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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 여행의 묘미!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까지

버스로 국경을 넘다

by 리안

싱가포르의 VIVO CITY에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AERO LINE 버스를 탈 수 있다.

비보시티는 지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갈 때에도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갔던 곳이다.


우리는 비보시티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기로 했다.

여러 음식점을 둘러보다가 푸드코트 같은 곳을 발견했는데, 유니폼을 입고 식사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메뉴는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 각국의 강한 정체성을 주장하는 음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메뉴를 봐도 뭐가 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뭐가 뭔지 모를 때에는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면 된다.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 익숙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주문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나는 테이블마다 하나씩 있는 '포피아'를 주문해 보았다.

포피아는 살짝 디저트의 느낌이 있었다.

달달한 소스 때문이었는데 간식 정도의 느낌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 달달한 소스가 꽤나 매력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남편은 새우 볶음면을, 아이는 치킨 파스타 세트를 주문했다.

나는 동남아에서 먹는 튀김이 항상 맛있게 느껴지는데 남편도 그렇다고 한다.

튀김이 맛없기 힘든 음식이긴 하지만 유난히 동남아 튀김은 더욱 맛있게 먹게 된다.





디저트로 야무지게 맥도널드에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유명한 2불 오렌지 주스도 먹어주었다.


2불 주스 자판기는 이후 가게 된 일본 도쿄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일본은 역시 자판기의 천국답게 싱가포르 명물을 들여왔다.





비행기 대신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는 건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

싱가포르 비보시티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우리 가족 셋이서 Aero Line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렸다.

가격은 3명에 120 싱가포르달러.


합리적인 비용에 예상보다 훨씬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출발 전 가장 걱정했던 건 국경 심사였다.

비행기 타면 공항에서 긴 줄 서고, 수하물 검사하고, 여권 보여주고…

복잡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버스 이동은 예상과 달리 너무나 간단했다.


싱가포르 출국심사도, 말레이시아 입국심사도 그야말로 ‘쓱-’ 하고 끝났다.

그만큼 심사를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간편했다.


국경을 넘는 게 이렇게 쉬웠다고?





그런데 이 버스, 단순한 장거리 버스가 아니었다.

개인 모니터가 각 자리마다 장착돼 있었고, 한국 콘텐츠도 몇 가지 있었다. 넷플릭스 없이 6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나는 영화를 한 편 감상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은 단연 2층 맨 앞자리 예약이었다. 나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2주 전에 부지런히 예약했고, 덕분에 나와 아이는 이 VIP 좌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결과는 대만족!


아이는 평소 차멀미를 하는 편이지만, 앞이 탁 트인 시야 덕분인지 놀이기구 타는 느낌이라며 신나 했다.

‘엄마, 이거 트랜스포머 아니야?’

라고 말할 정도로!





그리고 버스 안에서 기내식(!)도 나왔다.

따끈한 도시락이 제공됐는데, 밥과 함께 나온 소스가 매콤한 것이 마치 고추장 같았다.

닭고기반찬도 매콤한 찜닭 같은 느낌이라 입맛에 딱 맞았다.


아이 도시락은 맵지 않게 따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런 세심한 배려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후식으로는 커피나 코코아도 제공되어 정말 기내식 같은 느낌이었다.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간식을 사 먹을 시간도 있었다.

6시간이라는 이동 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좌석, 편리한 국경 심사, 기내식 같은 서비스 덕분에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육로 여행에는 육로만의 낭만과 즐거움이 있었다.


Aero Line 버스를 타고 떠난 이번 여정은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여행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우리는 이 버스를 다시 타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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