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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l 08. 2024

[완결]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에 가다(16)

그리운 본국으로

  전신 마사지를 받고, 늦은 시각에 숙소에 입실했다. 숙소는 연길 인근 용정에 위치한 피얀 호텔이었다. 호텔 입구 1층 로비에는 화려한 한복들이 진열돼 있었다. 판매용이라기 보단 전시용일 것으로 짐작했다. 한국 관련 각종 전시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제주도 돌하르방도 있었다. 중국에 와서 접하는 한국은 다소 이질적이었다.

  여독이 쌓여 기진맥진했다. 마침내, 마지막 날 밤이었다.

  '아, 드디어 내일이면 그리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휴, 집 떠나면 고생이야...... 어서 쉬고 싶다.' 

  가이드가 말했다.

  "내일 조식은 7시부터 제공된다는데, 우리는 6시 30분에 집합해서 출발하기로 해요."

연길 공항에서 내일 오전 9시 40분에 출발하는 인천 공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출발 시간보다 최소 3시간 전까지 공항에 가서 탑승 수속을 하기 위해 조식을 못 먹나 보다 하고 예상했다. 그래서 별 의심 없이, 그대로 따랐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에, 빈약한 도시락을 받았다. 빵, 소시지, 우유 등이었다. 빵은 그럭저럭 먹을 만했지만, 특히 소시지와 우유가 수준 이하였다. 

  "웩, 너무 맛없어! 여행 경비에 포함된 항목 중 식사비가 있는데, 식사가 이따위람?"

불평하자, 다랑이 말했다.

  "한국산 우유를 중국이 수입해. 중국산 우유는 맛이 너무 없거든."

  "아무래도, 중국에선 절대 못 살겠다. 여길 어서 떠나고 싶어. 한국이 최고야! 너, 아직도 중국에서 살고 싶니?"

  다랑은 운송업 사업자인데, 드넓은 대륙으로 진출을 꿈꾸는 터였다. 그는 가이드에게 중국에서 화물차 운전하면 벌이가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우유와 소시지가 너무 최악이라서, 안 먹고 남겼다. 버리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별생각 없이 가방에 넣은 채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천 공항 수색대를 지나는데, 직원이 가방을 열어 검사했다. 

  "이건 반입 금지예요. 두 번째부터는 과태료 물 수도 있어요."

  검사를 마치자, 당장 우유와 소시지를 휴지통에 냅다 버렸다. 끔찍한 맛을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어서, 몸서리쳤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하니, 2019년부터 돼지 열병 때문에 육가공 식품은 국내에 반입 금지됐다고 한다. 두 번째로 걸렸을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된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과태료를 낸 건 아니지만, 불쾌했다. 

  여행사에서 받은 여행 일정표에는 일정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조식을 먹지 못한 이유는 바로 쇼핑 때문이었다. 여행 중 총 4번의 상점을 들렸는데, 그중 마지막 날에 두 군데를 갔다. 쇼핑을 왜 이리 많이 하냐고 가이드에게 물으니, 하나투어에서 쇼핑을 지시했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야 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하나투어가 갑이구만? 대놓고 착취하네...... 이게 웬 봉변이야? 밥도 제대로 안 주고, 쇼핑을 시켜? 쯧쯧쯔...... 앞으로 하나투어 통해서 여행 간다는 이가 있으면, 두 팔 걷어 부치고 뜯어말려야지!'

  백두산을 관광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해 3박 4일간 머물렀다. 민족의 영산(靈山)이라고 불리는 백두산을 외국을 통해 갈 수밖에 없음은 굉장히 서러운 현실이다. 분단된 남과 북이 하루 바삐 통일돼야 백두산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아름다운 백두산의 맑은 천지를 보러 오고 싶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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