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벤처기업, 중소기업과는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스타트업에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거나, 스타트업에 입사를 꿈꾸고 있는 분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과거의 제 자신을 위해 쓴다는 마음으로 작성했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 분은 적을 겁니다. 브런치를 통해 이 글을 보신다면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고, 큰 관심이 없더라도 신문과 뉴스에서 종종 언급되는 단어가 되었으니까요.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중소기업, 신생기업, 소기업 등 다양한 단어들이 있는데 여러분은 그 차이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으실까요? 정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정의는 이렇습니다.
신생기업 : 말 그대로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들을 모두 통틀어 일컫습니다. 김밥집이나 서점이 새로 생겼다면 그 또한 신생기업이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 소기업 : 중소기업은 중기업과 소기업을 함께 일컫는 말입니다. 기업의 매출 규모에 따른 분류 기준일 뿐 해당 기업이 얼마나 최근에 만들어진 기업인지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벤처기업 : 스타트업과 동의어입니다. 2000년대 초에는 벤처기업이라는 단어가 유행했고, 지금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1997년에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특별 조치법이 제정되었고, 그 이후 벤처기업법이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벤처기업 대신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게 되었지만 지원 사업, 법률 등에서는 여전히 벤처기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스타트업 : 벤처기업과 동의어입니다. 신생기업 중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만을 일컫습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가 이해가 잘 이해되지 않으시죠?
저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는데 다음 내용과 함께 읽어야 좋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뭐라고 부르건 모든 기업의 목적은 이익 창출로 동일하다는 점입니다.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의미가 없죠. 드라마는 스타트업이 기업 문화가 자유롭고,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며 세상을 바꿀 놀라운 혁신을 일으키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그런 스타트업도 있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스타트업도 일을 하는 곳이고 돈을 버는 곳입니다. 돈을 벌어야만 한다는 것은 김밥집도, 삼성전자도, 주목받는 신생 스타트업도 똑같아요. 많은 스타트업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단계에서 정부의 지원금과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시작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초기 스타트업은 존재 의미조차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자주 사용되는 몇 가지 용어를 좀 더 소개하고 싶습니다.
번레이트(Burn Rate): 스타트업이 매달 지출하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스타트업의 고정지출 규모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런웨이(Runway): 원래는 활주로라는 뜻이죠. 번레이트와 투자금에 따라 스타트업이 망하기 직전까지 남은 시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투자금을 받은 기업에서 매달 인건비와 사무실 비용으로 1천만 원을 사용하고 있다면 '런웨이는 10개월이 남았다'라고 표현합니다. 활주로가 끝나기 전까지 이륙하지 못하면 추락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스타트업은 활주로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추락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익 분기점 못 넘긴 많은 초기 스타트업을 싸잡아서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그런 상태는 기업으로서 추락 중이라고 생각해요. 초기 스타트업은 빠르게 가까워지는 지면과 충돌해서 모든 게 박살 나기 전에 엔진을 완성하고 날개를 이어 붙여서 다시 고도를 높여야 하는 도전을 마주하고 있는 겁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죠.
실제로 정부의 창업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10곳 중 7곳이 폐업을 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모든 스타트업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닐 테니 전체 스타트업의 폐업률을 반영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참고 정도는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실패 확률이 높은데도 지원과 투자를 하는 정부와 투자자는 무슨 생각인 걸까요?
정부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성장한 스타트업은 국가를 견인할 만큼 커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안랩,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국가 기반 산업이 되어 수많은 고용을 창출합니다.
투자자(VC)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스타트업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이 궁금했는데, 정확한 통계를 찾을 수 없었지만 Quora에 게시된 글을 참고하니 2배에서 10배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초기 기업에 투자를 한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어쩌라는 걸까요? 저는 이 글을 통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미화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스타트업도 출근하고 일하고, 사람 간에 갈등 겪고, 업무 스트레스받고, 지쳐 퇴근하는건 똑같아요. 돈 못 벌면 망하는건 스타트업이나 김밥집이나 똑같습니다. 스타트업은 투자받은 돈이 있어서 좀 더 버틸 수 있는 것 뿐이죠. 이 글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에서 스타트업의 안 좋은 사례를 다룬 글을 봤습니다. 스타트업에서 PM으로 근무하신 회계사님이 작성한 글이네요.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여러분도 한번 살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