단위인 '장' '겹'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결국 밀푀유 나베는 '천 개의 잎사귀 전골요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배춧잎과 얇게 썬 고기가 천 장까지는 안되더라도 꽤 많은 양이 겹겹이 쌓인 모양을 하고 있으니 '천 개의 잎사귀 혹은 나뭇잎'이라는 말이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밀푀유는 사실 발음을 제대로 하자면, [밀 풔이유]에 가까운 데, 어쩌다 식용유 이름 같은 밀푀유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밀푀유가 프랑스어 mille feuilles였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 나는 재미있는 발견을 한 것처럼 신이 났었다. 프랑스어 '밀푀유'와 일본어 '나베'를 붙여서 요리 이름을 만들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로웠다.



    프랑스 전통 디저트 가운데 'mille feuilles cake'이란 패스츄리 케이크가 있다. 겹겹이 쌓인 밀가루 층이 끝없이 쌓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고기와 배추가 끝없이 촘촘히 쌓여서 만들어지는 밀푀유 나베도 같은 의미로 이름 붙여진 것이리라.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자주 쓰는 말 들 가운데, 프랑스어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그 의미와 제대로 된 발음을 알고 쓴다면, 더 풍성한 언어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의외의 곳에서 익숙한 프랑스어를 우리도 모르게 무척 잘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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