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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n 26. 2024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에 가다(5)

가이드의 밑바닥 영업 방식

  "하나 투어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관광객들을 모으고, 현지 여행사에 금액의 일부만 전달합니다. 또, 현지 여행사에서는 여행을 진행하는 가이드에게 부족한 금액을 영업해서 벌라고 떠넘깁니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아이 볼 면목이 없네요. 여러분, 선택 관광 꼭 좀 부탁드릴게요! 하나 투어에 상납금을 내야만 해요. 여러분들이 선택 관광을 안 해주시면, 제가 사비로 메꿔야 하거든요."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요즘 관광업계 영업 방식은 저런 식인가? 저렇게 강요하는 건, 선택 관광이 아니지!'

버스 차창 밖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해가 저물어 기온이 하강했다. 이도백하로 이동해 식당에서 소불고기 전골을 먹었다. 가이드가 술 한 병을 건넸다. 고량주라는데, 도수가 굉장히 높았다. 한 모금 들이켰다. 혀가 얼얼하고,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괴로웠다. 함께 식사하는 여섯 귀남 오빠와 안경 어르신만 술을 즐겼다. 

  이번 여행에 합류한 일행들은 동창 어르신 3명 외에 가족으로 구성된 어르신 9명이 더 있었다. 부부 네 쌍과 남자 한 명으로 구성된 그들은 친밀해 보였다. 남자 어르신의 생일을 맞이해 기념으로 여행온 모양이었다. 공교롭게도, 그중 한 명은 다랑과 같은 동네 거주자였다.   

  '와, 이런 우연이! 세상, 참 좁다니깐?'

  식사를 마치자, 옆자리에서 '막내'라고 불린 중년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어떤 관광을 할지에 뜻을 모으자는 말을 꺼냈다. 이에,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예전에 중국 출장 왔을 때, 송로 버섯 먹었거든요. 특별한 건 못 느끼겠던데......"

  "가이드가 이상해! 왜 앵벌이를 하고 그런데?"

  "그냥, 한 개만 합시다!"

  "그럼, 나머지는요?"

  잠시 후, 가이드가 와서 의견을 물었다. 그의 방식은 여전히 권유가 아닌 강요였고, 불쾌했다.

  "안 돼요! 돈 없어요. 하나만 할게요." 

  식당을 나와 다시 전세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비는 장마처럼 쏟아졌다. 내일 날씨가 걱정됐다. 일기 예보 상으로는 비 소식이 있었다.

  '아, 내일도 비 오면 어쩌지......? 망했네.'

  가이드가 빙천 맥주 두 캔과 차를 건넸다. 차는 2014년 날짜가 적혀 있었다.

  '이건 제조일자인가, 유통기간인가? 10년이나 지난 음식을 먹어도 되는 거야......?'

숙소에 입실해 짐을 풀었다. 막 씻으려던 차에, 가이드가 방문했다. 이번엔 정중히 부탁하는 어투였다.

  "선택 관광 좀, 부탁드려요. 정말, 한 개만 하실 거예요?"

  "죄송해요! 여유가 없어서요. 없는 돈 아껴서 여기 온 거예요. 선택 관광 한 개만 할게요."

대차게 못을 박았다. 그는 곧 순순히 발걸음을 돌렸다.

  '어휴, 뭐 이런 게 다 있담!'

  다랑이 말하길, 귀남 오빠에게 달러를 빌려야 한다고 했다.

  "돈이 부족해?"

  "선택 관광하게 되면, 돈이 모자라. 다른 분들이 선택 관광한다고 하면, 우리도 따라야지."

  "그러게. 남들이 양꼬치 먹을 때, 우리만 손가락 빨 순 없는 노릇이니......"

  "돈 내줄 테니까, 선택 관광 같이 하자."

  단체 생활이니, 단체로 가고, 먹고, 무언가 체험할 때 개인행동을 하는 건 일정 진행에서도 자칫 불협화음이 날 수 있다. 게다가, 결정적인 문제는 외관상 초라해 보일 수 있다는 거다. 거듭 강조하자면, 영락없이 강요에 의한 관광이었다. 조르기에 의한 수락은 절대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 선택이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니 말이다. 

  "유황 온천은 할래요. 숙소에서 어서 쉬려고요."

  이튿날, 귀남 오빠가 의견을 말하자, 가이드는 이미 예약했기 때문에 취소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귀남 오빠는 정말 온천욕을 하지 않았다. 그가 비용을 지불했는지는 모른다. (계속)

  


[참고] 이도백하 설화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763784&cid=49241&categoryId=49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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