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고객을 혼란스럽게 하지 마세요
글도 쓰고 마케팅도 하는 장영운입니다.
마케터들이 종종 잊게 되는 게 있습니다.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파는 것에 관심이 없어요.
고객은 뭔가를 구매했을 때 본인의 삶이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을지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 메시지는 '관심 없음'의 벽을 뚫고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명확하고 분명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4년 1월에 진행된 링글 Ringle의 프로모션 캠페인을 통해 마케팅 메시지를 명료하게 만드는 게 왜 중요한지 알아봅니다. 제가 소비자로서 직접 겪은 일을 함께 살펴보며 제가 어떤 이유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이해하실 수 있게 1인칭 시점에서의 생각 변화를 글로 적어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링글이라는 업체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제가 평소에 알고 있던 링글에 대한 서술입니다.
제가 아는 링글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프리미엄 전화 영어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링글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선생님들은 미국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고 그저 영어 회화 능력을 넘어 해외 취업을 위해 영어로 면접을 준비하거나 발표, 투자 유치를 하는 등의 구체적인 상황에 맞춘 교육까지 제공해 준다고 합니다. 다만 크만큼 다른 전화 영어 서비스보다 가격도 더 비싸고요. 회사 자체는 충분히 오래되어 신뢰할만한 업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정보가 아니라고 한 것은, 링글에서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개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모르는 새에 가격을 낮추거나 영어 외의 언어 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르니까요.
위 내용을 달리 말하면 링글이 저에게 어떻게 브랜딩 되어 있는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가장 먼저 링글의 프로모션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디스콰이엇과 링크드인을 통해서였습니다. 링글 임직원 분들이 지속적으로 신년 할인 프로모션 캠페인을 알리는 글을 작성하는 걸 봤죠. 저는 최근에 미국 출장을 다녀온 참이었고, 영어 공부를 더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죠. 그래서 링글의 프로모션에 더 눈이 갔습니다.
특히 결정적으로 링글의 프로모션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 점은, 링크드인 게시물 중 하나에서 결제 후 1달 이내에는 100% 환불이 가능하다고 한 글을 봤기 때문입니다. 일단 구매하고 천천히 수업을 들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을 하면 된다니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처럼 느껴지는 매력적인 제안이네요!
(안타깝게도 현재 시점에서는 그 글을 다시 찾을 수가 없네요. 어쩌면 제가 잘 못 본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배경 부분에서 언급하였듯, 저는 링글을 비싼 만큼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업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업체를 통해 진행했던 전화 영어 수업도 꽤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 영어라는 학습 방식도 익숙했습니다. 그런데 링크드인 게시물의 주소를 따라 링글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자마자 저는 크게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프로모션 페이지의 상단을 채우고 있던 내용입니다.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정보들이 나오는데요. 저는 이 화면에서 세 가지 추가 정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프로모션 가격이 24년 최저가라는 정보
'실리콘밸리 투어 포함 1억 원 혜택 증정' 혜택이 있다는 정보
수강 기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5월 1일 전까지는 차감되지 않는다는 정보
이미 반쯤은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첫 번째로, "최대 40% 할인 중"이라고 적었으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전 수업권 24년 최저가"라는 말이 따라오니 '내가 링글의 연간 요금 정책까지 고려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크게 선택을 방해할 정보는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로, 실리콘 벨리 1억 원 투어는 서비스의 매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소였습니다. 당연히 1억 원 혜택을 모든 수강생에게 제공하는 건 아닐 테고 추첨을 통해 제공하겠죠. 그걸 명확하게 적지 않은 게 첫 번째 불만 사항이었습니다. 그리고 추첨을 통해 누군가에게 1억 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려면 모든 소비자가 동일하게 얻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을 해야 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에게 1억 원의 혜택을 몰아주는 건 "영어 교육과 도박을 결합한 제3의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이 부분에서 구매 의사가 많이 꺾였습니다.
세 번째로, "수강 기간 차감"이라는 개념이 새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5월 1일까지 수강 기간이 차감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그 이후로는 차감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겠군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 같은데 수강 기간 차감이 무엇이고 어떤 경우에 차감되는지를 먼저 설명하지 않고 "5월 1일까지 수강 기간이 차감되지 않는다"라는 문장만 제시되니 글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화면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 건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요소를 강조해 놓은 것도 의사결정을 방해했습니다. 위 스크린숏에서 강조하고 있는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해당 스크린숏을 잠깐 다시 보고 오기 시를 권해드립니다.
라임색으로 강조된 문구 → 가장 저렴한 지금, 필요할 때 언제든
붉은색으로 강조된 남은 시간
굵은 글씨 + 라임색 밑줄로 강조된 문구 → 최대 40% 할인 중, 1억 원 혜택 증정, 수강기간이 차감되지 않아요
"신년 프로모션 혜택"이라는 강조 키워드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필요할 때 언제든 시작하세요"라는 말과 "5월 1일까지 수강 기간이 차감되지 않는다"는 말이 모순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5월 1일부터는 수강 기간이 차감되는 것이 아닌가요?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어지는 구체적인 수업권 상세 정보를 담은 스크린숏입니다.
상품 소개에서도 페이지 상단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튜터 우선 예약, 글로벌 커리어 콘퍼런스 티켓, 스터디 클럽 등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들이 한 번에 등장하고 서비스의 가치 판단을 어렵게 만듭니다.
내용을 더 이어가기 전에 한 가지 심리학 용어를 함께 배워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인지 부하는 학습이나 과제 해결 과정에서의 인지적 요구량을 말합니다. 인지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라고 하고요. 굳이 더 복잡하고 깊게 파고들 것 없이, 마케팅 메시지는 명확하고 간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고객의 인지 부하를 증가시킨다는 것만 이해하면 됩니다.
혹시 주변에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 한 명쯤 있지 않나요? 한참을 듣고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파악하기 힘들면 대화 자체가 피곤해지죠. 혹은 운전중에 주변이 시끄러워지면 운전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의 예시들처럼 처리해야 하는 정보가 많아지면 그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을 '인지 부하'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공을 주고받는 캐치볼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메시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청자/독자의 몫이지만,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전달하는 것은 화자/작가의 몫이죠.
복잡한 내용을 읽을수록 명확해졌습니다. 링글이 제시하고 있는 서비스는 단순한 프리미엄 전화 영어가 아니라 추첨을 통한 실리콘벨리 투어, 스터디 클럽, 커리어 콘퍼런스 티켓 등이 한데 합쳐진 패키지 상품이었습니다. 이걸 처음부터 알았다면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링크드인 게시물을 보며 기대한 내용과 달라지니 생각이 복잡해지네요.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배울 점 Key Takeaways
반복하자면, 고객은 우리가 파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의 제품/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삶이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죠.
마케팅 메시지를 길고 복잡하게 작성하는 건 그만큼 고객에게 더 많은 집중력과 시간을 지불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 간략하고 명확하게 내용을 줄여보세요. 오히려 설득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지금도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수많은 마케터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간략한 메시지가 더 좋은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가 모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구매를 해야 하는 고관여 상품도 존재합니다. 보험, 투자상품 등.)
저는 7년동안 다양한 산업, 특히 스타트업들에서 경험을 쌓은 마케터입니다.
글쓰기를 즐겨하며 특히 고객 인터뷰, 그로스 마케팅을 잘 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고 있는 중인데요. 저와 함께 일해보고 싶은 분은 브런치의 제안하기 기능이나 링크드인 메세지를 통해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