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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전쟁 준비 (5)

by 아마란스

김현우는 고요한 회의실에 앉아 문득 떠오른 구절을 되뇌었다.


“손자병법에는 이런 말이 있지…


‘선전자, 치인이부치어인(先戰者 致人而不致於人).’ 전투의 주도권은 전장을 선택하는 자에게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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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트에 단단한 필체로 그 구절을 써내려갔다. 지금까지 MEAP 시스템은 단순히 모바일을 도입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김현우는 이 시스템을 통해 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었다. 전장을 상대가 고르기 전에, 스스로의 전략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다음 단계였다.



“지금까지는 모바일이라는 무기를 준비했다면, 이제는 플랫폼이라는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그는 곧바로 오지수를 불렀다.


“이제 LBS(Location-Based Service) 기능을 중심으로 플랫폼 설계를 시작하자.”



오지수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위치기반 서비스요? MEAP과는 별도 영역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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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김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MEAP은 통합기반이다. 그 위에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콘텐츠, 알림, 대시보드는 결국 위치와 연결되어야 한다. 고객이 어디에 있고,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를 아는 순간, 서비스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된다.”



오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신 플랫폼은… 단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예측 시스템이군요.”




하지만 내부 회의에서는 다른 반응도 나왔다.


“MEAP과 LBS는 서로 노리는 산업과 시장이 다른 솔루션 아닌가요?”


마케팅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도 MEAP 플랫폼 개발만으로도 리소스가 빠듯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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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팀 역시 우려를 표했다.


“위치기반 서비스는 통신사나 플랫폼 기업의 영역 아닙니까? 우리 같은 SI 기업이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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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는 잠시 정적을 가만히 듣고 난 뒤, 단호히 말했다.


“맞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겁니다. "



"곧 모든 시스템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바일 기기를 컨트롤하고, 클라우드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겁니다. "



"콘텐츠, 알람, 고객 접점 등 위치 기반으로 전환될 겁니다. 우리는 그 흐름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LBS는 단순한 위치표시 기능이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고객의 행위 흐름을 읽는 감각기관이다.”



김현우는 화이트보드에 ‘LBS 기반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제목을 적었다.


- 위치 기반 콘텐츠 자동 분배

- 고객 행동 분석 패턴 시각화

- MQTT + LBS 이벤트 트리거 연동

- 클러스터링 기반 사용자 세분화

- 스마트 팩토리 내부에서 이동 동선 기반 운영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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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덧붙였다.


"LBS는 단순히 위치정보만 다룬다면 1년이면 충분히 구축 가능한 사업입니다. 스마트폰이나 비콘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손쉽게 커버할 수 있죠. 핵심은 결국 '위치를 디텍팅하는 것'이지만, 사용자는 위치를 표시하는 화면, 즉 시각화된 결과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김현우는 다시 화이트보드를 들며 말했다.


“이걸 진짜 플랫폼으로 만들려면 3D 모델링 기법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3D 폴리곤은 지금 기술 수준에선 너무 무겁습니다. 데이터 용량이 커져서 시스템 단이나 사용자 앱 View 단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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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리는 이 부분을 어떻게 경량화하고, 최적화할 수 있을지를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김현우는 덧붙였다.


“이 LBS 사업은 단기성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 사업을 5개년 중장기 사업으로 포커싱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


"그래야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인 2023년 이전에, 실제 운용 가능한 서비스 상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선점자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는 말없이 자리에 앉아 노트를 덮었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인포넥스는 단순한 SI 기업이 아닌 전략 플랫폼 보유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전장을 선택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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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노트북을 켜고 조달청의 나라장터 시스템에 로그인했다.


다음 사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


김현우는 알고 있었다. 민간 시장의 전략은 충분히 예열됐다. 이제는 공공 시장을 사냥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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