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식사와 후식들
다랑이 구글에서 검색한 정보에 의하면, 흐엉 리엔은 현재 영업 중이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매장은 휴업 중이었다. 설 연휴라서 쉰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입구에 하나 붙어 있었다.
"거 참, 오래도 쉬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다녀가서, 돈 많이 벌었나 봐. 그러니 연휴에 장사 안 하고 쉬는 거겠지. 가게 주인이 어디 여행이라도 멀리 떠났나 봐."
가려던 맛집에 실패하자, 실망스러웠다. 인근에 영업 중인 식당이 있나 두리번거렸다. 흐엉 리엔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설거지하는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길바닥에서 무릎을 접고 허리를 굽힌 채 힘들게 앉아 있었다. 심지어 의자도 없었다. 가까이 다가갔는데, 여자의 오른편에는 작은 닭장이 있었고, 예닐곱 마리의 닭들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자세히 살피자, 그곳은 살생의 현장이었다. 여자의 왼편에는 솥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정갈히 손질된 닭이 여러 마리 들었다. 여자가 닭을 직접 잡은 건지, 그건 목격하지 못했지만 분위기상 여자의 솜씨 같았다. 그녀는 아마 능숙한 손놀림으로 닭을 직접 잡아 털을 뽑았을 것이다. 갑자기 닭장 안의 닭들이 불쌍해졌다.
'헐...... 동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저렇게 눈앞에서 봐야 하다니, 너무 참혹한 거 아닌가......'
식당 내부에 서있던 다른 여자가 우리에게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갑자기 입맛이 없어졌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어서 여길 벗어나자."
흐엉 리엔으로 오는 도중에도 영업 중인 식당을 두어 개 지나쳤는데, 다시 돌아가서 그중 아무 데나 갈 참이었다.
"아, 첫 도전부터 맛집 실패네! 연휴라고 이렇게 다 쉬면, 앞으로 갈 만한 식당이 없겠다. 우리, 어쩌지?"
"다른 식당들도 미리 검색해 놓을게."
망연자실해 터덜터덜 회귀했다. 차도에는 차들이 쌩쌩 달리며 매연을 내뿜는데,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식사 중이었다.
'윽! 오염된 공기를 마시며 식사하고 싶진 않은데.'
식당 내부를 보자, 앉을 만한 좌석이 보였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를 만끽하고자 우리도 길가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차림표를 보니, 베트남어만 있고 영어가 없어서 뭐가 먼지 알기 어려웠다. 다랑에게 부탁해 번역기로 해석하니, 대강 재료들만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쌀국수 세트를 주문했고, 다른 하나는 단품을 시켰다.
음식은 곧 나왔다. 쌀국수에 담긴 달걀이 수상쩍었다.
"어, 이거 색깔이 왜 이래?"
달걀은 거무튀튀했다. 다랑의 설명에 의하면, 부화중지란(보신란)이라고 했다. 부화 직전의 달걀을 요리한 음식이었다.
"으악! 끔찍해! 어떻게 그럴 수가!"
"한국에서도 과거엔 이런 음식 먹었을걸."
"그래? 난 처음 봐! 들어보지도 못했고. 세상에...... 아까 본 광경도 그렇고, 지금 이 달걀도 그렇고...... 닭들의 수난시대네."
먹고 싶지 않아서, 남겼다. 반면, 다랑은 본인 몫의 달걀을 말끔히 먹었다.
야채가 넉넉한 건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쌀국수의 국물은 약간 시큼해서, 취향이 아니었다.
"이건 뭐야? 처음 보는 거네."
기름에 튀긴 뭔가가 있었는데, 알 수 없었다. 다랑이 말했다.
"반꿔이. 튀긴 빵이래. 쌀국수 국물에 찍어 먹는 거래."
한 입 베어 물었으나,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더 먹지 않았다. 튀긴 음식이 몸에 해롭다고 생각해서, 굳이 먹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배를 채우고, 소화시킬 겸 도로를 거닐었다. 어딜 가나 인파에 치여 숨이 막혔다. 좁은 공간에 목욕탕 의자처럼 작고 낮은 의자가 다닥다닥 놓여 있고, 관광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즐비했다.
"다들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정신이 없네? 여기 아이스크림 거리야? 특별해?"
다랑이 검색한 곳은 짱띠엔 아이스크림 맛집이었는데,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다음을 기약했다. 주변의 다른 상점 아무 데나 가서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아이스크림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특별한 게 있겠어? 굳이 줄 서서 시간 낭비하지 말자."
영어 차림표가 있는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베트남어로만 된 차림표는 번역기를 써도 결과가 부정확했기 때문이었다. 다랑이 고른 아이스크림은 평범한 초콜릿 맛이었다.
"후후, 네가 고른 것보다, 내가 고른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어!"
"그러네. 코코넛이 씹혀서 맛있다!"
작년에 호찌민에서 코코넛을 맛본 후, 코코넛에 반했다. 일부러 코코넛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마시기도 했다. 예전에 캄보디아를 여행할 때는 코코넛이 맛있는지 몰랐는데, 호찌민 여행 이후로 코코넛 제품을 유독 찾게 됐다.
상품의 가격은 15,000 동(약 750원)으로 저렴했다. 포장된 제품은 아무래도 포장값 때문인지 좀 더 비쌌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난 후, 호엔키엠 호수를 산책했다.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건물 2층 테라스에 앉아 술을 마시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칵테일 바인가 봐! 가볼까?"
다랑이 먼저 제안했다. 간판을 보니, 깔끔했다. 술을 좋아하지도, 평소 마시지도 않지만 여행지에서의 색다른 경험을 위해 못 이기는 척 칵테일 바를 찾았다. 내부는 어둡고 협소했다. 운영자로 보이는 노부부가 식사 중이었다. 펼쳐진 차림표를 훑으니, 균일가였고 저렴했다. 다랑은 싱가포르 슬링, 나는 러브를 주문했다.
테라스에는 먼저 온 손님들이 있었다. 그들은 캔맥주를 마시는 중이었다. 우리는 그 옆자리에 자리 잡았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경치는 만발한 꽃들과 화려한 조명들이 조화로웠다. 상점은 시끌벅적 분주했고, 도로에는 2층에 관광객들을 잔뜩 실은 버스가 지나갔다.
"와, 정신없다! 카페가 왜 이리 많아? 위치가 좋아서, 장사 잘 되겠다."
자전거 발판을 열심히 밟으며 인력거 운전자들이 손님들을 실어 날랐다. 빈 수레도 종종 보였다. 그들은 손님을 태우기 위해 호객 행위를 능동적으로 해서,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인력거는 국내에는 없는 신기한 이동수단이었다.
"우리도 저거 탈까?"
다랑이 물었다.
"아냐. 돈 아깝고, 위험해. 굳이 뭐 하러 타? 안전하게 택시 타."
"택시 안 타고, 오토바이 대여해서 직접 운전하는 게 더 경제적인데."
"아서라, 교통사고 날라!"
이윽고, 칵테일이 두 잔 나왔다. 둘 다 붉은색이었다. 술을 음미했다.
"둘 중 어느 게 더 맛있어?"
"누나가 주문한 거."
부탁하지 않았는데, 옆에 있던 여자 손님이 우리에게 제안했다.
"사진 찍어줄까요?"
"아, 고맙습니다!"
친절한 그녀는 우리의 모습을 촬영했다. 확인해 보니, 다랑은 눈을 감았다.
"Funny!"
여자 손님은 70대 이상 돼 보이는 할머니였는데, 우리의 모습을 4장이나 촬영했다고 말했다. 정말 그런가 확인했는데, 다랑이 눈을 감은 사진을 또 발견했다.
"Ridiculous!"
그러자, 할머니와 함께 술을 마시던 남자 손님이 폭소했다. 그는 여자보다 젊어 보였는데, 그들은 부부가 아니고 여행 중에 만난 친구 사이라고 했다. 다랑이 그들에게 출신을 질문했는데, 못 들었는지 대답이 없었다. 내가 재질문하자, 여자가 대답했다.
"나는 말타, 이 친구는 미국이에요."
"말타......?"
낯선 국가명이었다. 여자는 유럽의 작은 섬나라라고 설명했다. 다랑이 인터넷을 검색하더니, 몰타라고 했다.
"우린 몰타 언제 가?"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은데 머나먼 유럽을 과연 언제 갈 수 있을는지 의문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성 요셉 대성당을 바라보며, 언젠간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탐방하러 갈 수 있기를 소원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