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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소마'와 스웨덴판 고려장 ‘에테스투파'

현실과 신화의 경계

영화 ‘유전(Hereditary, 2018)’의 감독 아리 애스터 Ari Aster 가 제작한 ‘미드소마(Midsommar, 2019)’의 개봉 후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축제 중 하나인 미드소마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미드소마는 ‘Midsommar(스) = Midsummer(영) = 한여름’을 의미하며, 이 축제는 북반구 기준으로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6월 20일에서 25일 사이에 열립니다. 미드소마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스웨덴에서 가장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축제입니다.


그렇다면 영화 속 잔인한 행위와 이해할 수 없는 의식들은 실제 미드소마와 얼마나 가까울까요?

영화 '미드소마'의 한 장면

미드소마의 주요 요소인 꽃과 나뭇가지로 장식된 ‘미드소마 기둥 Midsommarstång’, 여성들의 화관, 영화 속 의상 등은 실제 미드소마에 바탕을 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극 초반 남녀 노인이 절벽에서 스스로 떨어져 생을 마감하는 충격적인 장면 또한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 놀라운데요. 이러한 풍습은 고대 북유럽 신화와 전설에서 전해지는 ‘에테스투파 Ättestupa’라는 개념에서 비롯됩니다. 이 단어는 ‘Ätt(가족, 씨족)’와 ‘stupa(낭떠러지)’로 구성되며, 문자 그대로 ‘가족 낭떠러지’를 의미합니다.

영화 '미드소마'의 한 장면

에테스투파는 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높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소를 가리킨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노년기에 더 이상 자식이나 씨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고려장’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날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주창하는 대표적인 복지국가 스웨덴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습이기도 합니다.

영화 '미드소마'의 한 장면

하지만 이에 대한 역사적 증거는 불충분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에테스투파가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며, 이는 북유럽 신화나 후대의 문학작품에서 과장되거나 만들어진 이야기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실제 고고학적 증거나 역사 문헌에서 이를 명확하게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에테스투파가 북유럽의 신화적이고 전설적인 이야기로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낭떨어지’라는 표현이 지금껏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과거에 이러한 행위가 실제로 벌어졌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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