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상에서 가장 긴 지명은 무엇일까?

어느 마오리족 탐험가의 위대한 서사

뉴질랜드 북섬 포랑가하우 Pōrangahau 인근에 위치한 해발 305m의 한 언덕은 평범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아주 특별한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지명 The Longest Place Name in The World’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곳은 종종 ‘타우마타 Taumata’라 불리는데요.


Taumatawhakatangihangakoauauauotamateaturipukakapikimaungahoronukupokaiwhenuakitanatahu

타우마타와카탕이항아코아우아우오타마테아투리푸카카피키마웅아호로누쿠포카이웨누아키타나타후


무려 85자로 구성되어 있는 이 언덕의 이름은 광활한 뉴질랜드 땅을 횡단한 전설적인 마오리족 탐험가 타마테아 Tamatea Urehaea 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마오리족은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 언덕에 그의 이름을 붙였고, 진정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의 업적을 상세히 묘사하였습니다.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긴 지명임을 알리는 입간판

마오리어로 된 이 긴 지명은 ‘큰 무릎을 가진 남자, 미끄럼틀 타는 사람, 산을 오르는 사람,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땅을 삼키는 사람인 타마테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피리를 연주했던 정상’으로 번역된다고 합니다. 언덕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영웅적인 스토리인 셈이죠.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이릅니다. 이곳엔 85자의 지명보다 더 긴 여러 버전의 지명들이 함께 존재하니까요.


Taumata-whakatangihanga-koauau-o-Tamatea-haumai-tawhiti-ure-haea-turi-pukaka-piki-maunga-horo-nuku-pokai-whenua-ki-tana-tahu


여러 지명 중 105자로 구성된 이 버전은 ‘멀리서 이곳으로 날아와, 찢어진 남근을 가지고, 산을 오르다 무릎을 스치고, 땅에 쓰러지고, 땅을 둘러싼 타마테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주하는 피리의 언덕’으로 해석되며, 타마테아의 여정을 보다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긴 지역명은 문득 ‘김수한무’라 불리던 우리의 고전적인 말장난을 떠오르게 하는데요.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마치 ‘김수한무'처럼 듣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이 85자의 언덕은 세상에서 가장 긴 지명으로 기네스북에 당당히 등재되었습니다. 또한 그 이름 그대로 구글맵에서도 검색이 가능한 뉴질랜드의 공식 지명으로, 지금도 뉴질랜드 북섬을 찾는 일부 마니아들에 의해 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 언덕의 이름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한 사람의 위대한 서사와 마오리족의 문화  깊이를 느끼게 하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길고도 특별한 이름만큼이나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런던 여행, 언제가 가장 좋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