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무실에서 김현우는 차분히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조달청 나라장터의 공고 리스트가 떠 있었다. 그는 차근차근 하나씩 공고를 넘기며 확인하고 있었다. 과거였다면 홈페이지 구축이나 개편, 유지보수 관련 공고만 찾아보았겠지만,
지금의 김현우는 완전히 다른 눈으로 기회를 찾고 있었다.
손끝이 화면 위에서 멈추었다.
『교육기관 NCS 기반 스마트 교육 관리 시스템 구축』
공고번호: NCS-2016-04
사업기관: 한국미래교육진흥원
주요 요구사항:
- CMS 기반 콘텐츠 관리 시스템 구축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및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
- 위치기반 서비스(LBS)를 통한 실시간 현장 관리
- 실시간 알람 및 메시지 전송 시스템 구축
김현우는 화면을 보며 광기에 찬 웃음을 보였다.
MEAP와 LBS, CMS까지,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기술과 전략이 일치하는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던 구축 사업이야.'
이 시스템은 MEAP를 기반으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하면서,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해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교육 장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조였다. 현 기술력으로 초기 모델 개발 및 구축은 충분히 소화 가능한 범위였다.
김현우는 지체 없이 마케팅팀장과 오지수를 호출해 긴급 내부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실로 들어온 두 사람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
"한국미래교육진흥원에서 추진하는 스마트 NCS 사업입니다. 정확히 우리가 준비했던 CMS, MEAP, LBS 기술을 모두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팀장은 공고 내용을 신중히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이건 우리 회사의 전략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프로젝트네요. 준비된 전략과 기술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습니다."
김현우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수주를 위한 사업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공공 시장에서도 이 모델을 성공적으로 검증하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지수가 신중하게 질문을 던졌다.
"공공기관 사업이면 보통 예산 제한이 심하지 않을까요?"
"물론 예산은 늘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김현우는 여유 있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효율적으로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하면 됩니다."
김현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예산 제한이 있더라도 이번 사업은 분명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차피 우리가 개발해야 하는 시스템이었고, 공공 사업을 통해 내부 개발 기간과 비용의 절반이라도 충당할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다만 공공기관 사업이기에 일정 준수가 최우선일 테고, 그로 인해 내부 퍼포먼스가 온전히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내부 퍼포먼스는 60% 정도 수준이 될지도 모르겠다.
김현우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시 위로 노을이 서서히 사라지고, 거리마다 불빛들이 하나둘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속엔 차분하지만 확실한 결심이 자리 잡았다.
그는 즉시 회사의 영업대표를 호출해 추가적인 지시를 내렸다.
"이 사업의 공고 마감이 아직 한 달 정도 남았습니다. "
"우리 영업팀에서 한국미래교육진흥원과 미팅을 적극적으로 잡아서 드러나지 않은 추가 정보를 철저하게 수집해 주세요. 경쟁사의 동향, 내부에서 공개되지 않은 요구사항까지 최대한 상세히 파악해야 합니다. 이 정보가 이번 수주의 성패를 결정할 겁니다."
영업대표가 김현우의 말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김현우는 개발팀장에게는 개발량 분석을, 디자인팀장에게는 UI 구성안을 요청했다.
그러나 내부 임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직급이 대리였고, 대표이사 직속의 기획팀 소속이라 해도 마치 조직 내에서 지나치게 나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을'의 위치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받아내는 입장이 아닙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직접 시장을 주도하고 전략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김현우의 말에는 확고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창문밖을보는순간...
하얀 천사가 사라졌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는데 보이지 않았다..
'피곤한가..'
그는 곧바로 노트북에 손을 대 제안요청서와 정량조건을 검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