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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Dec 18. 2023

홍콩은 동양인가 서양인가 -1

그냥 돈이나 벌러 왔던 낮선 이방인의 고찰 

[이 글은 2021년 4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Rosewood Hotel 에서 촬영한 홍콩의 멋진 스카이라인.


홍콩은 거대한 퓨전 짬뽕 한그릇이다. 


짜고 시고 매콤한. 어떤 이름모를 중국요리에서 맛볼법한 국물에 별의별 재료들이 둥둥 떠다닌다. 마카로니, 피쉬볼, 쌀국수 면발, 치즈, 토마토... 이상한 이 비유만큼이나 홍콩은 외국인으로 살기 참 기묘하고도 신선한 나라다. 


"그래 이맛이야! 한국에서 먹었던 육개장 맛이네!" 를 외치면 고수의 향이 코를 찌르고, 유럽 어딘가에서 먹어봤던것 같은 묵직한 크림소스를 음미하면 뜬금없이 캔옥수수와 불량식품같은 핑크색 햄이 빼꼼 고개를 내미는. 


이렇듯 가끔은 어이가 없을만큼 진기한 조합을 보여주는 홍콩의 퓨전(?) 음식들처럼 홍콩은 여러 문화권과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영국령 홍콩에서 뿌리를 내렸던 여러 이민자들의 커뮤니티가 모여있다. 


그들은 얼기설기 얽혀있는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형태와 모양을 띄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고유의 성질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다. 


전통적인 홍콩의 약재 그리고 건어물을 취급하는 상점들과, 2000년대에 움트기 시작한 gentrification 붐으로 인해 서서히 서양식 정통 & 퓨전 레스토랑들이 자리하게 된 사이잉푼 (Sai Ying Pun.) 세월에 흐름에 따라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과, 이에 굴하지 않고 고집스레 지켜내온 홍콩인 고유의 삶의 모습을 가장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상권중 하나라고 본다. 이미지 출처: Sassy Hong Kong.


비교적 최근 홍콩으로 이주한 중국 본토 출신의 부모님을 두고,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2세대 친중 홍콩인들 (이들은 그들의 정치성향을 "blue" 라고 표현한다), 이미 가족이 몇세대에 걸쳐 홍콩의 민주주의적 교육 시스템을 접해,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고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을 외치는 홍콩인들. 홍콩은 몇대째 자신과 내 자녀들의 고향이라고 하는 영국계 백인들. 어마어마한 숫자를 (무려 4만명) 자랑하는 홍콩내 프랑스 집단. 


아울러 나와 같은 홍콩이 어디 붙어있었던지도 자세히 몰랐고, 홍콩의 역사에는 더욱 무지했으며, 그저 낮은 세율에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목표로 물건너온 수많은 이삼십대 외국인 회사원들 (이들은 주로 expats이라고 불리며 더 높은 연령대에 가족과 함께 홍콩에 온 주재원들의 수도 적지 않다.)


홍콩에서의 생활을 무지성 토막글로 단순한 장단점 세가지씩 나열. 비싼 생활비에 대한 푸념. 대강 한달에 얼마를 쓰는지 (쓰면서도 벌써 찔리고 있다) 요렇게 정리해도 무난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홍콩은 복잡하다. 그리고 지나치게 흥미롭다. 


내가 여기서 만난 인간군상들을 하나 하나씩 얘기해 드리자면 아라비안 나이트 급으로 천일을 쫑알대도 모자랄 듯 한데. 이 시리즈에서는 내 인생에 여러 기회와 전환점을 준 보물같은 존재인 홍콩과 홍콩에 사는 이방인들 얘기를 보부상마냥 보따리 펼치고 하나씩 풀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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