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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n 24. 2024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에 가다(4)

가이드의 설명

  가이드는 마이크를 들고, 긴 설명을 시작했다.

  "아까 공항에서 입국 수속할 때, 검사가 꽤 까다로웠죠?"

  "맞아요! 내 짐에는 자물쇠를 채워 놨더라고. 밑반찬 챙겨 온 것 때문인 것 같던데?"

안경 쓴 어르신 한 명이 대답했다. 그가 검사를 다 받고 나오길 기다리느라, 우리도 역시 공항에서 한참 대기해야만 했다.

  "공항에서 만약 누가 다가와서, '수고비 줄 테니까 짐 좀 옮겨 달라'라고 부탁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가이드의 두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수상한 기운을 감지한 나머지,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거절의 뜻을 표했다. 

   "정말, 거절할 거예요? 그래요, 혹시 그런 부탁을 들어도, 절대 들어주시면 안 됩니다! 몇 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한 아가씨가 공안에게 붙잡혔어요. 아가씨가 갖고 있던 신발 안에서, 마약이 발견됐거든요. 그런데, 그 신발은 모르는 사람이 부탁한 짐이었어요. 수고비 20만 원 받았대요. 결국, 그 아가씨는 그 돈 때문에 약 5년간이나 옥살이했어요. 아가씨 부모님이랑, 제가 연 1회씩 면회 갔거든요."

  황망했다. 고작 20만 원 푼돈 때문에 귀중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다니, 끔찍했다. 범죄 영화에서나 접할 사건을 여행지에서 일반인이 당하다니, 오싹했다. 어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긴장됐다.

  "중국 숙박 업소에 투숙 시, 신분증을 반드시 사업장에 맡기는 것이 중국의 법입니다. 여러분들은 외국인들이니까, 여권을 맡기셔야 돼요. 신분증이 만약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요? 절대 숙박 못합니다! 예외는 없어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고속버스, 기차 탑승 시에도 신분증을 꼭 맡겨야 해요. 이렇게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는 까닭은, 인구를 통제하기 위함이에요. 중국은 인구가 많잖아요."

  거부감이 들었다. 중국은 여러모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반면, 한국은 신분증 없어도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고, 숙박도 할 수 있다.

  '공산 국가라서 그런지, 너무 무섭다...... 중국에서 안 태어나서, 다행이야! 대한민국, 최고!'

그러고 보니, 중국인 유학생 주나가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중국은 SNS 안 돼요. 정부에서 막아 놨거든요."

  이어지는 가이드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백두산을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고 불러요. 100번 와서, 1번 볼 수 있는 산이죠. 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요. 천지는 1,000번 와서, 1번 볼 수 있어요. 그만큼 보기 어려운 곳이에요. 천지는 3가지로 나뉩니다. 정상적인 천지, 안개 천지, 마지막으로 사람 천지!"

  백두산의 명성과 위엄에 걸맞게, 과연 관광객들도 어마어마하게 다녀가는 모양이었다. 

  "연길은 옛날 간도, 청나라의 땅이에요. 중국에서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죠. 스탈린(소련 공산당)에 의해 러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과 중국 조선족의 차이가 뭘까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유가 뭔지, 다들 모르는 모양이었다.

  "바로, 모국어의 유실이에요. 언어는 민족의 혼입니다! 조선족은 중국에 사는 56개 민족들 중 유일하게 모국어가 있는 민족이에요. 조선족은 비교적 부유한 편이죠. 자, 그럼 중국의 면적은 대한민국의 몇 배일까요?" 

  가이드가 질문하자, 이번엔 누군가 대답했다.

  "두 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대답이었다. 가이드가 기가 막힌지, 치아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대체, 어디에 살고 계신 거예요? 중국의 면적은 대한민국의 98배입니다."

  "우와!"

탄성을 질렀다. 상상할 수 있는 규모의 큰 면적이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평생 자신들의 국토 전역을 아마 다 둘러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땅덩이가 너무 광대해서 말이다.

  "중국은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아요. 제 아버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거주하시고, 그곳 국적을 갖고 계세요. 국가 유공자라서, 연금을 받으시거든요. 저도 언제든지 한국인이 될 수는 있어요." 

  가이드는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했다. 한참 그의 설명을 재밌게 듣던 중, 그는 별안간 불미스러운 발언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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