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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떠난 하노이(5)

응옥썬 사원에서 만난 대왕 거북

by 슈히

우리가 하노이에서 묵은 호텔은 4박 5일 내내 동일했고, 조식은 6시 30분부터 제공됐다. 10층이 식당이라고 했는데, 승강기는 9층까지만 올랐다. 9층에서 계단을 올라 10층으로 갈 수 있었다. 층계는 비좁고, 경사는 가팔랐다. 창밖을 보니 온통 회색빛이었다.

"지금, 비 와?"

내가 묻자, 다랑이 대답했다.

"아니, 그냥 흐려. 우리 여행 내내 날씨 흐려."

"화창한 하늘을 볼 수 없어서 아쉽네."

조식을 먹을 때 쌀국수를 늘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따끈하고 진한 육수와 부드러운 면발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제공된 음식 중에 녹색 쌀이 있었는데, 검색하니 안남미(인디카)라고 했다. 여행 중에 녹색 쌀을 손으로 주워 씹어 먹는 사람도 보고, 자주색 쌀과 황색 쌀로 만든 밥을 봤다. 국내에선 본 적 없는 풍경이라서, 마냥 신기했다.

후식으로 금귤차를 마셨다. 이 음료 역시 신선해서 선택했다. 연유도 있었으나, 익숙한 맛이기에 고르지 않았다. 연유 덕분에 condensed라는 단어의 뜻을 익힐 수 있었다.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호엔키엠 호수에 위치한 응옥썬 사원으로 향했다. 이곳을 다녀온 어떤 이가 쓴 게시글에 의하면, 볼 것 없는 사원인데 유료라고 했다. 감상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그저 참고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애초에 하노이는 관광거리가 딱히 없다고 익히 들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기로 여러번 위로했다.

다리를 건너야 사원으로 갈 수 있었다. 밤에는 불타는 야경을 선보였던 전달의 붉은 다리가 이튿날 아침에는 회색빛으로 고요했다. 8시 전후였는데, 사원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악기 소리가 들렸다.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공연이라도 하는 건가?"

노란색과 빨간색 전통 의상을 입은 여자들이 대형을 이루고 의식을 진행 중이었다. 한편에는 악공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이런 광경은 이후에도 각종 사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복을 빌며 기도하는 사람들로 어딜 가나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국 땅의 낯선 새해 풍경이었다.

작은 전시관에서 거대한 거북이 박제물을 봤다. 서양 남자 한 명이 벽면의 안내문을 측면에서 읽고 있었는데, 나도 가까이 다가갔다. 읽으려고 하자, 다랑이 지나가며 말했다.

"촬영했다 나중에 번역기로 읽는 게 어때?"

사실, 영문을 읽는다고 완벽히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머쓱해서, 그의 말대로 따라 사원을 벗어났다. 번역기를 참고해 안내문을 번역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속문화에서 거북이는 장수를 상징하는 4대 신성한 동물 중 하나이다. 거북이의 이미지는 기원전 3세기 베트남의 영웅적인 역사가 있다. Trieu Da 군대를 물리치기 위한 마법의 석궁을 만들기 위해 An Dulong Vuong에게 발톱을 빌려준 황금 거북의 전설과 관련 있다.

전설에 따르면, 15세기 황금 거북이 레러이 왕에게 마법 검을 빌려주어 명나라 침략자들과의 저항전쟁에서 승리하고 독립을 쟁취했다고 한다. 레러이 왕은 즉위 후 룩투이 호수(지금의 호안끼엠 호수 또는 복원 검의 호수)에 있는 황금 거북에게 마법 검을 돌려주었는데, 이곳에 살고 있는 거북이를 검 호수 거북이라고 부른다.

Rafestus swinhoei로 알려진 검 호수 거북은 세계에 6마리만 남아 있는 희귀종이다. 현재 응옥썬 사원에는 검 호수 거북이 두 마리의 표본이 전시되어 있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늙은 거북이"라고 부른다. 전시된 표본은 1967년에 죽은 "늙은 거북이"이다.

당시 거북의 무게는 250kg, 등딱지는 길이 2.1m, 폭 1.2m로, 속을 채우고 화학약품을 함침 해서 보존했다. 2016년 1월 19일에 사망한 두 번째 표본은 무게가 169kg이고 껍질의 길이는 1.85m, 너비는 1.08m였으며 독일 연방공화국의 가소화 기술로 보존되었다.

표본 제작 및 보존 작업은 2016년부터 진행되어 2018년 완료되었다. 첨단 소재를 사용하여 표본을 장기간 보존하고, 체내 뼈와 자연적인 크기를 유지하면서 표본이 살아있을 때의 "늙은 거북이"의 이미지와 유사하게 만들었다.

검 호수 거북이 표본은 레러이 왕의 검 귀환 전설과 관련된 응옥썬 사원에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은 특별히 설계되었으며, 화이트 이중 반사 유리, 차가운 레이저 조명 시스템, 현대식 제습 및 공기 여과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

가치 있고 귀중한 이 표본은 장기간 보존되어 하노이와 베트남 전체의 독특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홍보하고 방문객, 과학자, 연구자의 열망을 충족시킬 것이다. (녹손 사원 안내문)



향토 음악도 듣고, 새해 의식도 보고, 대왕 거북도 봤기에 응옥썬 사원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역시, 사람마다 취향과 감상은 각기 다르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리따이또 공원이었다. 어제 호엔키엠 호수를 거닐며 먼발치서 바라본 공원은 야경이 현란했다.

"조명이 엄청 화려하다! 저긴 뭐하는 곳이야?"

내가 묻자, 다랑이 대답했다.

"리따이또 공원. 지금 가고 싶어?"

"아냐, 사람 많은 거 질색이야. 내일 오전에 한가할 때 가자."

과연, 아침에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공원은 적막했다. 간밤에는 공원에 인파가 북적대고, 어린이들이 장난감 자동차를 타며 정신없이 쏘다녔다. 장난감 자동차들은 형형색색 불빛이 강렬했다. 다랑이 적절히 표현했다.

"광란의 밤이네."

"바퀴 달린 건 다 위험해! 난 유년시절부터 놀이동산 범퍼카도 싫어했거든. 그게 뭐가 재밌담? 충격받는 거 싫던데. 그나저나, 장난감 자동차 한 대에 얼마일까? 10만 원? 20만 원?"

"왜, 장난감 자동차 사업하게?"

그의 실없는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만 해도, 넌더리가 났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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