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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사냥의 시작 (4)

by 아마란스

입찰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단 일주일. 김현우는 사무실 벽에 붙여둔 일정표를 다시 한 번 바라봤다. 빨간 펜으로 강조된 마지막 날짜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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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실전이다.”



김현우는 입찰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 팀별 브리핑을 요청했다.

기술팀은 모든 모듈의 설계서를 정리했고, 디자인팀도 UI 프로토타입을 완성한 상태였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문서의 흐름, 심사위원에게 전달될 메시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격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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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김현우는 영업 담당자 강진우를 따로 불러 따뜻한 캔커피를 건넸다.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회의실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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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씨. 남은 시간은 일주일뿐이야. 지금부터 우리 둘은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해. 심사위원 중 누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지, 경쟁사는 어떤 메시지를 줄 가능성이 있는지, 가능하면 비공식 정보까지라도 확보해줘.”



강진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김 대리님. 이미 유라교육진흥원 쪽 실무진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요구사항에서 묘하게 강조되는 표현이 몇 가지 있어요. 특히 ‘현장 유연성’과 ‘통합 관리 편의성’이 핵심 키워드일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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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는 무릎을 두드렸다.

“좋아, 바로 그거야.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안서 문장을 다시 다듬자. 이번 제안서는 단순 기술서가 아니야. 우린 그들의 생각을 먼저 읽어야 해.”



두 사람은 제안서 초안의 일부 문장을 열어 놓고 머리를 맞댔다. 불이 꺼진 사무실, 모니터 불빛 아래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는 손길이 신중했다.


김현우는 판단했다. 기술이 아무리 완벽해도, 이 마지막 일주일의 ‘조율’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걸.



입찰서 마지막 항목은 가격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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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는 이 사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점을 감안해,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80% 수준의 투찰을 기본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의 예산이 약 10억 원 규모라는 점도 중요했고, 가격과 기술의 비율은 20:80 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서 전체 사업비 10억이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단순한 수익 차원을 넘어서, 기업 입지를 공고히 하고 사업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숫자였다.

물론 저가 전략이라 해도 공공사업에는 법적으로 정해진 하한선이 존재한다. 결국 그 근처에서 가격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10% 가격이라고 해도 1억이니 무시못할 숫자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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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략은 단순 저가 경쟁이 아니라, 기능과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실무적 판단이었다.


김현우는 강진우에게 물었다.

“진우 씨, 경쟁사들이 저가 전략으로 나오면… 우리는 대응 가능할까?”



강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능합니다. 우리가 가진 건 단가가 아니라 전략이니까요. 기능별 세분화, 유지보수 포함 방식, 제안조건 분할. 조정 가능한 변수는 많습니다.”



“좋아, 그건 다음 주 초에 대표 보고와 함께 마무리하자. 제안서 출력 직전까지 변수 체크는 우리가 맡자.”



김현우는 문득 웃으며 말했다.

“이번 제안은 너랑 나, 둘이서 치르는 전쟁이야. 사냥감은 커. 하지만 정확히 조준하면 넘어뜨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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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우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김현우가 그 손을 꽉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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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까지 남은 시간은 7일. 제안서는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단 하나, 발표자료를 준비하고 발표 연습을 철저히 반복하는 것이었다.

김현우와 강진우는 사무실 한쪽에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발표 스크립트를 구성하고, 예상 질문을 정리해나갔다. 누구보다 긴밀하게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다음 주의 승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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