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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화목난로야

캠핑장 이야기

by 스마일맘


우리 캠핑장이 형님을 만난 뒤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세상에나 화목난로까지 들어올 줄은 정말 몰랐다. 겨울을 어떻게 날까 걱정만 했지, 이렇게나 빨리 난로가 설치될 줄이야. 우리 옆에 있는 캠핑장 형님 덕분에

드디어 화목난로가 설치되었다.


처음으로 불을 피웠을 때 기분은 상상 이상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따스해지다니 50평 하우스 안이 금세 훈훈해지는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하우스 한가운데 놓인 난로는 그저 난로가 아니라, 우리 캠핑생활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준 선물 같은 존재다.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은 형님 덕분이다.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금쪽같은 형님은 남편이 많이 서툴러하는 기계, 시설 관련 일들을 아주 쉽게 척척 해내신다. 같은 비닐하우스에 살지만 서로의 집을 오가며 먹을 것도 나누고, 일을 돕고, 그렇게 자연스레 가족 같은 관계가 되었다.


아니 가족 보다 더 많이 보니 우린 식구가 되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고, 부탁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도와주는 사이. 이런 인연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우리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난로 앞에서 형님과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형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었다.

12살에 집을 떠나 공장에 들어가 돈을 벌면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는 형님.


내가 같은 나이에는 그저 부모님이 차려준 밥 먹고 학교 다니던 때, 형님은 어린 시절부터 삶을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세상을 배웠다고 한다. 학교 공부는 오래 하지 못했지만, 삶이 직접 가르친 배움으로 누구보다 단단해진 분. 짧은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입은 절로 벌어졌다.


“난 공부도 싫어. 몸으로 부딪히는 게 좋아.”

라고 말하는 형님은 혼자 하우스도 짓고, 집 안 설비도 하고, 없는 장비도 직접 만들어 쓰는 ‘맥가이버’다. 뒷산에 올라 오래된 참나무를 베어 장작을 만들어 우리에게까지 나눠주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졌는지 모른다.


“힘드실 텐데요.” 어떻게 그냥 가져간데요

라고 말하면

“형님이 줄 때 많이 가져가 " 하시면서 장닥을 다 가져가라고 하신다.

형님 인생에서 안된다는 말은 없단다.

어떠한 일을 만나도 실망하지 않고 무조건 된다는 마음으로 사신다는 형님의 얼굴에선 사람을 살리는 강력함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해 본 적도 없다는 말에 나는 와하며 박수와 칭찬의 말로 화답했다.

배운 것보다 살아낸 것이 더 귀하다는 걸 형님을 보며 깨달았다.


나는 너무 온실에서만 자라왔구나, 그래서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렸구나… 그런 생각이 스쳤다.

앞으로는 나도 더 많이 도전하며 살아가리라 마음을 다졌다.


​그날은 형님뿐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동생 부부도 캠핑장에 와서 더 특별한 날이 되었다. 형님께서 손님이 온다 하니 김장김치에 찰밥까지 가져와 주어 우리는 백숙 하나만 끓여 넷이서 손으로 김치를 쭉쭉 찢어가면서 아주 행복한 만찬을 했다.

찹쌀죽은 왜 그렇게 또 맛나던지

젓가락대신 원시인처럼 손가락으로 찢어 먹는 그 맛!

얼마나 웃고 떠들었는지 배가 아플 정도였다.


하우스 연통에서 피어오르는 모락모락 한 연기처럼, 우리의 웃음보따리들이 오고 가며

나눈 이야기들도 하우스 넘어 위로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연기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는 아마 어린 아궁이에서 불을 때던 시절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집집마다 굴뚝에서 뭉게뭉게 올라오던 그 시절

타닥타닥 불타는 소리와 한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던

그 시절 사람 사는 냄새와 정

그 향기가 이곳 캠핑장에도 찾아온 듯하다.


​나는 사람 냄새를 좋아한다.

가식 없는 진짜 인간다움.

오늘 다녀간 동생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동생 부부와, 그리고 우리 부부

이렇게 사람 냄 새가 있는 사람들과 난로 앞에 둥글게 모여 꾸밈이 없이 웃을 수 있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오늘의 따스함을, 오늘의 웃음을, 오늘 들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누군가에게도 따스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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