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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n 23. 2024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에 가다(3)

중국 연길 도착

  다랑이 면세점에서 생일 선물로 립스틱을 하나 사주겠다고 말했다. 생일이었던 전날에도 백화점에서 립스틱을 살까 생각했으나, 하루 더 기다렸다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할 듯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사지 않았다. 공항 라운지에서 점심을 먹고, 탑승 게이트로 가려는데 시간이 좀 촉박했다. 면세점에 지금 갈까, 아니면 귀국해서 갈까 잠시 망설였다.

  그런데, 우리가 탈 예정인 비행기가 출발 40분 지연됐다. 덕분에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립스틱 사러 가자. 새 립스틱 바르고 백두산 가야지!"

화장품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걷다가, MAC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익숙한 상표지만, 첫 구매였다. 진열대에서 상품을 살피는데, 고채도의 빨강 립스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상품명도 마음에 쏙 들었다. 'LADY DANGER'. 불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새 립스틱, 맛있게 먹으렴."

다랑이 본 어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자는 평생 여자 립스틱 두 통 이상은 먹는단다.

  질서 있게 줄을 섰다. 대기 도중, 각자 탑승권을 모아 세모를 만들었다. 지난 베트남 여행 땐 셋이 함께 출발하지 못해서, 출발 기념사진을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행사에서 받은 물품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꿈꾸는 대로, 펼쳐지다


모든 여행에는 저마다의 꿈이 담겨 있습니다

그 꿈이 꿈으로만 남지 않길


그 어떤 것도

여행의 설렘을 방해하지 않도록

좋아하는 여행에 한계가 없도록

꿈꾸는 대로 여행이 펼쳐지도록



  곧, 중국 국제 항공에 탑승했다. 이동 도중, 기내식을 먹었다. 감격스러웠다. 

  '고작 2시간 이동하는데, 기내식을 먹을 수 있다니!'

지난번 베트남 여행 갈 땐, 무려 6시간이나 비행했는데 기내식은커녕 생수나 음료조차도 제공되지 않았다. 저가 항공인 탓이었다.

  기내식은 밥, 빵, 버터, 고기, 야채, 요구르트, 음료수 등 간소하지만 알맞게 제공됐다. 이미 공항에서 점심을 든든히 먹은 터라 시장기는 없었으나, 음식을 남김없이 야무지게 탈탈 털어 먹었다.

  이륙한 후 시간이 좀 흐르자, 기내 창문을 닫으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국가 안보를 위한 중국의 정책인 듯 보였다. 무섭고도, 까다로운 폐쇄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한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착륙했다. 연길 조양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하는데, 긴장됐다. 직원들은 불친절했다. 한 남자 직원이 내 어깨를 손으로 잡고 우악스럽게 잡아끌었다. 앞에 있지 말고, 뒤에 가서 기다리라는 뜻이었다. 국내였으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만 중국이니 잠자코 있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눈치를 살폈다.

  다랑은 검색대에서 직원에게 불려 가더니, 코로나 검사를 받고 돌아왔다. 방문자 불특정인을 아무나 골라서 검사하는 모양이었다. 귀남 오빠도 담배를 검사 맡았다. 직원이 일행 중 한 어르신의 캐리어를 뒤졌다. 혹시, 문제가 발생할까 무서웠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고, 출구에서 가이드와 합류했다. 키가 작고, 마른 체구에 배가 나온 중년 남성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북쪽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쌀쌀했다. 두꺼운 겉옷을 서둘러 걸치고, 전세 버스를 탔다. 석식을 먹기 위해 달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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