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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빈한 Jun 28. 2024

수사과정에서 범인을 바꿔 치려다 걸리면?

범인도피, 증거인멸 등 사법방해 행위를 중심으로

1. 최근 일어난 유명연예인 구속사건에 관하여


  얼마 전 유명 가수가 음주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로 구속되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유명인이 음주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는 많았지만, 수사과정에서 허위의 인물을 내세워 범인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만약 접촉 사고가 났을 때 곧바로 차에서 내려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사고 수습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 아니었다. 위 사건에서는 사고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라졌고, 매니저가 옷을 바꿔 입고 허위 자수하여 일이 커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경찰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수사 방향과 수사 동력이 확연히 달라지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일반적으로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범인도피 및 증거인멸 행위는 그 자체로 형사상 범죄가 지는 않는다. 형법상 범인도피죄는 ‘범인 이외의 자’ 도피행위에 대하여 성립하고,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인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거나 본인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 경우에는 결과가 다르다. 대법원은 자기의 형사사건이라도 다른 사람이 개입하여 사법방해 행위에 이른 경우에는 방어권의 남용으로 보아 범인도피교사죄 및 증거은닉교사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사안에서는 범인도피(교사), 증거인멸(교사)죄의 성립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수사 과정에서의 구속 여부이다. 수사과정에서부터 구속을 당한 사람은 구속사실 자체만으로도 유죄의 인상을 심어주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함에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더군다나 한두 달의 구속만으로도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학교에서 유급을 당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규정, 구속사유에 관하여 ①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②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③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를 열거하고 있다.


  구체적 사건에서 형사피의자가 허위의 인물을 내세워 범인 바꿔치기를 시도한다거나, 증거를 위조하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행위자는 범인도피(교사), 증거인멸(교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이 별도로 성립하여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 등 구속사유에도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토대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추궁을 받더라도 사건에 대한 입장이나 태도가 흔들리지 않아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사절차에 혼선을 야기하는 사법방해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2.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입건된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 낸 사건


  얼마 전 필자가 직접 처리한 사건 중에서도 의뢰인이 범인도피교사죄로 입건되어 곤욕을 치르는 사건이 있었다. 의뢰인은 집행유예 기간 중 경찰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자 혹시라도 실형이 나올까 봐 두려운 마음에 가까운 지인에게 허위로 자수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담당수사관은 의뢰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허위의 인물’을 내세워 범인 바꿔치기를 시도하였다고 보고 의뢰인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입건하여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였다. 의뢰인은 혼자서는 도저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법무법인에 방문하여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었다.


  필자는 의뢰인이 허위 진술하도록 부탁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되, 의뢰인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순간적으로 겁이 나서 상황을 모면하고자 이를 부탁하였던 것이고, 곧바로 진술을 번복하여 범행을 자백하는 등 범인도피 행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의뢰인에게 범인도피교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고, 검찰에서도 대질조사를 포함한 강도 높은 사를 진행하였다. 필자는 대질조사에도 직접 참여하여 의뢰인이 집요한 추궁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억울함을 충분히 진술할 수 있도록 조력하였고, 그 결과 의뢰인의 행위가 범인도피 행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끌어냈다. 의뢰인은 사건의 결과를 떠나서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의도치 않게 확대된 사건을 일일이 대처하면서 수개월에 걸쳐 힘든 법적 다툼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실제 조사과정에 참여하다 보면, 수사기관이 이미 유죄의 확증을 갖고서 의뢰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피의자로서는 범행을 부인하는 행위가 마치 거짓말을 하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 자신에게 불이익한 간접증거로 사용되거나 양형에서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피의자가 범행을 단순 부인하는 수준을 넘어,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오인이나 착각을 유발하거나 수사절차에 큰 혼선을 야기하는 거짓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경우 필요이상으로 사건이 확대되어 당사자에게 감당하게 어려운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원석 검찰총장도 유명연예인 사건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사법방해 행위에 대하여 처벌규정을 폭넓게 적용하고, 구속수사 여부 판단에 있어서이를 적극 반영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도 범인도피, 증거인멸, 공무집행방해 등에 대한 처벌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적발된 사법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형사책임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과정에서 강도 높은 추궁과 압박에 일일이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불안과 고통의 긴 시간을 혼자서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최적의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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