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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운 Jun 11. 2024

무력감에 대하여

들어가며

나는 공개된 장소에 올리는 글은 반드시 독자에게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력감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읽기 시작한 당신이 어떤 마음일지, 이 글을 어떻게 풀어가야 당신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이 글은 내가 무력감을 겪으며 생각하고 깨달은 것을 정리한 것이다. 여러 생각이 단편적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나와 같이 무력감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혹은 무력감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년간 무력감에 시달렸다

지난 6개월간 글을 쓰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삶이 의미가 없는데 글을 하나 더 쓰나 안 쓰나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그저 변덕에 따른 일이며, 글을 완성해서 게시까지 이어질지는 정말 모르겠다.

내가 이전에 브런치에 쓴 글들을 새삼스레 다시 살펴봤는데, 작년 12월에 '도파민 균형'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던 것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때부터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또한 무슨 문제이겠는가. 만성적인 소화불량이나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처럼 조금은 불편하지만 사는 데에 치명적인 지장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스타트업 피로감

유튜브를 통해 예일대학교의 철학 수업을 들었다. 수업 이름은 죽음한국에는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출판된 유명한 강의인데, 강의 내용 중에서 특히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여러분 앞에 두 개의 문이 있습니다. 왼쪽 문을 열면 99.99%의 확률로 길고 고통스러운 고문을 당하고 0.01%의 확률로 꿈에 그리던 최고의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오른쪽 문을 열면 100% 확률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쪽 문을 열지 않을까요?"


자살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였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니 스타트업 생각이 났다. 아무것도 안 하면 100% 확률로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데, 별 기괴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를 받아 허공에 몇억, 몇십억씩 날리는 까닭이 무엇일까. 스타트업이 흑자 전환을 이뤄내는 경우보다, 조용히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은 거의 상식이 되었으니, 통계자료를 인용하지는 않겠다.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해봤는데, 결과적으로는 피곤함만 남은 것 같다.

스티브잡스라도 된 양 과잉된 자의식으로 직원들에게 독설을 퍼붓던 대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지속불가능했던 사기꾼 대표, 실리콘벨리식 문화를 적극 수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업 지표는 박살 나고 있던 대표... 저마다의 방식으로 개성 있게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어쩌면... 형편없던 건 나 자신이고 그동안 내 수준에 맞는 팀들과 일해왔던 걸지도 모르겠다.



샌프란시스코

2023년 11월에 업무차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한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명암이 교차하는 도시이다. 스타트업의 성지인 동시에 마약과 노숙자로 지옥이 되어버린 곳이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길거리에 즐비한 마약 중독자를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게 모니터 속의 촌극이 아닌, 눈앞의 비극이 되니 그 충격이 대단했다. 거리 어디에서나 대마초 냄새가 났고, 꽤나 많은 곳에서 오줌 냄새가 났다.



무엇보다도 내가 대마초 냄새를 분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마른 쑥에 화학약품을 섞어 코 앞에 가져다 댄 듯한 강렬한 냄새를 느낄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모르는 향신료의 냄새일 거라고 생각했다.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강렬한 마늘 냄새를 느낀다고 하는 것처럼. 하지만 비슷한 냄새를 반복해서 맡게 될수록 근처에 식당이 아니라 약에 취해 쓰러져있는 노숙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이것이 바로 대마 냄새구나!


이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책 한 권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이미 산만한 글의 내용이 더더욱 엉망이 될 것 같아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다.



유튜브

유튜브가 가장 좋은 것은 사용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사용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유튜브는 지식을 전달하는 선생이 되어 주기도, 이슈를 알려주는 전달 창구가 되기도, 그저 좋은 시간 때우기 수단이 되어주기도 한다. 나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 처한 개인의 이야기를 살펴보곤 했다. 누군가는 해외여행에서 순간의 실수로 부상을 당해 전신이 마비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태어나면서부터 치료가 불가능한, 죽지는 않지만 평생의 삶이 꽤나 고통스러워지는 질병을 갖고 태어났다고 한다. 이런저런 사연들을 보다 보니 내 인생이 썩 괜찮아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치며

기이하게도 글을 쓰니 무력감이 좀 해소된 것 같다.

조만간에 외국에 나가 한동안 머무를 생각이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머리가 좀 더 맑아질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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